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보다 환자 위한 법·제도가 시급”
“의료전문변호사, 자문의와 관계 중요”
“아파도 진료 못 받는 일이 생기면 안 되듯 돈 없어서 소송 못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인재(사시 41회·법무법인 씨에스)의료전문변호사의 말이다. 이 변호사는 15일 법률저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의료사고 피해를 입은 환자와 가족을 위해 국가차원의 구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의료소송을 주 업무로 하는 의료전문변호사지만 의료관련 법률과 제도를 구축해 나가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이하 의변)의 구성 변호사로, 의료소비자시민연대의 자문위원장으로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변호사를 만나봤다.
의료문제 생각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이 변호사는 “의료인은 자신들이 과잉진료해서 중증 환자를 피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보험시스템을 도입하면 이러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라며 “입증책임전환으로 범죄인 취급을 받을 것이라는 의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가 이렇게 환자측 목소리를 내다보니 의료계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는 이 역할을 해야 한다”며 “내 가족이 의료사고를 당해 2,3년 걸쳐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이 제도의 필요성을 실감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사고가 나면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대적 가치를 형성하면 국회 통해 법으로 개정될 것이다”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필요성에 기반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의료사고 환자 구체책 없어 안타까워
또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의 응어리진 마음이 대리인에게 전이될 때 역시 안타까움을 표현할 수 없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형편이 안돼서 간병인조차 쓰지 못하는 가정을 볼 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는 이 변호사는 “가족의 구성원 모두가 병실에 묶여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사회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료사고로 식물인간이나 사지가 마비돼서 간병인이 필요한 경우, 또 보호자가 간병비를 도저히 낼 수 없는 경우에 국가가 간병인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통사고나 산재사고는 보험적용으로 구제 받을 수 있지만 의료사고의 경우 구제책이 전무하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보니 무료 변론이나 실비만 받고 변론해 주는 때가 많다. 그는 “아파도 진료 못 받는 일이 생기면 안 되듯 돈 없어서 소송 못 하는 경우는 없어야 하지 않겠냐”며 “구조공단에서 해택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에게 또한 구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변 역시 이러한 뜻을 함께하는 의료소송전문 변호사 36명이 모인 단체로 의료사고 피해자들 중 해당자에게 무료변론을 하거나 의료소비자를 위한 제도 개선에 노력할 계획에 있다.
의료전문지식보다 자문의와 신뢰 중요해
이 변호사는 의사 출신이 아니기에 주로 원고측 변론을 맡는다. 전문의보다 해당 분야의 의학지식은 부족하지만 승소를 위한 방향 제시는 구체적 케이스를 접한 변호인이 탁월하다는 설명이다. 임상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법적인 판단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소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전공했나보다는 자신을 자문해 줄 수 있는 전문의를 만나는 것이 관건이라고 이 변호사는 설명한다.
의료소송은 변호사 혼자서 해내기에 손이 부족한 분야다. 진료기록을 분석하고 번역해야 하는 일은 간호사의 힘을 빌린다. 의료 소송을 하는 법률사무소 가면 간호사들이 많게는 4~5명 적게는 2~3명 근무하는 것이 이런 이유다. 이들이 도움과 전문이의 조언으로 변호사는 전체적인 방향을 정하고 전략을 세운다. 이 변호사는 “자문의와의 신뢰를 쌓고 접근능력 및 해독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2005년 보건환경문제연구소를 개설했다. 그는 “앞으로 각 분야 전문의와 변호사, 의료계 교수 등과 의료 포럼 구성해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갈 생각이다”고 계획을 밝혔다.
성형수술 부작용 집단 소송, 첫 승소 이끌어
의료전문분야에 있어 집단소송이 가지는 의미를 물었다. 이 변호사는 “의료소송은 환경소송, 정보유출 관련한 소송과 달리 원고단을 모집하기가 어렵고, 모집했다하더라도 각각 환자마다 피해규모와 성격이 다르다”며 “손해의 범위가 일괄적일 수 없어 입증 과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모든 피해자마다 신체감정을 각각 받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소송의 집합인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승소했더라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크게 되지는 않는다. 큰 규모의 피해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 병원이 문 닫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집단 감염이라든지, 예방백신피해 등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역시 똑같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고 설명했다.
“배수진 치니 배짱 생겨”
이 변호사는 “시험의 늪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당시를 소회하며 “그 방법은 결국 하루 빨리 시험에 합격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때부터는 수험준비에 임하는 그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배수진을 치게 된 것이다. 그가 절실하게 수험에 임한 데는 형으로부터 생활비를 받아서 쓰는 마음 불편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분 생활비 35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싸다는 하숙집세 21만원을 제외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을 유지했다. 형편 때문에 수험생활이 길어지면 안 된다는 긴박함은 그에게 있어 약이 됐다. 초시에 낙방한 후 4학년 1학기 직전 휴학해 본격적으로 공부했고 이듬해 1차에 합격했다. 같은 해 2차에는 낙방했지만 다음해 2차에 합격했다. 수험기간이 짧은 축에 속한다.
이 변호사의 배수진 전략은 공부 뿐 아니라 사랑에 있어서도 진면목을 발휘했다. 2차 시험 응시 후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인 8월, 그는 수험기간 함께 응원해 준 아내와 결혼했다. “졸업도 안하고, 취직도 안하고 시험도 합격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결혼한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며 그는 소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 변호사는 2차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수험생에게도 그의 이러한 ‘배짱’넘치는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얼마나 잘 쏟아내느냐가 관건이다”며 “내가 어려우면 모두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을 갖으라”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헌법에서 과락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67점으로 수석했다”며 “본인의 생각과 채점기준은 다를 수 있으니 한 과목에서 느낌이 좋지 않다고 해서 불안해하지 말고 끝까지 자신감을 놓지 말라”고 강조했다. 시험 치르기 전에는 꼭 명상이나 기도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