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9.03.20 11: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힘과 불균형의 시대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힘이라는 단어에 무게가 실린다. 매학기초면 법학교수로서 학생들에게 “권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하여 강의를 한다. 권리의 본질에 대하여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정의를 내려왔지만, 결론적으로 “권리는 힘”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힘이 없으면 어떠한 정당성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무소불위의 힘이 남용될까봐 힘으로도 넘어설 수 없는 “정의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으니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왠지 스스로 공허함을 느낄 때가 있다. 우주만물의 모든 것은 중력이라는 힘으로 서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느 한쪽이 기울거나 강하면 그 평화는 깨어질 수밖에 없고, 세상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불균형의 시대이다. 어디에서부터 치유의 손을 내밀어야할지 혼란스럽다. 복잡해진 세상은 인간의 능력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몇 명의 천재만으로 복잡하게 얽힌 세상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세상의 콤플렉스의 단계가 그 수준을 넘어서버렸다. 앞으로 이러한 해결불능의 사태는 계속하여 발생할 것이다. 그러니 팀웍을 짜서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데, 또 사람들이 여럿 모였다 하면 분열과 갈등이 조장되니 그 내부의 일을 해결하다 보면 원래 해결하고자 했던 목표에 대한 치유책을 내놓기가 이미 늦어버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앞으로의 세상은 분쟁과 갈등이 심화되는 불안정한 세상이 계속하여 전개될 수밖에 없다는 비극적 결론이 나오고 만다. 예전에야 중우정치의 어리석음을 현자가 나서서 바로 잡으면 된다고 플라톤이 갈파하였고 그게 가능하였지만, 이제는 99%의 천재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100%의 천재에게 추종하려고 하지 않아 낭패인 것이다.


세계는 지금 경제전쟁 중이다. WTO, 자유무역의 세계화 물결이 몰아닥쳤을 때 무한경쟁으로 내몰리는 세상 속에서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임을 이미 알게 되었지만, 세계화는 최고의 기업들마저도 홀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실천적으로 보여줬고, 세상은 다시 금융시장의 붕괴 속에서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함께 잘 살아야 한다면서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던 자들이, 이제는 자기나라만이라도 살아남아야겠다면서 보호무역주의로 역행하는 현실을 보면서 또 힘을 생각하게 된다. 힘이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현실에서, 국내의 평균실업률이 4% 가까이 이르고, 청년실업률이 9%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는 뉴스보도는 우리를 암울하고 슬프게 한다. 젊은이에게서 희망의 싹을 볼 수 없다면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자신이 출연한 “여름의 조각들”이라는 영화홍보 및 in-I라는 그녀의 현대무용 공연을 위해 내한하였다. 퐁네프의 연인들, 잉글리쉬 페이션트, 세 가지 색 - blue, Damage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여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왔던 그녀가 불혹이 넘은 나이에 현대무용에 빠지고, 드디어 세계 15개 대도시순회공연을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깊은 눈으로, 신비한 미소로 섬세한 연기를 해온 그녀를 사랑하는 한국 팬들은 의외로 많다. 어쩌면 나도 그 중의 한 명인지 모른다. 자기 영역에서 열심히 내공을 쌓으며 세계적 배우로 입지를 굳힌 그녀의 현대무용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보면서, 장자연이라는 젊은 여배우의 자살로 시끄럽기만 한 한국연예계의 현실이 오버 랩 되어 온다. 그녀를 죽음까지 내몰고 간 것은 악의 힘이다. 그녀에게 힘이 있었다면 감히 악의 힘들이 그녀를 괴롭히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녀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힘보다 더 큰 힘을 갖기 위해 자신의 행위를 부정하면서도 그 행위에 동참하는 공범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그러한 공범으로서의 행위가 정의의 양심에 부딪혔고, 괴로움 끝에 자살이라는 극단의 길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어찌 힘 있는 자에게 내몰리는 사람이 그녀 혼자뿐이겠는가? 어제가 그래왔듯이 오늘도 그럴 것이고, 내일도 마찬가지로 힘 있는 자의 횡포는 여전할 것이고, 힘 없는 자는 광야로 내몰릴 것이다. 그녀가 남겼다는 유서, 쓰여진 형식으로 보아서는 유서라기보다 무언가 고소고발을 위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진술서로 작성되었다가 쓰이지 못한 채 그녀의 자살 끝에 공개된 글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지만 죽은 뒤의 글이니 유서라고 볼 수밖에 없는 글 속에는 연예계의 온갖 치부가 적나라하게 기술되어 있다고 한다. 일부 내용은 보도가 되어 나오고 있지만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질지는 알 수가 없다.


노무현 전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역시 힘과 이익을 얻고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자금을 뿌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로부터 돈을 받은 몇 사람은 이미 구속수감되었고, 그가 정치자금을 뿌린 사람이 30여명이라고 밝혔다고 하니 앞으로 누가 더 수사대상이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람의 입이 무서워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어디 한 둘 일까마는 장자연의 유서나 박연차의 입이나, 모두 쏟아져 나올 말들에 좌불안석일 사람들이 많기는 많을 것이다.   


불황의 늪 속에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경기에서의 승전보는 전국민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있다. 대진표가 그리 짜여서이기도 하겠지만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은 이 경기에서 세 번의 경기를 가졌고, 1차전에서 14대 2라는 엄청난 스코어로 콜드패를 당하더니 2차전과 3차전을 각각 승리로 장식을 했다. 경기방식이 특이하여 패자부활전 같은 것이 있어, 진 팀도 다시 부활할 수 있는 묘한 경기방식이라 어쩌면 일본과 다시 결승전에서 맞부디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 경기를 통해서 입방정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일본 야구선수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이치로 선수는 참으로 교만한 선수로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30년간 한국 야구가 일본 야구를 넘보지 못하게 만들겠다거나 한국 야구와 함께 발전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등의 구체적 인터뷰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치로의 내면세계에는 한국 야구에 대한 무시와 짜증이 내포되어 있음을 본다.


분명히 실력으로 한 수 아래라고 평가되는, 즉 힘이 없어 마구 깔아뭉개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야구팀에게 알지 못하는 묘한 힘에 휘말려 일본야구팀이 지게 되니 마치 하룻강아지에게 물린 호랑이처럼 어처구니가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말이 좋게 제대로 나올 리 없고, 한국야구팀에 대한 존경심이 있을 리가 없다. 쥐에게 물린 고양이처럼 그냥 깜짝깜짝 놀랄 뿐이지만, 그건 이치로가 몰라도 한참 모르고 하는 짓거리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상대방이 거물로 성장해 버렸구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상을 종종 본다. 그래서 세상에는 발전이 있고 진보가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성경말씀에도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있겠는가? 논어에도 어린 아이를 가벼이 여기지 말라고 했다. 그것은 시작은 미약하고 어리게 시작했을지라도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성장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다 자란 거목의 그늘이 얼마나 큰지를 나중에서야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고 할지라도, 젊은이들이여, 내일을 위한 준비, 힘을 기르는 일에 게을리하지 말기를 바란다. 준비하는 자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지만, 오늘 준비하지 않는 자는 내일 기회가 올지라도 그것을 붙잡을 수 없다. 마치 일본의 이치로 선수가 기회가 왔지만 땅볼을 때려 출루를 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야구대표팀을 때려잡고 먼저 4강에 선착할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넉다운되는 것처럼 결코 자만하지도 말 것이며, 우리한국야구팀처럼 노력을 계속하여 경주할 것이다.


결국 세상은 힘을 가진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하여 노력할 수밖에......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