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의 로스쿨 생활과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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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의 로스쿨 생활과 다짐
  • 법률저널
  • 승인 2009.05.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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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연 고려대 로스쿨 1기, 30세. 신장·지체장애 2급

 

저는 학부에서 물리와 수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하다 자퇴 후 현재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저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결정할 때, ‘그 일의 재미’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왔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면서 재미있다고 느낀 물리를 학부에서 전공하였고 학부에서 수학의 해석학분야에 매력을 느껴서 대학원에서는 수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건강이 좋지 않은 관계로 몇 년씩 휴학을 하게 되면서 누구도 알지 못한 사실을 밝혀내어 논문을 써야만 인정받는 수학공부를 건강을 지켜가면서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로스쿨제도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가족들의 권유도 있고 하여 작년 초부터 조금씩 준비하여 로스쿨 장애인 특별전형에 지원하게 되었고 지금의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에 법을 전혀 공부한 적이 없는 저로서는 과연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학비전공자라 하더라도 교수님들의 강의와 강의안을 충실히 공부하면 힘이 들더라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4년간 법학을 배우고 온 분들에 비하면 그 이해의 깊이나 생각의 폭은 아직 많이 부족하겠지만 다양한 법학논문을 읽거나 학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스스로의 노력으로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다고 느껴집니다. 특히 공학도이면서도 인문과학이나 문학서적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꾸준히 해 온 점이 법의 바탕에 놓여 있는 이념이나 취지를 이해하고 짐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법을 외워서 공부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던 저로서는 법이 물론 어느 정도는 외워야 할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여기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오히려 상당한 재미를 느끼며 즐겁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단은 법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법조인이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제 자신이 기초도 안되어 있는 법조인으로서의 저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단순히 3년 뒤에 변호사 자격을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닌 법을 학문으로서도 진지하게 공부할 것입니다. 아직 제가 법조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졸업 후에 무엇을 하겠다라는 뚜렷한 계획은 세우지 못했습니다. 다만 저 자신이 장애를 이유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전혀 다니지 못하고 검정고시로 마친 사람으로서 장애나 기타의 이유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법지식을 활용하여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을 뿐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앞으로 법학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되어 갈 때, 그때 제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로스쿨에 약자를 돕겠다거나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큰 포부가 있어서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 건강과 변호사라는 직업이 저에게 줄 수 있는 만족도 등을 주로 고려하여 이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의 행복이 남의 행복이 없이는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빈부격차가 심하여 치안이 불안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부자들의 집 앞에 무장한 경비원들이 보초를 서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합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낮에 밝은 햇볕 아래서 마음 놓고 동네 산책을 할 수도 없는 삶이라면 어찌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나 이외의 사람들도 어느 정도 행복을 누리고 살아갈 때만이 나의 행복도 안전하고 마음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논리에는 타인의 행복을 내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길 가능성, 어려운 상황에서 남을 도와야 할 근거의 제시라는 측면 등에서는 미흡하지만 평등이라는 이념의 실현에 있어서 인권이나 인간의 존엄 등에 비해 좀 더 현실적인 보충적 근거로서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와 남을 함께 위하는 것에 대한 더욱 설득력 있는 근거를 깨우쳐서 제가 배울 법을 통해 나와 남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마음가짐을 기르고 싶습니다. 아울러 삶과 학문에서의 진선미에 대한 추구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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