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법학교육의 장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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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 법학교육의 장래
  • 성낙인
  • 승인 2009.05.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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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교수.헌법학,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개원이 반학기를 돌아서면서 현재진행형의 로스쿨 강의와 미래의 로스쿨 강의에 관한 몇 가지 단상을 그려본다.


첫째,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의 대학원 강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 같이 고민해 왔고 그에 대한 대안도 여러 가지가 제안된 바 있다. 그런데 막상 로스쿨을 개학하고 보니 어떤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은 최소화되어 가고 있다. 즉 미국식 소크라틱 매소드에 일방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게 우리의 법학 현실이다. 성문의 법전과 그에 입각한 추상적 이론 체계를 정립하고 있는 소위 대륙법계에 속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사례 중심만의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은 추상적 이론 체계의 습득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감지한다. 그 사이 로스쿨 교재를 편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에 비추어 본다면 기존의 법학 교재와 본질적 상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즉 추상적 이론체계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판례와 질문을 가미하는 형식이다. 이는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바로 로스쿨 교육에서 60년을 이어온 한국법학의 학문적 성과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학문적 연구 성과를 토대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한다는 의미이다. 로스쿨로 법학교육에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날 듯한 야단법석은 필요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둘째, 강의실 현장에서의 변화다. 지금 1학년은 일부 선택과목을 제외한다면 공법, 사법, 형사법으로 이어지는 많은 전공필수과목 이수에 정신이 없다. 학부강의에서는 너무 많은 수강생, 수강 철회 가능성, 학부생 특유의 자유분방함으로 인하여 강의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수업 현장이 때로 신경에 거슬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로스쿨에서는 소수의 수강인원에다가 대학원생 특유의 안정감이 더해져서 수업 분위기는 매우 좋은 편이다. 또한 소수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에게 한국의 법학과 법조계의 내일을 맡겨도 충분히 잘 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면 너무 이른 기대는 아닐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로스쿨교육에 대한 만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바란다.


셋째, 우려했던 법학 이수자와 비법학 이수자 사이의 격차도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로스쿨 입학이 비교적 빨리 결정되었고, 2월에는 전국적으로 프리로(pre-law) 과정도 있었던 덕분인지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입학한 결과로 보여 진다. 일본에서는 법학 이수자와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실력차가 1년이면 극복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우리의 경우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다만 추상적 이론을 습득하여야 하는 대륙법계의 특성상 문답식 또는 질의응답식 강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고 강의의 상당부분을 교수가 직접 나서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간 일반대학원 법학과에서의 강의는 학생들에게 할당해 준 부분에 대한 발표와 그에 이은 토론 및 강평의 형식으로 진행되어 왔으나 로스쿨 초학년들에게 이와 같은 방식은 적절한 방안이 아닌 것 같다. 우선 초학년에는 법적 지식의 터득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소수정예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선택과목 강의가 진행되면서 순차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테면 선택과목 강의에서는 일반대학원 법학과와 로스쿨 전공필수과목의 강의의 형태가 복합적으로 병존하는 양상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더 많은 발표기회를 통해서 스스로 판단능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는다. 로스쿨 교육의 특성을 어떻게 발휘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추상적 이론의 습득 못지않게 구체적 사례의 해결능력을 제고하여야 하는데 몇 가지 판례 공부와 질문으로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왜, 어떻게’ 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하여야 한다.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여기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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