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사건과 법의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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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사건과 법의 지배
  • 김영수
  • 승인 2009.05.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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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지난달 서울지방법원은 미네르바 박씨에 대하여 글에 과장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서술이 있었지만 “고의가 없거나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판결을 하였다. 변호인들조차 무죄 예상을 하지 못한 이 판결이 비판적 여론에 대한 정부의 무분별한 대응에 일단 제동을 건 것은 분명 평가할 만한 일이나, 법원이 미네르바 재판의 빌미가 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대하여 기각결정을 한 것은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긴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제정된 후 거의 50년간 단 한 번도 적용되지 않고 사문화(死文化)되다시피 한 전기통신기본법 법률조항이 촛불집회, 미네르바 사건, 그리고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재판권 침해 논란을 거치면서 화려하게 부활한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50년간 단 한 번도 적용되지 않은 이유와 동일하다. 그것은 한편으론 ‘법의 지배’가 아니라 전적으로 법집행자의 의지에 의해 그 적용여부가 결정되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론 문제가 된 법률조항의 규정이 너무나도 불명확하고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법치(法治)가 아닌 법집행자의 자의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 동안 넘쳐났다. 최근 법률신문이 ‘법의날’ 기념으로 변호사, 법학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조차 응답자의 79.5%가 검찰의 미네르바 수사가 정부 비판적 의견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법치주의의 퇴보가 우려된다는 응답을 하였다고 한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문제의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역시 여전히 많은 법률가들이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그 지적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법치국가의 원리로서의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에 근거하여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하는 경우 법률이 그 범위를 명확하게 확정해야 하고, 법원이 공권력의 행사를 심사할 때는 법률이 그 심사의 기준으로서 충분히 명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공익’의 개념을 보자. 오늘날과 같이 가치의 다양화, 가치상대주의가 풍미하는 시대상황에서는 규준적인 보편적 공익의 존재에 대한 정의는 거의 불가능하다. 당장 우리 헌법만 보더라도 ‘공익적 가치’,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헌법수호’, ‘공공의 안녕질서’, ‘공공필요’,‘주민의 복리’,‘환경보전’,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 등 공익적 가치를 표현하는 법적 개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공익’은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모든 것을 지배하는(vague, impalpable but all-controlling)" 개념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허위의 통신’을 검찰의 견해와 같이 ‘허위사실의 유포’로 해석하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 오히려 연혁적으로나 법체계적으로나 ‘허위의 통신’은 허위의 사실이나 내용을 유포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假裝) 통신’ 즉 가짜 명의로 통신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허위사실의 유포와 이로 인한 해악을 제거하는 문제는 각각의 해석과 다양한 의견을 허용하는 열린 토론을 통한 표현의 자유의 확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허위의 표현’에 대한 최선의 답은 이의 ‘금지’가 아니라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역사적 경험들에 비춰보면 각종 유언비어나 허위사실의 유포행위는 오히려 억압과 독재의 시대에 진실을 말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입헌민주주의국가에서 더 이상 ‘허위사실유포’를 금지하거나 처벌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미연방대법원 판사를 지낸 홀리버 웬델 홈즈 판사는 “언론의 자유의 가치는 ‘논리’에 있는게 아니라 ‘경험’에 있다‘라 한 바 있다. YTN사태, KBS PD수첩,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교체, 미네르바 사건.. 우리가 경험하는 언론의 자유와 관련한 현실의 모습이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과연 어떠한 결정을 할 것인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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