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판결로 확인된 로스쿨 선정의 난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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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판결로 확인된 로스쿨 선정의 난맥상
  • 법률저널
  • 승인 2009.05.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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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병운 홍익대 교수·법학

 

잠시 가라앉았던 로스쿨 선정의 공정성 시비가 다시 불거졌다. 조선대가 제기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소속 교수가 로스쿨의 선정과 정원 배정 절차를 주관하는 ‘법학교육위’의 위원으로 참여한 전남대에 대한 로스쿨 인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로스쿨이 이미 개원된 상태라 인가 처분 취소로 야기될 학생들의 피해를 우려하여 전남대의 로스쿨 인가를 유지하는 ‘사정(事情) 판결’을 내렸다.


만약에 두 사람이 빵 하나를 나누어 먹는 경우에 한 사람이 나누고 자신의 몫까지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상대방의 반발은 어쩌면 당연하다. 즉 이해관계가 얽힌 어떤 사안에 대한 결정은 공정성이 그 결정의 정당성의 근거가 된다. 재판에서도 이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담당 사건에 이해관계가 있는 판사를 재판에서 배제하는 제척, 기피, 회피 제도를 마련해 놓았다. 같은 이유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도 “본인 또는 그 배우자가 심의 대상인 대학 또는 대학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에 재직하고 있는 경우” 등을 제척 사유로 규정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의 로스쿨 선정 관여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학교육위’에 인가 신청이 예정된 대학 교수들이 4명이나 참여한 것은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다. 당시 교육부 장관은 그 교수들이 덕망 있는 사람들이어서 별문제 없을 것이라는 말로 공정성에 대한 의문 제기를 묵살하였다.
그러나 그 위원들은 평가 기준을 사후에 추가하는 것은 물론 심사 과정에서는 합숙회의까지 하며 소속 대학의 심사에 직간접으로 깊숙이 개입하였다. 이번 판결도 전남대 교수가 예비인가 대학 선정 및 대학별 정원 심의 및 의결 회의에 관여한 것은 제척 조항에 저촉되어 위법한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법률 전문가인 그들이 공정성에 관한 최소한의 ‘상식’조차 저버린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에서 문제의 위원이 경쟁 관계에 있는 대학의 심사에 참여한 부분은 제척 조항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지만 그 역시 탈락한 경쟁 대학의 처지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결국 로스쿨 선정과 정원 분배 결과에서 불공정성에 대한 우려는 대체로 들어맞았다. 위원이 재직하고 있는 서울대, 전남대, 경북대, 이화여대는 로스쿨 인가를 받은 것은 물론 그 정원도 150, 120, 120, 100명을 할당받아 다른 대학과 비교할 때 현저한 혜택을 보았다. 예컨대 전남대가 받은 이익은 법학교수확보 및 시설 등 원래 교육부의 객관적 기준에서 별 차이 없던 같은 지역의 조선대를 탈락시켜 얻은 반사적 이익이다.


또한 총입학정원이 2000명으로 한정되어 있고 그 졸업생의 70~80%가 변호사가 된다는 로스쿨에 여성만을 입학시키는 이화여대 경우, 당연히 제기되었을 법한 헌법상 평등권 위반에 대한 논란도 없었다. 과연 그와 같은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가 불기피할 만큼 우리나라 여성이 법조인 선발에서 차별 받아 왔으며 ‘남녀평등은 오로지 여성법조인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란 말인가. 이와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 때문에 그 문제의 위원들이 로스쿨 선정과 정원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는 비난이 계속되어 왔다.


설상가상으로, 그 로스쿨 선정 절차에 대해서는 청와대 비서관 개입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한 대학이 혜택을 보았다는 설, 처음 탈락한 대학이 정치적 고려로 다시 선정되었다는 설들도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로스쿨의 문제점을 인식했으면서도 지금 그것을 다시 건드리면 문제가 더 커진다며 가급적 문제를 회피하려는 현 정부의 태도다. 문제투성이의 로스쿨을 잉태시킨 노무현 정부도 문제지만 그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하는 현 정부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 정부가 그런 위법·부당한 결과를 수수방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입버릇처럼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것도 매우 어색해 보인다. 이제라도 정부는 부당하게 탈락한 대학들을 구제하는 절차에 착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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