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도전 - 전 이렇게 준비했어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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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전 - 전 이렇게 준비했어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수기
  • 법률저널
  • 승인 2009.04.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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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성실하라 그리고 기본에 충실하라


이과생, 독서나 사회과학부분 관심 가져야
문과생, 수학의 명제나 집합부분 학습 필요
면접, 역시 독서! 그리고 논리적 사고방식


조해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23.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졸)

 

진로 … 고민의 시작


2006년 겨울, 조선일보 사회부에서 동계 인턴을 했는데, 2주간 사회부 법조팀에 있으면서 서울지방법원을 들락날락했었다. 인턴이니까 큰 일이 있는 건 아니었고 기본적으로 자기가 쓰고 싶은 기사거리를 찾아서 기사 하나를 써서 그날 저녁까지 제출하면 되었다. 그래서 하루 내내 법원을 그냥 돌아다니기도 하고 시위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말을 붙여서 무슨 사연인가 알아보기도 하고 또 관심 있는 재판은 챙겨보고 했다. 그게 다였다. 다만, 법이나 재판은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느리고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의 서로 다른 목소리들을 듣는 과정 자체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그리고 법원이 하는 그런 사회적 기능이 참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그럼 더욱 이전으로 돌아가서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의 이야기를 하면 그 해 여름방학에는 딱히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쉬고 놀고먹었다. 집에서 무료한 와중에 집 근처에서 일주일간 자원봉사활동으로 통역을 했는데, 말이 안 통하는 두 사람이 나로 인해서 서로 원하는 걸 얻게 된다는 게 뿌듯해서 힘든 줄 모르고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아무리 공부해도 물리만은 성적이 나오질 않아서 다른 길을 찾기로 한 것이 대학교 1학년 때였고, 그 후로 '앞으로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고민만 했는데, 그 때 봉사활동을 계기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미션과 비전 … 결단


나는 그냥 그런 게 좋았다. 갑과 을, 두 사람이 있다. 갑은 음식을 갖고 있지만 옷을 원하는 반면 을은 옷을 갖고 있지만 음식을 원한다. 갑과 을이 서로 필요한 것을 교환하면 훨씬 좋을 텐데 그러한 사정을 몰라서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나는 특별히 안타까웠고, 그런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그런 게 좋았다.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어느 집단과 집단이 서로 필요한 것을 나눌 수 있는데 신뢰가 부족해서 혹은 소통이 부족해서 일을 훨씬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줄어들었으면 했다. 어떤 교수님은 그것을 미션(Mission)이라고 하며, 모두 각자의 미션을 찾고 그러한 미션을 구체화시킨 것이 비전(Vision)이라고 하셨는데 교수님 말대로라면 나의 미션은 사회의 신뢰와 소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그러한 사회기제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에너지협력 및 공조시스템 분야에 관심이 있다.


그런 일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고민했다. 공부를 계속해서 공학 박사를 따고 에너지 정책 등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나 연구자가 될까, 아니면 취직해서 사회경험을 좀 쌓고 유학 가서 국제학을 공부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끝도 없었다. 길은 많았고 하고 싶은 일이라고 열심히 생각해서 정하기는 했지만 정보도 부족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히 알 수도 없다. 게다가 내가 무슨 처음부터 UN에 들어가서 "자,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함께 효율적으로 나눠 쓸 수 있을지 시스템을 설계하겠습니다"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건 몇십년은 기다려야 할 거니까 그냥 눈앞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내가 관심 있는 키워드는 사회, 갈등, 협력, 신뢰, 소통, 협상, 중재 등이고 장차 하고 싶은 일도 있다. 그럼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이지? 법을 공부하는 거야, 법이야말로 사회의 신뢰와 소통을 증진시키는 가장 오래된 시스템 중의 하나니까, 그리고 외국에 협상전문가나 중재전문가 보면 모두 변호사고, 법을 만들려면 법을 잘 알아야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로스쿨 진학을 결정한 것이 2007년 겨울이다.
 
법조인 되기 … 결심


왜 이렇게 한참 동안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냐고 하면 내가 로스쿨에 합격하기 위해 했던 노력의 대부분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일찍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일관성 있게 학력 및 경력을 착착 쌓아가고, 어떤 사람은 하고 있는 일에 의의를 두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이어서 고민이 많이 필요했다. 변호사 자격증을 따자고 결심하고 나자 오히려 다른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먼저 어느 로스쿨을 갈 것인가 고민했다. 각 대학마다 특성화분야나 입시요강, 원하는 인재 등이 미묘하게 달라서 한 군데를 특정해야 준비하기 좋다. 개인적으로도 가고 싶은 곳이 정해져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여러 대학 중에서 고민했는데, 연세대 로스쿨을 마음속의 로스쿨로 두기로 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로스쿨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태도였다. 당시에는 로스쿨 개원을 1년 앞두고도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로스쿨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대학들이 있었는데, 진학을 결심한 학생으로서 로스쿨 제도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도약하려는 연세대의 태도가 다른 대학들과 비교해서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 특성화 분야, 입시요강에서 각 항목의 배점들, 커리큘럼 등을 고려하여 결정했다.

 

입시 … 본격적 준비


연세대는 리트(LEET), 영어, 학점, 자기소개서 등의 배점이 비슷하다. 이 중 학점은 대학교 2학년때부터 꾸준히 관리해오고 있었고, 영어는 취직을 하든 대학원을 가든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미리 준비했었다.


