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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저널
  • 승인 2009.06.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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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소환되어야 한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소환되어야 한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및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그는 마치 그림자 사라지듯 대한민국을 떠났다. 지난 3월 14일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회장에 대한 본격수사에 들어가자 그는 그 다음날인 3월 15일 유유히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는 대한민국으로 사실상 돌아오지 못할 流星 같은 신세, 流人이 되고 말았다. 아마 이명박 정권 중에는 귀국이 불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그는 지금 다음 정권 때도 자신이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호의호식했던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처지를 비통해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는 세상이 자신을 향해 휘두르고 있는 날선 검의 위기감을 느끼며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 제대로 밤잠을 못 이룰지도 모르고, 아니 어쩌면 두 다리 쭉 벋고 잘 잘지도 모른다.


그의 처지를 보면서 나는 문득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신세가 떠오른다. 김우중씨가 김대중 정권초에 정치자금을 비롯한 기업비자금 및 엄청난 분식회계 문제 등으로 한국을 도망치듯 떠나지 않았던들, 그가 그때 그냥 속시원하게 형사처벌받고 몰매를 맞았더라면, 한국의 기업가들에게 유독 선용되고 있는 사면권에 의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그는 다시 한 번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베트남으로 도피성 외유를 떠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고, 다 늙은 뒤에 귀국하여 8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지금 복역 중에 있다. 결국 그의 외국으로의 도피는 그 자신을 재기불능으로 만든 결정적 단서가 되고 만 것이다. 그때의 도피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것은 판단착오였을 뿐이었다. 3,40대 젊은이가 아니라 60대 후반의 그가 자신 앞에 기다려주지 못하는 세월을 실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가 베트남에서 오랜 도피생활 끝에 했다는 말, “타향살이 지긋지긋해, 나 이제 돌아갈래”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었던 때가 있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공소시효중지제도를 두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나중에 수사기관이 수사의지만 있다면 피의자가 귀국하면 그때 형사처벌 할 수 있다. 나는 왠지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그렇게 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상률, 그는 국세청 차장으로 재직하다가 2007년 11월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국세청장으로 임명되었다. 그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초대 국세청장으로 재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처세술 때문이었는지 능력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부지런히 2008년 7월부터 11월까지 박연차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하였고, 박연차씨를 탈세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였고, 그 수사선상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 결과되었다. 그는 아마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원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듯싶다.


그가 국세청장으로 재임하던 2008년 12월 25일 밤에 대구의 한 유흥업소에서 이명박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과 자리를 가진 것이 밝혀져 세간의 빈축을 샀던 때가 있었다. 그날 낮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과 포항 근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밤에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인 신기옥씨 등이 합석한 자리에서 술을 마셨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청와대에서도 그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내려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였다. 국세청장 경질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던 때였으니 유임청탁을 위해 그 모임을 가졌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그리고 그가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자신을 부탁하면서 건넸다는 3,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학동마을”이라는 그림을 투병 중인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그의 부인이 인사동 화랑가에 매물로 내놓으면서 또 다시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진실의 키를 쥐고 있는 그를 대검 중수부는 전혀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단지 인터넷 메일로 참고인 조사를 하였을 뿐이다. 물론 그의 인터넷 회신은 "Nothing"이었을 뿐이고. 그래서 세상은 참 재미있다. 김우중씨에 대해 김대중 정권이 수사를 하지 않았지만 노무현 정권 때 수사가 이루어졌던 것처럼,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해 이명박 정권이야 수사를 하지 않겠지만 그 다음 정권이 수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미래를 장담하는 것은 넌센스다. 나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은 철저한 확률게임이 벌어지는 전쟁터라는 명제는 변함이 없다. 수영선수가 물에 빠져 죽고, 등산가가 산에서 추락해 죽을 개연성이 높은 것은 확률 때문이다. 그래서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하지 않았던가?


국세청이 요즘 소란스럽다. 나주세무서의 김동일 계장이 국세청 내부 전산망에 올린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요지의 글로 인해 그가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음험한 힘의 중압감이 사람을 괴롭힌다. 그를 중징계한 것도 모자랐는지 광주지방국세청은 그를 다시 국세청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였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나서고 또 국민의 양심의 소리들이 들고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을 볼 때마다 나는 “바보”라는 단어가 문득문득 떠오르고는 한다. 바보가 아니면 멍청한 짓을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분쟁을 자주 일으키는 사람은 확실히 지능이 떨어지는 것이 맞다. 생각이 짧고 지혜가 부족하니 자꾸 분쟁을 일으키는 일에 앞장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발 앞을 내다볼 수 있으면 왜 분쟁을 일으키겠는가? 미연에 방지하고 말지. 지금 같은 세상에서 저 직원을 파면함으로써 세상이 조용해질 것이라고 믿는 “힘의 무지함”이 정말 무지몽매하다. 왜, 힘을 가진 자들이 힘을 절제할 줄 모르는지 모르겠다. 우스갯소리로 “조자룡 헌 칼 쓰듯이”라는 말이 있다. 조자룡의 도의 경지에 이른 창술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자의 녹슨 칼질에 빗대어 하는 말 아니겠는가? 조자룡의 창이 아닌, 그것도 새 칼이 아닌 헌 칼을 휘둘러 대니 제대로 베이겠는가? 상처만 덧나게 해 사람 잡을 뿐이지. 제발 헌 칼 좀 함부로 휘두르지 마라. 괜한 사람 다친다.  


국세청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 재미있는 일은 허병익 국세청장 대행이 위 파면사태를 확인코자 내방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대면한 자리에서 엉뚱하게 “한상률 당시 청장이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라고 밝힌 일이다. 증거법칙상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라는 것을 천명하는 것은 신뢰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에 대한 인식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이러한 일이 없었다라는 것을 신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부존재의 증명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항시 함께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양자 사이에서 시간적, 공간적으로 恒存하고 있던 사람이 아닌 사람이 없었음을 증명한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넌센스 같은 현상들을 보면서 느끼는 소회는 “아 그 사람이 참으로 급했구나”라는 직관뿐이다. 내가 한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게 인간일진대 어찌 함께 하지 아니한 자가 남의 일에 대하여 “영원한 부존재”를 장담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래서 남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소환되어야 한다. 왜? 그만이 자신이 한 행동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야 시끄럽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 나간다니 기분 좋다. 7회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으니 다 함께 즐거워할 일이다. 그러다 본선에서 전패하고 온다면 또 열 받겠지만, 에잇, 이왕 출전한 거 우리가 우승, 북한이 준우승하면 안 좋아할 사람 있을까? 꿈이라도 꾸고 살자. 내가 내 꿈꾸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꿈꾸려면, 우리 잠 좀 잡시다, 세상 조용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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