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수업의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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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수업의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 성낙인
  • 승인 2009.06.0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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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교수.헌법학, 한국법학교수회장

 

한국형 법학전문대학원 소위 로스쿨이 이제 한 학기를 마무리한다. 로스쿨이 개학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법조인 자격을 부여하는 변호사시험법이 본질을 벗어난 예비시험 도입여부로 논란 끝에 겨우 통과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무엇보다도 변호사시험의 방향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로스쿨 학생들의 수학방향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로스쿨 강의가 종전의 학부 강의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도 그럴 것이 로스쿨 학생들이 졸업과 더불어 거쳐야 하는 변호사시험이 종전의 사법시험과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있기 때문에 사법시험 대비식 수업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자리 잡는다. 심지어 로스쿨 학생들이 신림동 고시촌 교재를 부둥켜안고 씨름하고 있다는 풍설이 난무한다.


로스쿨의 개설 취지는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적성을 살리면서 법학을 전공하도록 하는 데 있다. 즉 사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법적 문제를 자신의 학부 전공과 연계하여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상이 로스쿨 수업 현장에서 제대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학부를 졸업하고 비싼 학비를 감당하면서 로스쿨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자격을 취득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허망한 고등 룸펜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응시대비 합격률에 대한 어떠한 기준치도 제시된 바가 없다. 떠도는 풍설로는 80% 전후의 합격률을 보장하지 않을까 라는 정도다. 일본의 경우 30%대의 합격률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은 로스쿨 인가과정에서 준칙주의를 채택하였기 때문에 우리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우리의 경우 법조인의 과잉배출에 대한 우려로 인하여 로스쿨 학생수의 엄격한 국가통제를 전제로 출발했기 때문에 그 통제의 틀 속에 들어온 학생들은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대, 치의대, 한의대, 약대와 같이 국가가 입학정원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대신 졸업생은 대부분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매커니즘이 작동되어야 한다.


변호사시험을 로스쿨학습과는 별개의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1학기가 끝나면서 학생들은 로펌에서 변호사실무수습을 이수해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가히 실무수습을 받고 있다가 정작 변호사시험에서 낙방이라도 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수업진행방식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교수의 인도 하에 토론이 활성화되고 그 토론에 기초하여 새로운 논의의 틀을 구축하는 것이 로스쿨 설립취지가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미국 로스쿨에서 작동되고 있는 문답식 수업을 진행할 정도로 한가하지가 않다. 변호사시험의 공포가 계속되는 한 문답식 토론이나 즐기는 강의 분위기에 학생들이 안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외우고 또 익혀서 종전의 사법시험과 유사한 변호사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3년을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변호사시험이 사법시험에 준하는 한 로스쿨 신청과정에서 각 대학마다 미사여구로 치장한 특성화는 허무 개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성화 프로그램은 기본법을 충실히 이수한 전제 하에서 특별법분야를 심도있게 학습함으로써 장차 법조인으로서 그 방면의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에서 이와 같은 특성화 과목은 아예 빠질 수밖에 없고 사법시험의 필수과목인 7법이 공법, 사법, 형사법으로 무늬만 바꾸었을 뿐 그 속에 헌법, 행정법, 민법, 상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을 포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성화 프로그램에 충실하게 참여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변호사시험과목도 경량화하고 그 출제도 경량화하지 않는 한 변호사시험은 또 다른 사법시험으로 전락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로스쿨 학생들이 편안하게 3년의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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