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이의 어떤 하루-“2차시험 후에 대응했던 나만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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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이의 어떤 하루-“2차시험 후에 대응했던 나만의 자세”
  • 법률저널
  • 승인 2009.06.2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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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무 제39기 사법연수생 hmkim@cyworld.com

 

이 글이 나갈 때가 6. 26. 이니까 아마 모두들 2차 시험을 끝내고 제 짐작이 맞는다면 법률저널의 2차 게시판에서 올해 2차시험의 논점은 무엇인지, 어떤 학설, 어떤 판례를 써야 고득점 할 수 있는지, 올해는 어느 대학의 어떤 교수님이 출제위원으로 들어갔는지 등등의 확인되지 않은 온갖 설(說)들을 확인하고 있으실 겁니다. 사실 제가 그랬거든요...^^; 따라서 오늘은 때가 때이니 만큼 지난번에 이어 ‘2차 시험 후에 대응했던 나만의 자세’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전 군대 문제로 처음 본 재시가 마지막 시험이었기 때문에 2차시험 후에는 10월까지 ‘피를 말리며’ 놀았습니다. 그래서 이하의 얘기는 전적으로 제 주변의 이야기와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먼저 저와 같이 군대 문제라든가 아니면 더 이상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사회전선에 합류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잡는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지만 제 주변의 사람들을 보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하는 것이 수험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단축시키는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사법시험의 특성상 한번 미끄러지면 2~3년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마음을 다잡으시기 바랍니다. 물론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의 짧은 여행이나 휴식은 적극 추천 합니다.


다만 1차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이냐, 아니면 2차 중심으로 깊이 있게 공부를 할 것이냐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주변의 선배들을 보더라도 2차시험 공부를 하다가 10월 발표 이후에 1차시험을 다시 준비해도 고득점으로 합격하는 사람도 보았고, 7월부터 1차 시험만 공부해도 다시 떨어지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딱히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정답이 없다’라기 보다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결국 본인이 제일 잘 알 것이므로 다른 사람의 말에 현혹되지 마시고 신중하되 현명하게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무엇을 하든 수험기간 동안 자신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런 것을 공부하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민법이든 민소든, 헌법이든 행정법이든 ‘아 이건 그때 내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지’하는 그런 공부를 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저처럼 이번 2차시험이 마지막 시험일 수밖에 없는 분들은 합격자 발표가 날 때까지 적어도 ‘의미 있는’ 일을 해보시길 강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영어준비나 기타 취업에 필요한 준비를 하셔야 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평소에 고시공부로 인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이 시기가 피를 말리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가장 길게 주어진 휴가기간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를 되돌아보면 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피 말리며’ 한심하게 놀았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떨어지면 군대에 가야할 상황이었고, 제대하면 나이 서른에 도저히 다시 공부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 제 스스로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피를 말리며 노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시험을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었다면 저 역시 마음을 추스르고 공부를 했겠지만, 벼랑 끝에서 밧줄 하나에 의지하던 시기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벼랑 끝에서 누군가 절 건져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용돈은 벌어야겠기에 일주일에 3번 정도 동네 보습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마저도 전부 술값으로 날리면서 정말 하루하루 시한부 인생처럼 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만큼 제 인생에서 피가 마를 정도로 초조하면서 또 한심할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피가 마른다는 것이 어떤 심정인지 이미 느껴보신 분들도 계실 것이고, 이번에 재시를 보신 분들이라면 느끼시겠지만 그럴수록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2차시험을 끝내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시간, 합격한 후에는 연수원에 입소하기 전에 보낸 시간이 모두 제 인생에 가장 확실하면서도 자유롭게 그리고 여유롭게 허용된 시간임에도, 발표 전에는 불안감에 술로 지새우고, 발표 후에는 여기 저기 축하 속에서 술로 지새웠던 것이 가장 후회스럽습니다.


그럼 그 많은 시간을 무엇을 하며 의미 있게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는 무책임한 대답 같지만 역시 각자에게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경제적인 여유가 되는 사람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고, 아니면 이참에 배낭 매고 자전거나 도보로 무전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아예 작정하고 방안에서 그 동안 보지 못한 만화책이나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는 그렇게 추천할만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사실 많은 연수생들이 동감하는) 여행을 꼭 해보시라 강권하고 싶은데, 저 역시 처음에는 비용 문제나 혼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지쳐있어 만사가 다 귀찮았지만 그나마 지금에 와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행시 2차를 마친 선배와 함께 떠난 지리산 등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거창한 계획을 갖고 반드시 종주하리라 다짐을 하고 떠났지만, 역시 3년에 가까운 시간을 신림동의 독서실에서 푹 썩혀둔 저주받은 관절은 저희들의 종주를 그리 쉽게 허락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8시간의 등반 끝에 저희들의 한계를 깨닫고 산 속에서 1박을 하고 중간에 내려와야 했지만 그래도 그 기간 동안 가장 아름답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든 것 같습니다. 산행 당시 아픈 무릎 때문에 제 속력을 내지 못하고 다음 캠프로 이동 중에 해가 떨어졌는데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산속에서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 때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하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늦은 밤에 도착한 돌산에서의 추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돌산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실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경건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돌산에 앉아서도 “아 만약에 이번 시험에 떨어지면 여기서 죽어야겠다.”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그 때의 제 심정이 얼마나 피를 말렸는지는 아마 여러분도 곧 체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지나면 또 한 가지 경험하게 되는 것은 그런 피 말리는 기간이 정말 자신을 피 말리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복잡한 고민일랑 모두 떨쳐버리시고 이제 배낭을 매고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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