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론]인터넷 댓글 문화와 사이버 모욕죄 논란-하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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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론]인터넷 댓글 문화와 사이버 모욕죄 논란-하태영
  • 법률저널
  • 승인 2009.07.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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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형벌과잉 시대 만들 가능성 높다.
현행법상 사이버 모욕행위 찬성·반대 떠나 모두 처벌
인터넷 윤리교육 적극 시행 정치권 형벌 원칙 짚어봐야

 

지난 2008년 12월. 18대 국회는 여야 정면대결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당시 국회파행에는 사이버 모욕죄 도입 논란이 한 몫을 했다. 도대체 이 법률이 무엇이라고 이렇게 심하게 충돌했을까? 우리는 여기서 냉정하게 이 법률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권에서 도입하려고 하는 사이버 모욕죄는 친고죄 삭제와 가중처벌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 국가공권력을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한다. 그러나 사이버 모욕죄는 찬반으로 극명하게 대립되어 있다.


찬성론자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최근 사이버 모욕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은 2004년 837건에서 2007년 2106건으로 2.6배 이상 증가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욕설정보 심의사건 수도 2006년 2074건에서 2007에는 3만 5288건으로 17배 이상 늘어났다. 사이버 모욕범죄로 허위사실 유포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률이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다음과 같이 반론한다. "현행 형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형법을 개정하여 처벌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실명제는 바로 인터넷 죽이기에 악용될 수 있다. 특히 사이버 모욕죄 관련 법률안이 정권의 여론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명예훼손과 달리 모욕죄의 경우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역사적으로 위정자를 위한 수단으로 제정되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사라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법과정과 형벌의 목적이다. 찬성론이든 반대론이든 상관없이 현행 형법상 사이버 모욕행위는 처벌된다. 또한 찬성론자이든 반대론자이든 사이버 모욕행위로 인한 선의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특별법을 제정하여 처벌하든지, 현행 형법의 법정형을 강화하든지 결국 양자는 모두 국민들로 하여금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는 범죄를 예방하고자 한다. 그러나 일반예방론의 입장은 형사정책의 유용한 수단이 아니다. 이미 독일 등 발전한 외국에서는 극복된 이론이다.


결국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 논란도 국민들에게 강력한 처벌 의지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한 단기적 형사정책에 불과하다. 그러나 위하의 효과는 짧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형벌과잉의 시대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특별법 제정추진은 그 뜻을 접어야 한다.


이러한 입법정책은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에 반한다. "어떠한 정치가도 위하적 형벌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선진 한국을 건설하려면, 형사정책도 선진형이 되어야 한다. 소극적 일반예방은 더 이상 안 된다. 아무리 유혹이 오더라도 참아야 한다. 사이버 모욕범죄는 현행 형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고, 법원도 사이버 모욕행위에 대해 형법 제311조를 적용하여 처벌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도 이미 형성되어 있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4934 판결 인터넷 게시판에 타인을 비방하는 글을 게시한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부드럽지만, 차분하고 지속적인 형사정책을 펼쳐야 한다.


첫째, 인터넷 윤리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자율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범죄행위를 자제하도록 교육을 펼쳐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권침해는 당연히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교육을 통해 배우게 해야 한다. 이것이 특별법 보다 강하다.


둘째, 현재 정보통신부와 경찰청은 일선 초·중·고등학교 재학생들을 상대로 인터넷 윤리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기적이고, 교육시수도 부족하다. 윤리과목과 같이 인터넷 윤리과목을 신설해야 한다. 이 과목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하여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초등학생부터 철저하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존재할 수가 없다. 호주의 경우 초등학생들의 인터넷 교육시간에는 반드시 부모가 일정시간 같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 만큼 인터넷 공간은 위험하고,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인터넷 공간을 너무나도 방치해 왔다.


셋째, 인터넷 포털과 같은 정보통신서비스업체들의 자구 정화노력도 강화되어야 한다. 언론 및 시민단체들의 캠페인 등 지속적인 홍보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매년 5월과 11월을 사이버 공간의 대청소의 달로 설정하고, 유해 사이트와 인권을 침해하는 글들을 정리했으면 한다. 사이버 공간에 인간의 향기를 불어 넣는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노력이 특별법 도입보다 유용한 형사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법의 최종목표는 법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계몽주의에서 비롯된 근대 법치국가의 형법은 더 나은 자유와 안전, 더 높은 합리성과 인간존중성을 지향해 왔다. 그 목표는 아직 도달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헌법정신이 반영된 형법의 원칙과 형벌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필자는 이것이 형사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은 다시 한번 사이버 모욕죄 신설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 시대에 필요한 형사입법과 형사정책이 과연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18대 국회의 선진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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