2009년도 행정고시 제2차시험 총평-행정학(백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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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행정고시 제2차시험 총평-행정학(백승준)
  • 법률저널
  • 승인 2009.07.1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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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준 한림법학원

 

“사례형 문제의 본격적 등장”

 

이번 시험은 행정학 고시 출제사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온 시험이었습니다. 이전과 달리 사례분석문제가 대거 출제되었습니다.


일반행정직에서는 신제도주의에 대해서, 필수직렬에서는 NPM에 대한 논의가 응용형 사례문제로 나왔습니다. 이외에도 성과주의 예산이나 전략개념이 포함된 인적자원관리에 대해서 출제가 되는 등, 행정학의 깊은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는 답안지에 사실상 출제자의 의도를 살릴 수 없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이번 시험으로 행시 행정학에서 중요시되는 능력은 암기력이 아닌 응용력이나 문제해결능력임이 확인 되었습니다.1)


최근에 행정학에서 변화되는 패턴을 확인한다면, 2008년 이후 세계적인 금융 및 경제위기 속에서 이미 지난 3월에는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의 신자유주의 종언에 관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NPM에 대한 회의적 고려사항들이 논의됨을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환경요소를 반영한 전략적 기획 및 관리(strategic planning & management)가 대두하게 되고 실질적 정부운용의 메카니즘으로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가 심도있게 논의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최근의 논의가 고시문제로 나오게 된 이면에는 행정학을 막연히 면과락 과목으로만 여기는 수험가의 풍조에 대해 교수님들의 모종의 전략이 깔려있는 듯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어느 이슈를 아냐 모르냐가 아닌, 사례를 가지고 어떻게 해석하는지의 문제로 변화되었음을 숙지하셔야 합니다.


NPM이나 신제도주의를 공부하지 않고 수험장에 들어간 수험생은 없을 겁니다. 출제자인 교수님들은 이러한 이슈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의 문제가 아닌 심도있는 고민을 해보았는지 아닌지로 판단하게 됩니다. 보통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입학시험 문제가 3년 정도의 격차를 두고 고시문제에 나오는 것을 경험적으로 보아왔고, 최근의 행정대학원 문제가 거의 사례로 나온걸 보더라도 이제는 사례형 응용문제가 대세가 될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바입니다. 필자의 경우 3순환(총 14회) 및 4순환(총 5회) 전회차를 사례형 문제로 출제하였는데, 이런 판단을 한 이면에는 위와 같은 최근의 행정학계의 동향들을 반영함이기도 합니다.

 

출제된 주요논점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신제도주의(new institutionalism)입니다. 수험가 일각에서 행정학 교수님들이 신제도주의를 이해도 못하고서 출제했다는 말도 들리던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연세대학교 하연섭 교수님의 ‘제도분석’이란 책이 2003년도에 한국행정학회 학술상을 수상하고 2004년 문화관광부 추천 우수학술도서로 지정될 정도로 행정학계에서는 일찍이 논의되고 있었습니다. 이게 처음은 아닙니다.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일선대학 행정학과에서는 제도분석을 전공과목으로 개설하여 신제도주의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져 오고 있었으며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용덕 교수님, 고려대학교 박종민 교수님 등 이론을 주로 연구하시던 분들을 위시로 해서 교과서도 발간이 수차례 되었습니다. 수험서로 가장 많이 보는 유민봉 교수님의 『한국행정학』에도 신제도주의가 행정학의 3대변수와 함께 잘 실려 있습니다. 필자의 선배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임동완 박사도 복식부기도입의 국가별 차이에 대해 신제도주의로 분석해서 2005년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여담이지만 필자의 경우에도 1998년도에 제도분석에 대해 배우며 외국논문을 번역해가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으니 우리나라에서의 논의된 시기도 꽤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보기에 신제도문제의 출제는 최근의 NPM이나 거버넌스 일변도의 행정학계 출제패턴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교수님들의 관심사가 반영된 바이기도 합니다.2) 그동안 수많은 거버넌스 모형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사이에 최근에 교수님들의 관심사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체적이며 행정학의 특징인 처방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로 귀결되었습니다. (실제로 2008년도에는 서울대행정대학원에서 거의 1년 내내 정책수단론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경제학 및 사회학 정치학 등에서 재차 강조되는 신제도주의는 이미 논의되어 오던 바이기는 하지만 그 흐름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전략적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논점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전략(strategy)관련 개념들이 시험에 재차 등장했다는데 주목해야 합니다.


