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의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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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의 상생
  • 성낙인
  • 승인 2009.04.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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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교수. 헌법학,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설된 대학의 법학교수님들의 명함이 각양각색이다. 법과대학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만큼 법과대학과 법학전문대학원 즉 로스쿨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법학계의 현황도 마찬가지다. 한국법학교수회는 법학교수 전체로 구성된 유일한 조직이다. 다른 학문 분야와는 달리 각 전공분야별로 학회활동을 하는 법학교수들의 특성상 전체 법학교수들이 함께하는 유일한 기구가 한국법학교수회이다. 법대 학장과 학부장으로 구성된 법과대학장협의회도 나름대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로스쿨이 생기면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결성되자 최근에는 로스쿨이 아닌 대학을 중심으로 법과대학협의회를 구성하려 한다. 실무계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비하면 인원이나 재정 모든 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법학계가 힘을 모으는 모습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법학도들에게도 같은 문제가 야기된다. 법대 학부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고 로스쿨 학생만 신입생이 있는 대학에서는 학부생과 로스쿨생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빈발한다. 로스쿨이 도입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학한 학부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야말로 전통법학도의 맥을 잇는 뿌리라고 자부할 만 하다. 따라서 로스쿨생으로 인하여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뽑는 격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에 로스쿨생의 입장에서 보면 법학부는 어차피 소멸될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이야말로 법학도의 맥을 이어갈 대들보라고 자부하게 된다.


대학행정당국의 입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새로 출범한 로스쿨을 최대한 육성함으로써 대학의 중심축으로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대단하다. 전례 없이 엄청난 재정적 물량을 투입한 대학당국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작년 가을부터 로스쿨 신입생 유치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되어 왔다. 예컨대 로스쿨을 유치한 법과대학 홈 페이지는 법학전문대학원 홈 페이지로 바뀌고 법과대학은 그 홈 페이지의 일부분이 돼 버렸다. 아직 개설되지도 않은 로스쿨이 법과대학을 대체해 버린 셈이다. 대학당국으로서는 인터넷시대에 해당대학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학부가 결코 서자취급 당하는 현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실 학부생이 겪을 수 있는 황망함이란 이루 형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로스쿨이 개설되지 않은 대학의 법대생들이 겪는 박탈감은 표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내년부터 당장 줄어드는 사법시험 합격 인원에 비추어 본다면 사법시험 합격의 기대가능성이 충분히 있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사법시험의 미련을 버리고 로스쿨 준비생으로 궤도수정을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의 수렁에 빠져 있다. 입학할 당시만 하더라도 전국에서 최고수준의 학생들이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법과대학에 입학하였지만 재학 중에 뜻하지 않은 로스쿨도입으로 희생양이 된 셈이다.


하지만 길고 크게 보면 법대생이나 로스쿨생이나 다 같이 한 배에 올라탄 동반자이다. 우선 당장은 법대생은 사법시험이란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제도에 얽매여야 하기 때문에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제도인 로스쿨생과는 공부방식이나 생각의 틀이 다소 상이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법대생들의 예민한 감정이 드나날 수가 있다. 특히 막바지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법학도들에게 시험의 질곳으로부터 해방된 듯한 로스쿨생은 낯선 이방인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들 법학도가 사회에 진출하면 다 같이 법조인으로서 이 나라 법치주의를 반석 위에 올려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과도기적으로 야기되는 약간의 불편함은 이 나라 법학교육과 법치주의의 미래를 위한 진통으로 받아들이는 도량이 필요한 때이다. 특히 로스쿨생은 이미 학부를 졸업한 선배들이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아량을 베푸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조그만 일에도 서로가 얼굴을 붉혀서는 안 된다. 지금은 법학계, 법학도 모두가 힘을 합쳐 상생의 길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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