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 비밀보호와 수사권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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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비밀보호와 수사권 충돌
  • 배기석
  • 승인 2009.06.1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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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의뢰인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하여 변호사법에 “변호사 또는 변호사 이었던 자는 그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소위 비밀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에서도 의뢰인의 비밀공개와 관련되는 경우 변호사의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영미국가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에서 비닉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이라는 명칭으로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다. 이런 제도를 두는 이유는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하여 실질적이고도 충분한 조력을 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비밀보장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테러자금을 위시하여 검은 돈으로 지칭되는 각종 불법자금과 관련하여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법적규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앞서 본 의뢰인 비밀보호의무와 충돌하는 문제가 여러 국가에서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당초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 부과되었던 ?자금세탁 혐의 보고의무?를 자금세탁 거래를 알 가능성이 많은 회계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도 확대하여 위와 같은 보고의무를 부과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변호사들의 영업활동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다가 변호사 윤리와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각국 변호사단체들의 저항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유죄협상(Plea Bargaining) 과정에서 비닉특권을 포기하면 구형을 감하여 주는 수사실무에 대하여 법률가, 인권단체 뿐만 아니라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도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변호사협회(ABA)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회 하원은 2007년 12월 초당파적으로 비닉특권보호법(Attorney Client Privilege Protection Act)을 가결하였는데 이 법률은 연방검찰관이 법인에 대하여 기소할 듯 한 태도를 보여 비닉특권 포기를 유도하거나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2008년 8월 법무성도 종래의 수사관행이었던 비닉특권 포기 여부를 수사 협력의 판단 지표로 보지 않는다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각국의 대응을 살펴보면, 영국이나 호주는 변호사나 회계사 등 비금융종사자 들에게 까지 법적으로 보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돈세탁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캐나다의 경우 관련법이 제정되었던 적이 있지만 그 시행이 정지되었고 유럽 (EU) 변호사 평의회도 반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에도 위 법안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변호사연합회의 발의로 미국ABA, 유럽변호사, 캐나다, 스위스 변호사회와 공동으로 2003년 4월에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대하여 ?의심스러운 거래의 보고의무를 반대하는 국제 변호사 공동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국제적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 변호사 업계에서는 이 문제가 아직 현안으로 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국내의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변호사업계를 자금세탁 취약 분야 1순위로 꼽고 있고 나아가 제1단계로 변호사윤리장전에 자금세탁방지의무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변호사업계의 인식을 제고한 다음 제2단계로 자금세탁방지의무의 법제화를 추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우리 변호사 업계도 일본, 미국, 유럽 등 변호사 단체와 연계하여 위와 같은 반대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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