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이 되면 좋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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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이 되면 좋은 점
  • 임정수
  • 승인 2009.05.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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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변호사 법무법인 한승,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금년 3월에 로스쿨이 개교함으로써 법조인 양성제도가 획기적으로 달라진 것은 이제 진행형의 현실이다. 다른 많은 기성 법조인들과 마찬가지로 필자도 ‘모교’를 잃어버린 신세가 되었지만 새로운 제도가 순조롭게 자리 잡고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우리 사회에 큰 도움이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이러한 일대 전환기에서 ‘과연 법조인이 되면 어떤 좋은 점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청춘을 걸고 고시공부에 매달렸고 대학 졸업 후 3년제 로스쿨로 진학하는지’를 한 번 짚어보는 것도 제법 의미가 있겠다. 법조론 혹은 법조윤리 과목의 교과서나 논문에서 언급될 고상한 내용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소박한 관점에서라도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가지기를 원하는 3가지 세속적 가치로 ‘부·명예·권력’을 꼽는다. 정신적 가치를 먹고 사는 성직자도 아니요 교육자도 아닌 지극히 세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법조인은 얼마나 많이 이러한 가치를 누리고 살까?


먼저, 부(富)에 관해서 보자. 아마 2~30년 전에 변호사를 하신 분들까지는 특별한 예외가 없었다면 제법 재산을 축적할 기회를 가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지금은 변호사 사무실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가 절실하게 들릴 정도로 변호사업을 통하여 거부를 일구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제법 큰 법무법인이라고 하더라도 웬만한 중견기업의 매출을 따라가지 못한다. 판·검사와 같이 공직에 계신 분들은 돈 버는 업무를 하시는 것이 아니므로 아예 논외로 할 일이다.


다음으로, 명예(名譽)는 어떤가? 이 대목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변호사보다 공직에 계신 판·검사님들이 압도적으로 더 누리시는 바가 있다고 하겠다. 법조비리다, 유전무죄다, 법정난동이다 등의 부정적 소식이 가끔 들려오더라도 현직 판·검사들은 공의(公義)의 상징이요, 가정과 가문의 영광이다. 또 조만간 은퇴한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수터 대법관처럼 공직을 마치고 낙향이라도 한다면 틀림없이 고향 사람들의 자랑과 존경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가 다원화되고 가치관이 다양해지면서 법조인이 누리던 명예도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끝으로, 법조인은 권력(權力)에 얼마나 가깝고 이를 잘 향유하는가? 판·검사님들이 국가권력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원래 군주(君主)가 행사하던 평시의 최고권력인 재판권을 법조인들이 담당하고 있으니 대단히 자랑스러워해도 좋겠다. 변호사들도 아주 무력한 것은 아니다. 변협과 변회를 통한 압력단체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국회의원 중에는 변호사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급부행정이나 기타 현대적 행정의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국가의 권력이 행정권 중심으로 옮겨간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행정부가 쓰는 예산과 사법부 예산을 비교해 보더라도 그 차이가 현저하다.


그럼 이와 같이 따지고 보면 법조인이 누리는 부·명예·권력이 ‘별것도 아니데’ 왜 법조인이 되려고 하는 걸까? 그 답은 사실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들 각자의 가치관과 포부에 따라 얼마든지 답이 달라질 것이고, 이러한 각자의 생각이 통념보다 훨씬 중요할 것이다.


하여간 법조인은 제법 좋은 직업이고 적어도 나쁘지 않은 직업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법조인이 되면 앞으로 걸을 긴 인생의 여로에 있어서 좋은 출발을 하는 것이다. 위에서 본 3대 세속적 가치가 부스러기일망정 아직 어느 정도 허기를 달래줄 정도는 되지만, 그것보다는 세상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법조인은 업무를 통하여 남들의 욕심, 분노, 무지로 인한 잘못을 접하면서 그 해독을 깨닫게 되고, 직업적으로 재산이나 신체의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을 거의 할 필요가 없으니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위험에 덜 노출되는 것이다. 지성을 갖춘 좋은 동료들이 있는 것도 큰 자랑이고.


좋은 출발을 했더라도 끝이 창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각자 하기 나름일 것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자. 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자. 유감스럽게도 이런 정도가 필자의 지식이 닿는 ‘좋은 출발 후 행동지침’의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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