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성적의 상대평가제,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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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성적의 상대평가제, 재고돼야 한다
  • 성낙인
  • 승인 2009.07.0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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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교수.헌법학, 한국법학교수회장

 

로스쿨 첫 학기가 끝나면서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첫 학기 성적표다. 각 대학마다 다양한 기준에 따라 성적을 공시한다. 학생들은 로스쿨 성적이 앞으로의 진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레 짐작에 따라 성적표를 받아들고 좌불안석이다. 비록 옛날 같지는 않지만 학부 법대생들은 그 동안 성적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로스쿨에서는 전혀 딴 판이다. 비 법대 출신 로스쿨 학생의 대부분은 우수한 학부 성적 덕분에 로스쿨에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학부 재학 중에 최우등 졸업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로스쿨에서의 치열한 경쟁과정을 거치면서 처음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무척 당황하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전공필수과목의 경우에 상대평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A 30%, B 50% 이내, C 이하 20% 이상을 책정하고 있다. 나머지 선택과목이나 기초과목은 굳이 상대평가제를 도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pass or fail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문제는 필수과목 평가방식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결석생도 없고 레포트 미제출자도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시험성적뿐이다. 그런데 20% 이상에게는 강제적으로 C 이하의 학점을 부여해야 한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그 모든 전제조건을 무시하고 오로지 시험성적만 가지고 상대평가를 해야 한다. 더구나 상대평가제의 대상인 전공필수과목의 대부분은 1학년 과목이다. 오히려 고학년 과목은 선택과목이라 상대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1학년 전공필수과목만 상대평가의 대상이 되는 기현상을 초래한다.


고등고시 사법과 때나 사법시험 초기에는 합격 당시의 시험성적이 판검사 임용에 절대적인 지렛대 역할을 했다. 그래도 그 때는 누구나 판검사로 임용될 수 있었기 때문에 낭만적인 시기라 할 수 있다. 사법연수원 제도가 시행되면서 연수원 성적이 사법시험 성적을 대체했다.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연수원 성적은 법조인으로서의 첫 출발선을 좌우한다. 연수원 성적에 따라 판검사 임용이나 유명 로펌의 입사 여부가 좌우된다. 사법시험 합격자의 대량 배출은 연수원생의 첫 직장 선택에 있어서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그런데 로스쿨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모토로 한다. 따라서 교육과정에서 드러난 성적을 평가절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로스쿨 성적이 연수원 성적과 같이 법조인의 앞날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 연수원은 단일 기관에서 통일적인 평가가 가능하지만, 전국적으로 25개에 이르는 로스쿨 학생의 성적을 일의적으로 상대평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학교 간 격차를 합리화할 절대적 기준도 없다. 자칫 법조인 충원의 기준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앞으로 로스쿨 졸업생들은 로펌이나 유관기관에서 변호사로서 일정기간 직무를 수행한 다음에 판검사로 임용되는 법조일원화가 예상된다. 이 경우 변호사로서의 활동성과가 판검사 임용의 절대적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일부 시행하고 있는 경력 변호사 중에서 판검사를 임용하는 과정에서 사법연수원 성적은 하나의 참고자료가 될 뿐이다. 초임 판검사 임용에서 절대적 가치를 갖는 연수원 성적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따라서 로스쿨 학생들의 학점에 대한 집착이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학점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차제에 학점에 매몰되는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예일 로스쿨에서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서울대 법학대학원에서 일부 도입하고 있는 pass or fail 제도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곧 바로 판검사로 임용되지 않고 일정한 변호사로서의 활동기간을 거쳐서 판검사로 임용되는 한, 로스쿨 성적 못지않게 변호사시험 합격 후 신참 법조인으로서 어떠한 활동성과를 보여 주었는지가 법조인으로서 제2의 도약을 위한 핵심 장치가 되어야 한다. 즉 우선순위로 따진다면 변호사로서의 활동성과→변호사시험 성적→로스쿨 성적의 순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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