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불쌍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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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불쌍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한 마디
  • 법률저널
  • 승인 2009.05.15 10: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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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나 보다. 지난 100여 일 동안 그와 그의 부인, 그의 아들과 딸에 대한 집중적, 전면적, 강도 높은 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도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을 대통령”에서 “당신도 어쩔 수 없는 부정한 돈을 받아 쓴 대통령이었구나!” 하는 자괴감에 사로잡히거나, “당신이라고 안 받았겠어?”에서 “그럼 그렇지, 당신이라고 별 수 있어!”라고 고소해하거나 통쾌(?)해 하는 두 부류로 나뉘는 듯하다. 물론 일부 국민들은 “나는 독야청청하는데 당신은 비리로 얼룩져 있었구나!” 하는 절대선의 잣대로 그를 바라보며 비난하기도 할 것이다. 


여론도 그를 하루 속히 구속시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견해와 구속해서는 나라 망신만 시킬 뿐이라거나 전직 대통령에 대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 있으니 불구속상태에서 재판받게 해야 한다는 견해로 나누어지는 듯하다.


나는 오늘 새벽 문득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으로 불쌍한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가 정말 불쌍하게 느껴져 눈물이 핑 돌았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얼마나 가난했으면 자식들의 집 한 채를 사 주겠다고 기업체 사장에게 돈의 용처를 밝히고 송금을 부탁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저렇게 가난할진대,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의 가난을 탓하며 누군가 가진 자에게 동정을 구하거나 통사정하고 있을 수많은 어려운 국민들이 있을 것이 생각나 슬펐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야 그래도 권력을 조금이라도 가졌기에 돈을 건네주는 기업가가 있었겠지만,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이야 누가 손을 내밀어 도와주려 하겠는가?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있다고 해도 고리대금업자들이나 나설 것이고, 그들은 오히려 고리로 서민들의 피멍 든 돈을 갈취해가는 대상쯤으로밖에 여기지 않지 않겠는가? 물론 어려운 사람 심정은 어려운 사람이 안다고,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는 이들도 더러는 있겠지만, 함께 가난하니 힘이 된들 얼마나 힘이 되겠는가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돈의 출처를 밝혀 송금을 부탁했던 것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예전의 수많은 전직 대통령들이 어디 돈의 용처를 밝혔을까? 아니면 돈의 액수를 밝혔을까...... 아마도 그냥 “어때요, 이 회장, 요즘 사업 잘 되신다면서요?”라거나 “아니 정 회장, 그 어디 공장허가 났다던데......”라고 말꼬리만 흐려도, 아니 그냥 혼자 중얼거리기만 하여도 제 스스로 알아서 뭉칫돈이 굴러들어오지 않았을까? 소위 알아서 기었던 시대, 시류에 영합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 그때는 1억 원만 가져도 강남에 아파트를 한 채 사고도 돈이 남았었다. 지금 강남에 그저 그런 30평대 집을 한 채 사려고 해도 10억 원, 적어도 5,6억 원은 가져야 하는 것에 비하면 그때의 화폐가치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높고 컸을까? 부정부패의 절대금액에서도 상상을 초월하고, 상대적 화폐가치로도 단위수가 절대적으로 달랐던 그때의 부정축재 금액에 비하면 아들의 집 한 채를 사 주겠다며 소박하게 돈의 용처를 밝히면서 대기업의 서열에 이름도 올려놓지 못하는 지방의 한 기업가에게 송금을 부탁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초라하다 못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그 금액도 서민들의 입장에서야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금액이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 정도의 금액 을 가지고 쩔쩔매고 있었다니 얼마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초라하고, 대한민국의 국민이 불쌍하냔 말이다.


