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9.07.03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저임금, 이미 기울어버린 저울추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2010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노사간의 끈질긴 협상 끝에 시간당 4,110원으로 결정되었다. 하루 여덟 시간 근무한다면 일당 32,880원이 되고, 주당 40시간 근무한다면 월 858,990원이 되며, 주당 44시간 근무한다면 월 928,860원이 된다. 최저임금이란 기업체에서 근로자들에게 지급해 주어야 할 임금의 최저 마지노선이다. 말 그대로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다. 참으로 가난한 소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최저임금은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각종 시급근로자들에게 모두 적용되기 때문에 일당을 받는 거의 모든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되는 조항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많은 대학생들이 각종 아르바이트를 비롯하여 노동현장에 뛰어들 터인데, 그들에게 적용될 최저임금이 현행 시간당 4,000원에서 내년에 4,110원으로 결정되었다니 현재의 물가수준이나 학교 등록금 수준을 놓고 볼 때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법원은 월급제가 아닌 근로자들의 손해배상액을 결정함에 있어 매월 근로하는 일수를 평균 22일로 계산하고 있다. 위 일수를 기준으로 하여 계산하면 노동부가 발표한 위 금액에도 훨씬 못 미치는 월 733,360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그 금액보다 많은 도시일용노동수입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위와 같이 적은 최저임금에 의한 돈의 지급이 정당화되고 있어 도시일용노동수입액 책정시 감액될 것이 걱정스럽다. 일을 뼈 빠지게 해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소득수준의 허용이야말로 국가가 국민들에게 저지르는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자가 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많이 버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적게 벌더라도 버는 것보다 적게 쓰는 방식이다. 여태 우리는 많이 버는 방식에 매달려 왔었다. 그런데 지난 6월 수출은 330억5000만 달러, 수입은 256억1000만 달러를 기록, 무역흑자가 74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여 경상수지 흑자폭이 경상수지 통계 이래 월별 경상수지 통계상 최고에 달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3%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경상수지 흑자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돈을 많이 벌어서 경상수지가 흑자가 된 것이 아니라 씀씀이(수입)를 32.3% 낮춤으로써 이루어진 실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적게 벌더라도 적게 쓰는 방식을 통해 부가 축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전체적으로 볼 때 파이의 양이 적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금년 6개월 동안 누적 216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미 정부가 예상하였던 연간 전망치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현상으로 국제 유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달라당 1,260원 정도 선에서 안정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1,500원대로 치솟으며 불어 닥쳤던 환율광풍에 비하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문제는 경상수지가 늘어나 달러가 축적됨으로써 기업들이 돈이 많아졌다면 국민의 살림살이 역시 윤택해져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데도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갈수록 얇아져 간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업은 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면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하는 쪽을 택하지 않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7월 1일부터 시행됨을 근거로 집단해고 쪽을 택하고, 최저임금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달리 말해 돈은 통장에 넘쳐나고 있는데도, 그것을 각종 통계가 보여주고 있는데도, 근로자들에게 지급될 임금은 무조건 깎겠다는 것이다. 내세우는 명목이 국가경제가 어렵다면서 말이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공정한 소득분배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분배가 어느 정도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민경제의 몰락을 가져오게 되고, 이는 결국 소비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기업도 함께 죽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도 어느 정도 서민들의 가용소득을 보장해 줌으로써 구매력 유지가 가능하도록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보장해 주어야 할 사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만 기업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매달려 분배구조를 왜곡하도록 정부에 계속하여 요구하고 있고, 정부 또한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일방적 정의론에 입각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해 근로자들이 점차 반항할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워낙 강경하게 밀어붙이니 대항력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고무줄이 너무 늘어나 제자리로 환원되는 자생력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시절에는 힘없는 근로자들을 정부가 지지함으로써 기업의 무소불위의 힘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고, 그를 통해 근로자들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오히려 힘센 기업 쪽을 편들고 힘을 보태줌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힘의 균형추가 일방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왠지 죽음의 기운이 엄습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더불어 밝게 살아가는 상생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몰아붙임으로써 편파적으로 억울함을 당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일 년 반 사이에 “감시당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지식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극단적인 예가 검찰에 의한 “이메일 검색”이 급증하고 있는 점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비해 몇 배가 넘는 예금계좌추적이 적법한 수사라는 명목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고, 아주 사소한 범죄 혐의만으로도 몇 년치 이메일에 대한 검색이 압수수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들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완전 까발려지고 있다.


이메일이나 인터넷의 장점은 보안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아이디와 비번이 보장됨으로써 타인의 간섭이나 침해가 배제된다는 것이 최대의 이점이다. 그런데 컴퓨터상의 내용들이 합법적 수사라는 이름으로 삭제된 이메일마저 복원되어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수많은 개인적 감정표현까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되고 분류되고 이용당함으로써 정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강한 위기의식이 느껴지는 것이다. 알고 있는 문인들도 술 한 잔 나누는 사석에서 하는 말이 글을 쓰는 것이 점차 두려워진다고 토로한다. 이러다 나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글을 쓸 때 움츠러든다는 것이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민주사회,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이 사회가 왜 이렇게 지식인들이 점차 두려움을 느끼는 사회로 변질되어 가는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정반합은 역사의 교훈이다. 정이 있으면 반이 있을 수밖에 없고, 다시 합을 이루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서민이 양산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부와 빈의 격차가 심해져 수평관계가 아닌 수직관계로 고착화되는 것 역시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지식인들이 자유로운 사상의 표현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야말로 가장 고약한 사회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재건축철거와 관련한 용산화재참사로 빚어진 다섯 명의 가난한 죽음이 사고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장례식을 치루지 못하고 있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원장이 임기를 남겨두고 사임하였다. 악화되는 인권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인권을 억압당하는 자가 있는데 억압하는 자가 현출되지 않고 있다. 아니 귀를 막고 있기에 대화 상대방의 자리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현실, 그게 슬프지만 2009년 한여름 태양이 뜨겁게 작렬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 뜨거운 태양열 사이로 느껴지는 차가운 한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냉장고 문을 열어 차가운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켜 보지만, 심장은 차가워지기는커녕 뜨거워지고, 뜨거운 가슴은 오히려 차가워지니, 이러다 내가 병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잠시 복잡한 생각일랑 접고, 에어컨 바람이나 쐬면서 친구 시인이 보내온 시집이나 읽어야겠다. 그래도 병나지 않고 살려면......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