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누가 첫 번째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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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누가 첫 번째가 될 것인가?
  • 법률저널
  • 승인 2009.06.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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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시국이 어수선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간의 힘겨루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서울대학교 120여명의 교수가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다른 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선 후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교수들의 염려가 시국선언에 담겨져 있음을 보며,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혼란에 빠진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와 서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번 사건 수사를 총지휘한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국민께 사죄 드린다”는 사과의 말과 함께 사퇴하였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인적 쇄신과 잘못된 정책들의 방향전환을 요구하는 당내 쇄신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반면 이에 대처하는 청와대의 방어의 벽은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쇄신파의 요구 앞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의원이 결국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2선으로 후퇴하겠다고 공식선언을 하고야 말았다. 그 말의 진정성이 얼마나 담보될지는 모르겠다. 한 번도 그가 1선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었음에 비추어 그러하다. 그는 언제나 2선에서 지금의 분란을 조장해 왔기에 여전히 2선 후퇴를 하겠다는 말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켜볼 일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무기개발이 공공연한 현실이 되고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으로 불과 25세에 불과한 김정운이 후계자로 떠오르면서 그를 둘러싼 파워게임이 북한내부에서 시작되고 있다. 후계구도를 둘러싼 내부문제를 외부문제로 해결하려는 듯 북한의 대남 · 대미 강경정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러다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심리가 국민들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고, 일부 보수언론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진보진영의 세력 결집과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억제하려는 의사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남북긴장관계를 대서특필하여 국민의 시선을 돌려놓으려고 하고 있다.


세계적 공룡자동차기업인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사가 제 스스로 무너져 파산에 들어갔고, 세계 경제의 앞날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사이로 세계 최대 투자은행으로 글로벌 금융서비스업체인 모건스탠리의 주식을 대량매입한 중국의 차이나 달러가 미국 경제를 휘젓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전무에 대한 전환사채 포기방식을 통한 삼성 지배권 편법승계에 대한 형사재판은 13년간의 송사 끝에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관 13명 중 변론을 맡았던 이용훈 대법원장과 수사를 맡았던 안대희 대법관이 제척되는 바람에 11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전원합의부에서 6대 5로 무죄선고를 하였다. 촛불집회 참여자에 대한 재판간섭이 문제되어 윤리위원회로부터 부당한 재판관여로 결론내려져 사퇴 압력을 받고 있던 신영철 대법관은 무죄에 한 표를 던졌다.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하며 수사지휘를 하였던 안대희 대법관이 만일 제척되지 않았다면 판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신영철 대법관이 부당한 재판관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진즉 사표를 내었다면 그 결과는 또 어떻게 되었을까? 참여연대 및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대법원의 삼성의 지배권 편법승계에 대한 무죄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재벌 앞에 무릎을 꿇은 통탄할 일이라며 비통함에 빠져 있다. 아무리 양보한다고 하여도 형법상 유죄가 되어야 할 사건으로 판단되는데도 어떻게 대법관들이 무죄에 손을 들어주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후 이를 포기하는 방법을 통해 재벌기업들의 지배권 편법승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걱정스럽기만 하다.


역사의 가정은 무의미할지 모르지만, 뚜껑이 열린 역사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무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현 시국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답답함으로 우리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왜 이리 마음이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것일까? 이러다 다시 내 아들이 거리에서 민주주의사수를 외치며 가두투쟁을 벌여야 하는 비극적 사태가 올까봐 겁이 난다.


처음이 갖는 상징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왜 현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평범한 농사꾼”으로 살아가게 놓아두는 지혜로움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던지고 있다.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들의 비극적 종말을 끊는 첫 번째 대통령”으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상당히, 아주 상당히 갖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왜 그렇게 살아가도록 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현 정부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정말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조차 한다. 현 정부의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함께 한 번 생각해 보자. 설사 노무현 그에게 약간의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퇴임 후 평범하게 살아가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면, 이명박 현 대통령도 퇴임 후 평범하게 살아가는 두 번째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면 그 속에서 아름다운 관행이 쌓이게 되고, 퇴임한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되고, 사회 원로로서 권위를 인정받게 되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선한 순구조로 나아가겠는가 말이다. 그 일을 통해 전직 대통령들이 우리 일반 국민들 가까이에서 이웃집 아저씨처럼,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지혜로운 인디언 추장처럼 등대구실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전히 비극적 종말을 고한 현재까지의 마지막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그 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국가 이미지는 세계적으로 실추되고 말았다. 그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그의 공과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또 수많은 국민들은 진정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와 근심으로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을 염려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명박 정부에 날을 세운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를 진심으로 염려하며 잘 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3년 반 후 퇴임할 때 비극적 종말을 맞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어야 할 무거운 운명의 십자가를 지게 되었다. 2선으로 물러난다고 공식선언을 하였지만, 이상득 국회의원을 둘러싼 끊임없는 잡음을 비롯하여,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비케이 사건과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의 각종 비리를 비롯한 수많은 의혹들로부터 과연 퇴임 후의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자유와 개방이 아닌 통제와 폐쇄 쪽을 향하고 있는 듯 하여 앞으로 사태가 더욱 꼬여갈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을까? 이승만 전 대통령은 그 전날 있었던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 앞에 무릎을 꿇고 하와이로 망명하였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6 · 29 선언을 이끌어내었던 근저에도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현 정부는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정책변환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 대통령 중 누가 퇴임 후 사법적 잣대에 의해 심판받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누군가는 그 첫 열매가 되어야 한다. 불행한 우리 현대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누군가가 그 첫 단추를 꿰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첫사랑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나는 그 첫 단추를 꿰는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환하게 미소짓는 나라에서 살고 싶을 뿐이다.


임기가 3년 반 남은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부터 잘 하면 충분히 첫 단추를 잘 꿰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브레이크를 제때 밟고 핸들을 제때 꺾기를 바란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거울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며 나라도 첫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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