리트의 경우, 시험이 8월에 있었는데 여름방학 중에서 한 달은 인턴을 했기 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한 달 밖에 없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부해야 했다. 먼저, 문제집을 언어영역과 추리영역 각각 한 권씩 골랐다. 그리고 하루에 한 회씩 풀고 오답을 확인했다. 추리영역은 큰 문제가 없었는데 언어영역 특히, 사회과학계열 지문의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 읽어도 머리에 남지 않고 문제를 풀면서 다시 지문을 들여다봐야 하고 그래도 내용이 이해가 안 간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철학이나 사회과학계열의 책들을 틈틈이 읽었다. 문제는 논술이었다. 혼자서 몇 번 써보려고 했는데, 천 자 이상 쓸 수가 없었다. 일단, 그렇게 긴 글을 쓴 경험 자체가 별로 없고 문제 자체도 생소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논술은 학원에서 첨삭강의를 잠깐 들었는데, 내용적인 면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억지로라도 천 자를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리트, 영어, 학점, 자기소개서 중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이 자기소개서다. 연세대 로스쿨의 자기소개서는 지원동기, 성장환경 외에도 장점, 단점, 학업계획서 등 요구하는 항목이 많았다. 그래서 쓰기 전에 우선 연세대라는 학교가 가진 이념은 무엇이며 연세대 로스쿨은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있고 연세대가 로스쿨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등을 조사하는 데 며칠을 보내고 실제로 쓰는 데도 며칠, 다시 정리하고 다듬는 데도 며칠, 그렇게 일주일 넘게 걸렸다. 가장 중점을 두었던 점은 솔직하게 쓸 것, 그리고 읽는 사람이 읽기 편하도록 깔끔하게 쓸 것이었다.


면접은 고등학교의 법과 사회 교과서를 위주로 보고,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나 법의 정신 등 법과 관련된 고전서적들을 읽었다. 실제 연세대 면접은 단순한 법학 지식이 아니라 도덕 및 윤리관념,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 등을 묻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면접이야말로 단시간에 준비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꾸준한 독서나 논리적인 사고방식 등이 중요한 것 같다.   

 

성실함 … 최고의 스펙


얼마 전에 동생한테 전화가 와서 자기 후배가 로스쿨을 가고 싶어 하는 데 뭘 준비하면 될지 물었다. 그 후배는 법대생으로 인턴을 해야 하는 건지 어학연수를 가야 하는 건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했다. 사실 나라고 뭘 아는 건 아니지만 '내가 대학교 2학년생이고 다시 로스쿨 준비를 한다면 어떻게 할까'에 중점을 두고 대답해 주었다. "인턴을 하고 싶으면 하되, 로스쿨을 위해서 하지는 말라."는 것이었다.


확실히 학점과 영어는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학점이 좋아야 로스쿨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학점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성실함의 징표일 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살릴 때나 특성화 분야를 선택할 때도 중요하다. 게다가 실제 합격한 주변 분들을 보니 모두 학점이 뛰어나다. 영어 역시 입시요강에서 배점이 상당히 크다.


다만, 리트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대학교 4학년 때부터 해도 충분하다고 본다. 리트는 공부량과 비례해서 점수가 느는 시험이 아니니까 차라리 공대생의 경우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다거나 교양과목으로 사회과학계열을 많이 듣고 인문대생의 경우 수학 특히 명제나 집합부분을 공부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 같다. 다만, 논술만은 스터디나 수업을 통해서 특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나는 혼자서 고등학교 수시논술 대비 문제집을 사서 하루에 한 회씩 한 학기 동안 풀었는데, 스터디를 했더라면 더욱 효과적으로 실력이 향상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술은 언어영역이나 추리영역에 필요한 기본적인 실력을 쌓는데도 도움이 된다.

 

로스쿨입시 … 장점 살리기


그런데 학점, 영어, 리트가 좋고 자기소개서만 열심히 쓰면 나머지는 선택사항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봉사활동이나 인턴경력이 없으면 불리하다는 소문이 한창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봉사활동이나 인턴경력이 있으면 좋지만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즉, 로스쿨에 가기 위한 봉사활동은 의미가 없고 자신이 정말 하고 싶어서 한 봉사활동이나 인턴이 중요한 것 같다. 대학생이니까 많은 경험을 하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정해서 그런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집과 대학이 지방이고 주변에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도 없어서 혼자 준비했다. 따라서 정보는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구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학원을 다니거나 스터디를 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연세대에 우선선발로 합격하였다. 로스쿨의 장점 중 하나는, 돈을 많이 들여서 따로 준비하거나 서울에 집을 얻지 않아도, 정보에 좀 뒤쳐져도, 평소에 성실하고 기본에 충실해서 준비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합격 … 그리고 새로운 시작


합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공부도 시작이지만 새로운 만남도 시작이다. 이곳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120명이 모여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몇 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게 깔깔 웃으면서 들을 수 있는 경험을 어디 가서 또 할 수 있을까. 로스쿨에 대해 신문에 이런저런 말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사회의 기대와 우려가 섞인 염려가 1기를 향하고 있지만, 동기들을 보면 다 잘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긴다. 지금 로스쿨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저마다 꿈과 목표가 있으시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꿈과 목표를 내년 연세대에서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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