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9.03.27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패의 분노가 시작되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요즘 나는 방패(防牌)의 분노가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잠겨 있다. 방패는 전쟁터에서 적과 맞서 싸울 때 적의 칼ㆍ창ㆍ화살 등의 공격을 막기 위해 손에 든 쇠붙이나 나무 등으로 만든 물건을 지칭한다. 본질적으로 방패는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다. 그런데 방패가 분노함에 따라 드디어 방어가 아닌 공격을 시작하였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내부적으로 서로 칼과 창이 되어 너무 극렬하게 싸우며 살아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선시대의 사색당파가 그랬고, 지금의 여야정치가 그렇다. 지연으로, 혈연으로, 사소한 이해관계로 서로 얽혀 분열과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면서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고, 적이 동지가 되는 배반의 역사를 엮어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치고받고 싸우다 보니 외부적으로 대처하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었고, 외국으로부터 무시당해오며 살았던 것도 사실이다.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브랜드평가는 30위 밖으로 밀려나있고, 대외 신용도도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나 피치의 말 한 마디에 해외차관자금의 돈줄이 막히고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요동쳐왔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가 저평가받고 있는 한국의 대외 브랜드평가를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발표가 얼마 전에 있었다. 만시지탄의 느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며칠 전 오사카법경대학의 교수 한 분을 면담하게 되었다. 그 분은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가 위 대학에서 교수가 되어 정착하신 분이다. 대화 중 일본인은 잘 싸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그 분으로부터 들었다. 그런데 한 번 심하게 싸웠다 하면 평생 적으로 마음에 새기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인은 신의가 강하다고 한다. 한 번 신의를 잃게 되면 그 사회에서 발을 붙이고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민족성이 수대에 걸쳐 가업을 잇는 문화로 계승발전되어 온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용준에게 한국인은 감사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자신이 교수가 되어 처음 강의실에 들어갔던 이십여년 전에는 괜히 학생들이 교실의 창문을 열어놓더라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서 김치냄새가 나는 것이 싫다는 무언의, 실제로는 김치를 먹지 않았는데도 그런 민족적 모멸감을 주면서 무시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일본인이 오히려 김치를 먹기 시작했고, 배용준의 드라마 한 편을 통해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의식이 완전히 바뀌는 놀라운 현상을 보았다는 것이다.


며칠 전 샤넬, 베네통, 구찌 등 소위 해외 명품으로 평가되는 브랜드의 짝퉁 가방을 수십억원어치 생산판매해 온 제조업자가 상표법위반으로 구속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소위 명품 가방이 하나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사실 그러한 명품 가방들의 상당수는 인도나 중국 등 제조원가가 저렴한 생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우리나라의 숙련된 기술자들이 만든 제품보다 나을 것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샤넬이라는, 베네통이라는 상표 하나 붙어 있는 것 때문에 상식을 뛰어넘는 고가에 판매되고, 그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이번 주 들어 환율이 낮아지면서 급격하게 안정세에 들어서고 있다. 몇 달 계속하여 무역흑자가 기록되어 외화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출이 늘었다기보다는 수입이 감소한 결과라는 부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외환시장에 달러가 넘쳐나니 외환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과 기관들이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앗 뜨거워”하며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외환시장에 내어놓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주가도 뛰어오르고 있다. 금융시장이 안정적 상황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의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과 그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하였다.


그런데 우리 금융시장이 드디어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를 비웃기 시작하였다.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회사도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일 뿐으로, 그 신뢰성이 웃긴다는 것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무디스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발원지가 되었던 리먼브러더스를 파산보호신청 직전까지도 투자적격등급인 A2로 평가하고, AIG를 구제금융지원을 신청하기 직전까지 Aa3 등급으로 평가하는 등 신용평가를 엉망진창으로 함으로써 스스로의 평가능력이 얼마나 부실한지 증명해 보인 사실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여태까지 무디스의 말 한 마디에 신용등급이 곤두박질치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우리나라가 국제외환시장에서 겪어야 했던 피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방어하기에 급급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더욱 기고만장해진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 경제평가를 손바닥 안에서 주무르기를 떡치듯 하였던 것이다.


방패 기능만으로도 버거워하던 우리나라가 이제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역으로 무디스를 공격하고 나섰다. 마치 우리나라 야구대표팀이 세계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강국들을 하나둘 격파하고 준우승에 오르듯이 강자로 군림해오던 신용평가회사들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들을 해외 유력언론에 싣기 시작하고, 그들의 잘못을 조목조목 반복하며 우리 경제의 내실이 튼튼함을 홍보하고 나선 것이다. 그것이 금융시장에 그대로 반영되어, 무디스사의 저평가발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식값이 오르고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방패가 분노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서워진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우리의 국내브랜드가치가 향상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우월성이 제대로 평가되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수준이 높음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는 문화공연이 외국에서 많이 열릴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고,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해외여행객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신사적이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그러한 전시성 홍보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그에 걸맞는 개도국에 대한 기여 및 원조 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물질과 정신이 함께 뛰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문화예술계가 정화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장자연 스캔들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상존하고 있는 부정적 요소들이 척결될 수 있도록 문화적 토양을 튼튼하고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그런 일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정쟁이 지양되어야 한다. 여야국회의원들이 치고받고 싸우며, 국회를 난장판 정도가 아니라 개판 수준으로 몰고 가고 있으니, 정치지도자들의 후안무치함이 외국에 적나라하게 가십거리로 드러나고 있으니 어찌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존중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진력해야 한다. 외국에서 가장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북한으로부터 비롯되는 전쟁불안감이다.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남한과 북한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이가 너무나 많고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음을 보게 되어 속이 상할 때가 많다. 하급 공무원의 일부는 생활보호대상자들의 지원금을 빼먹고 있고, 정관계 유력자들은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같은 이들로부터 수억원대의 부정한 뭉칫돈을 꿀꺽꿀꺽 받아먹고 부조리에 앞장선 일들이 적발되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으니 어찌 국가브랜드가 향상될 수 있겠는가? 검찰은 일벌백계의 정신으로 부정한 금품을 통한 사회부조리가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수사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방패의 분노가 있는 곳에 절망이 있을지 희망이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세상이라는 게 어디 호락호락한 것인가? 그렇지만 사회곳곳에서 방패의 분노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회가 보다 더 맑아지고 올바른 길로 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방패를 꺼내 어디 한 번 깨끗하게 닦아 보지 않으시겠어요? 반짝반짝 빛나게......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