노무현, 인간 노무현에 대한 지지와는 별도로 그의 서민정책과 대북정책을 지지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박연차스캔들에 휘둘리고 있는 그를 보면서 경제적으로 가난한 노무현 대통령이 한없이 불쌍해지는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다. 옛말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 어렵고 별 볼일 없는 집안에서 인물이 나서 출세를 하는 경우를 두고 일컫는 말이다. 옛날에야 관직에 진출할 경우 위와 같은 말을 자주 썼겠지만, 요즘 같은 자본주의시대에서야 돈을 제일 많이 벌어야 그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돈, 돈, 돈 하면 속물근성일 뿐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돈을 내어 놓지 않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 버릇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설교를 하는 목사님일지라도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불우이웃을 돕지 않으면, 가난한 교우를 돌보지 않으면 그 목사님을 존경하지 않는다. 혼자 호의호식하고 비싼 외제차를 교인이 사 주었다고 해서 얻어 타고 다니면서 입으로 번지르르한 설교를 늘어놓더라도 그 목사님의 말씀에서 예수님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 호주머니에서 무언가 나오지 않는 사람의 번지르르한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말이다. 돈을 내어놓아야 할 자리에서 돈을 내어놓지 않고 말만 늘어놓는 그 사람에게서 솔선수범이나 남과 나누고자 하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에 별로 신뢰를 보내지 않는 편이다. 그럼 박연차회장을 믿어야겠네 하고 되묻는다면, 허걱,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나 그 말이 아님은 독자들이 잘 알 것으로 믿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착잡하다. 이승만 대통령은 4.19의거로 미국으로 쫓겨나고, 장면 내각은 5.16군사정권의 쿠데타로 쫓겨나고,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부하에게 시해당해 절대독재권력에 종지부를 찍고, 12.12사태와 5.18광주민주화투쟁을 총칼로 진압하고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 대통령은 친구인 노태우 대통령에게 잘 승계하여 잘 지낸 듯하더니 노태우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권력을 잘못(?) 넘겨준 후 덤으로 노태우 대통령과 함께 반란죄의 수괴라는 죄명으로 교도소 가고,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들은 교도소를 가지 않고 아들들이 뇌물을 먹었다는 이유로 아들들만 교도소를 보내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정말 수치스럽고 분통 터질 일이 아닌가? 어쩌다 대통령들이 퇴임하면 어김없이 줄줄이 교도소를 향하는지 정말 심란하다 못해 꼭지가 돌 일이라고 국민들이 공분하지 않겠는가? 누군가 이 전 국민을 심란하고 분통 터지게 만드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말 외국에 나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하며 어깨를 펴고 활보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정말로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대한민국을 웃기는 나라, 짬뽕보다 더 잡탕인 나라라고 할 것이며, 우리 국민들을 웃기는 나라의 국민들이라고 조롱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아마도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자신들이 교도소를 가지 않은 것은 김영삼 대통령은 아무리 미워하고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해도 수십 년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들었던 김대중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었기 때문이고, 김대중 대통령 역시 대북송금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노무현 전직 대통령이 교도소를 가야 될 차례인가 보다. 검찰이 정중동, 숨고르기 상태에 들어서고 있다.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대가를 꼭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공무원의 직무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유로 포괄적으로 뇌물의 성격을 띤다면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인데,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걸쳐 포괄적 권한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돈을 받으면 포괄적으로 뇌물죄가 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포괄적 뇌물죄는 “형님, 동생하는 사람들 사이에 적용되는 범죄 아닌 범죄”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싶다. 어쩌면 포괄적 뇌물죄는 죄 아닌 죄를 형벌로 처벌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처벌일지도 모른다. 뇌물과 직무의 특정성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인정하고 있으니 어쩌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좀 가난하게 살았던 것처럼 자식들도 좀 가난하게 살도록, 그냥 가난하게 살도록 마음의 짐만 내려놓았더라면, 그래서 박연차의 돈을 받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 해본다. 하지만 어쩌랴, 부모의 마음이 자식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음을, 안타까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자식 키우는 나도 잘 알고 있으니 이 일을 어쩌랴.


그러나 죽은 권력을 향해 쥐 잡듯이 오만천지를 들쑤시며 의기양양해 하는 검찰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은 것은 사실이고, 다음 권력은 어떻게 되나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 어찌 되었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 불쌍하다, 참 불쌍해, 그러니 정치를 잘해 권력을 잘 물려주었어야지요, 안 그래요?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고 그냥 진실을 다 말해 버리세요. 천지가 개벽할 모든 진실을......


하지만 세상 모든 불쌍한 사람들, 힘냅시다, 힘내요, 그래도 살아야 하잖아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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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소 2017-05-13 16:01:31
기사 하단이 일부 수정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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