이미 유민봉 교수님의 한국행정학에서도 5년 전부터 반영된 적이 있는 전략개념이 신림동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논의하자면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로 기획(planning)에 대한 인식이 무분별하게 공격받던 상황에서, IMF 경제위기 이후 국정좌표 상실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기인해 환경을 고려한 기획 즉 전략적 기획(strategic planning)이 실무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게 됩니다. 재정 4대 개혁 중 국가재정운용계획도 이러한 맥락에서 의의를 가진다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필자는 참여정부 시절 교육인적자원부와 기획예산처 등 정부 조직진단에 직접 참여하여 미션분석 SWOT분석을 비롯한 환경분석, 전략 수립 및 성과관리 등 정부컨설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이 때 매일 날밤 새우며 한 일이 전략 수립입니다. 다시 말해 생경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 참여정부 이후로 국정운용 기조가 명령하달식의 시스템을 벗어나 사실상의 전략시스템이 구축되었습니다.3)


08년도에 전략기획과정으로서의 SWOT분석이 출제된바가 있는데, 필자가 모니터한 바로는 SWOT분석 자체만 적었을 뿐 전략적 업무수행관점에서 이를 설명한 수험생이 거의 전무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또 다시 전략적 인적자원관리가 출제되었는데, 작년 시험에서 전략에 대한 정의가 없이 SWOT분석만 해서는 안 되듯이4) 올해도 인적자원관리(HRM)뿐만이 아니라 전략개념에 대해 한 단락이라도 적어주시고 들어가셨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필수직』의 경우 1문의 NPM문제는 사례에 대한 철저한 해석을 2문의 예산과정사는 수험생간 사실상 차별화가 어렵고 3문의 경우 전략개념을 설정하고 들어가신 수험생들은 좋은 득점이 거의 보장된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일반행정직』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대로 신제도주의에 대한 시각을 얼마나 구성지게 재현했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그리고 얼마나 사례를 잘 풀었느냐에 따라서 득점이 결정될 것이며, 2문의 고위공무원단제도는 모든 수험생이 자신있는 부분일테니 사실상 차별화가 어려울 것입니다.


3문의 경우 성과주의예산에 대한 내용인데 지문에 관리지향적 성과관리가 언급되다 보니 PBS와 최근의 성과관리와 혼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주어는 성과(performance)이며 다만 그 측정(measurement)에 있어서 과거의 성과관리는 회계적 시각인 (단위원가 × 업무량)을, 최근의 성과관리는 그 측정에 있어서 미션과 비전, 전략목표 및 성과목표에서부터 연역적으로 파생되는 outcome을 output과 구분해 주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행정학 교수님들은 고등고시용 교과서 발간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없으십니다. 한국의 행정학 교수님들은 일본보다도 그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많은 교수님들은 미국의 유명 대학원에서 수학하신 분들입니다.


보통은 수업에 원서를 주로 활용하고, 그 외에는 정부 컨설팅 참여를 통해서 부가적 활동을 하시기 때문에 학자적 견지가 아닌 수익적 견지에서 그다지 교과서 발간에 매달리지 않으십니다. 다시 말해 고시생을 배려해서 2차용 교과서를 쓰시려는 교수님은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서점에서 볼 수 있는 교과서의 수준에서 행정학계 수준을 파악하시면 안 됩니다. 이번 시험을 통해서 기존의 수험서 중에서는 2차용 전문교재로 집필되고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유민봉 교수님의 『한국행정학』이 더욱 가치를 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최근의 추세가 그렇지만 올해 문제도 이해위주의 문제로 나온 이상 서브식이나 목차식으로만 구성된 교재보다는 유민봉 교수님의 한국행정학처럼 주어진 이슈에 대해 이해하기 좋도록 설명해놓은 책이 도움이 됩니다.  막연하게 암기식으로 공부한다기 보다는 철저한 이해기반에서부터 시작해 사례 등이 주어졌을 때 이를 정확히 해석해 출제자의 의도를 살려 답안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독성 높은 교재를 통해 철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되 논증구조에 맞추어 글을 풀어나가야지 목차에 너무 매몰되어 사례해석을 소홀이 한다든지 주장에 대한 논거를 제시 못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어느 교과서에도 수험생을 배려해서 모든 내용을 백과사전처럼 적어놓은 책은 없습니다. 따라서 부족한 바는 논문이나 기타 제도론 및 각론 교과서를 활용하셔야 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시간이 한정된 수험생 입장에서는 별도의 상담 및 수업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각주)-----------------
1)물론 07년도 관료제 비판에 대한 문제에서부터 사례형 문제에 대한 암시는 주어졌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2)이미 앞서가는 교수님들은 2000년도 초반부터 거버넌스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면서 실체도 모호한 개념가지고 그만 좀 얘기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사석에서 많이들 하셨습니다. 물론 올해인 09년도 입법고시에서는 네트웍 거버넌스를 쓰라고 다시 한번 출제가 되었고, 이와 별도로 B.Guy.Peters 의 거버넌스는 행정학적 시각에 맞춰 진단과 처방을 논의하기에 허황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는 경지에 이른 교수님들의 이야기이지 저를 비롯한 수험생들은 거버넌스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3) 물론 이명박 정부 들어서 제기되는 전략부재 및 국정혼맥의 논의들은 별론으로 합니다.


4) SWOT분석 자체는 PSAT문제로도 나올 정도로 상식적인 내용입니다. 따라서 전략(strategy)개념을 정확히 적어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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