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의 업무와 여가 생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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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의 업무와 여가 생활에 관하여
  • 임정수
  • 승인 2009.06.12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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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변호사 법무법인 한승.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법조인이 업무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의 질과 양, 즉 노동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필자는 지난 주부터 8일 연속으로 새벽 2시 내지 늦게는 4시에 자고 아침 8시 20분에 사무실에 출근하는 생활을 하였다. 그 중 하루는 월드컵 최종예선 UAE 전을 보느라 취침이 늦었지만 다른 날은 잠들기 전까지 계속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축구를 보던 날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들어갔더니 전반전이 절반은 지나가서 박주영 선수가 골을 넣은 장면은 시청하지 못했다.


늘 이런 정도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변호사의 업무가 끝이 없고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대형 로펌에서 젊은 어소시에이트(associate) 변호사가 실제로 겪고 있다는 가히 살인적인 근무시간에는 못 미칠 것이다. 게다가 변호사의 업무는 의뢰인의 형편이나 법원, 검찰과 같은 국가기관에서 정한 일정에 맞추어야 하는 성격을 지니므로 시간적 안배가 되지 않고 짧은 기간 내에 몰릴 경우가 종종 있어서 어려움을 더하게 된다. 물론 변호사는 공직에 계신 분들과 달라 개인 따라 편차가 아주 많을 것이다.


필자가 경험한 판사의 생활 역시 노동 강도의 측면에서는 범인들이 함부로 흉내 내지 못할 정도는 된다. 법원의 판사 수를 늘이고 판결 간이화 등 여러 방안을 시도했음에도 판사의 업무가 대폭 경감되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우리나라 사법의 중심이라고 할 서초동 소재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건이 밀려서 소장이나 항소장 접수일로부터 5, 6개월은 족히 지나야 첫 재판기일이 잡히는 것 같다.


특히 판사의 주된 업무인 판결문 작성은 대단한 정신집중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런 만큼 단위 시간 당 누적되는 정신적 피로도가 다른 업무보다 훨씬 더하다. 오죽하면 ‘새벽기도 안 하면 목사 할 만 하고, 판결 안 쓰면 판사 할 만하다’는 우스개 가까운 말까지 생겼겠는가.


필자가 사법연수원생일 때 겨우 실무수습 정도로 밖에 경험하지 못한 검사의 업무가 과중한 것은 정평이 나 있다. 판사가 하루의 대부분을 아무도 찾지 않는 사무실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벗 삼아 일하는 것에 반하여 검사는 피의자, 피해자, 참고인 등이 수시로 언성을 높이며 싸움을 벌이다시피 하는 환경에서 조사를 하고 결정문을 작성한다. 사건 관련 자료의 분석과 법률적인 검토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피의자 등의 심리를 읽고 사무실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성, 권위 및 균형감각도 갖추어야 한다.


판사가 재판 및 판결 선고에 맞추어 1주일 단위로 시간 배분을 하는 것에 비하여, 검사는 월말 통계를 중심으로 1개월 단위의 생활을 한다. 검사는 극도로 바쁜 월말을 보내고 월 초에 잠시 한숨을 돌리고는 다시 월말을 향하여 업무에 돌입하게 된다. 혹시 검사실을 방문할 요량이면 가급적 월초를 택하심이 여러 모로 좋을 것이다.


그럼 법조인들은 어떻게 여가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할까? 법조인이라고 하여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유별난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짬을 내서 독서를 하거나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는 신앙생활을 통하여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또 음주가무에서 활력을 얻기도 하는 듯하다.


그래도 법조인의 생활이 기본적으로는 정신활동이 주가 되고 육체적 기능의 활용으로는 눈으로 글씨를 보고 손가락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정도이다 보니, 여가시간에 몸을 사용하는 스포츠 내지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여 정신과 신체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그 전에는 법조계 3대 운동으로 테니스, 골프, 등산이 꼽혔었다. 등산 예찬론자들은 ‘테니스는 체력은 길러져도 정신 수양이 안 되고, 골프는 그 반대이고, 등산은 체력 증진과 정신 수양에 모두 좋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사회상의 변화를 반영하듯이 지금은 법조인 중에서도 마라톤, 산악자전거 등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고, 다소 의혹의 눈길을 받으면서도 ‘댄스’를 하러 다니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하여간 필자가 보기에 법조인은 항상 혹사를 하는 눈과 손가락을 주로 사용하는 일로 여가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 수험생이나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필자는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오락만은 삼가자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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