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2002년 대선후보에게 듣는다(Ⅰ)..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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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2002년 대선후보에게 듣는다(Ⅰ)..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 법률저널
  • 승인 2002.05.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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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노무현

약 력
1946년         경남 김해 출생
1966년 2월   부산 상고 졸업
1975년 4월   제17회 사법시험 합격
1977년 9월   대전지방 법원 판사
1978년 5월   변호사 개업
1981년         부림사건변론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약
1985년         부산민주시민협의회 상임위원장
1987년 4월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장
1988년 4월   제13대 국회의원(부산 동구)
1988년         제5공화국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청문회 스타'로 각광
2000년         해양수산부장관
2001년 11월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2002년   4월  새천년민주당 제16대 대통령선거 후보

 

▲ 법조인이 되기로 한 동기와 시기.
▽ 노무현 후보: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고시공부를 하던 큰 형님과 형님 친구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그분들의 법 이론이나 시국에 관한 논쟁과 토론을 들으면서 고시에 대한 꿈을 가졌다. 일종의 막연한 환상이었다. 그러다가 가세가 기울어 큰 형님이 고시를 포기하고 작은 형님마저 학업을 중단하게 되면서, 나도 고교진학을 포기하고 독학으로 고등고시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가졌었다. 그때가 중학교 3학년이었다.


▲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계기와 만족도, 존경하는 정치인은.
▽ 노무현 후보: 81년 부림사건 변호를 계기로 조세전문 변호사였던 나는 인권변호사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 때 힘있는 정치인이 되면 좀 더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87년 9월 최루탄에 맞아 숨진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씨의 사인규명작업에 나섰다가 제3자 개입과 장례식 방해혐의로 구속돼 21일 만에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다. 이 사건으로 변호사 업무도 정지되어 재야변호사로서의 한계에 절망하고 있을 때, 1988년 4월의 13대 총선을 앞두고 김광일 변호사의 추천을 받아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가 공천을 제의해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도 가장 후회하는 일을 꼽으라면 정치에 입문한 것이 아닌가 한다.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링컨과 김구선생이다. 두분 다 자신을 희생하며 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 과거 사법고시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때는.
▽ 노무현 후보: 73년 5월에 그렇게 나를 아껴주고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시던 큰 형님께서 세상을 떠났다. 책장을 넘기고 있어도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머리 속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그리고 고시와 출세에 대한 회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때가 가장 힘들었다.


▲ 고시를 준비하며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고시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노무현 후보: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공부에서 오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보다 초조, 불안 등의 심리적 파탄에서 오는 손실이 훨씬 심각하고 장기적이다. '고시 아니면 파멸'이라는 생각이나, 고시를 통한 출세에의 지나친 집착, 단기간의 합격 욕심은 사람을 견딜 수 없이 초조하게 만든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고시공부는 직업인이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듯, 공부하는 과정도 하나의 직업으로 보고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고시생이나 예비법조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나 감동받은 영화가 있다면.
▽ 노무현 후보: 법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은 기계적 균형감과 형평성이 아니라 살아있는 정의감이다. 뛰어난 법조인에게는 풍부한 상상력과 교양이 필요하다. 나는 20대에 고시공부를 하면서 철학적 관심으로 불교서적들을 본 적이 있다. 책제목은 모르겠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구절이 있다. 부처님이 설법을 하다가 제자에게 "이제부터 네가 설법을 하라. 허리가 아파 좀 쉬고 싶구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는데 그 구절을 보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부처님 같은 위대한 성인도 설법 중에 허리가 아파 눕는 데 평범한 사람은 당연히 부족함을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은가? 하고 안심을 했다.


▲ 후보가 존경하는 법조인은.
▽ 노무현 후보: 고 조영래 변호사다. 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변론을 같이 맡기도 했던 고 조영래 변호사는 비록 연수원 기수로는 한 기수 선배일 뿐이지만 남다른 거인의 풍모가 있었다. 그는 항상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뒤에서 일했다. 그러면서도 약자에 대한 애정과 사회정의를 위한 마음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분이다. 그렇게 훌륭한 분이 많은 일을 하지 못하고 일찍 유명을 달리한 것이 무척 안타깝다.


▲ 대통령이 되었을 때의 국가경영비전은.
▽ 노무현 후보: 내가 희망하는 사회는 원칙이 바로선 사회다. 원칙이 바로선 사회란 투명하고 공정하고 개방적이며 자율적인 사회를 의미하며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으로 나는 대화와 타협, 조정과 중재의 리더십을 주장해왔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와 같은 원칙과 기준 하에서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이다. 


▲ 수험생들의 길잡이를 하고 있는 본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 노무현 후보: 고시공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독한 일이다. 어쩌면 시작하는 순간부터 고독한 길을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법률저널이 수험정보만 제공하는 신문이 아니라 든든한 선배처럼, 항상 곁에 있는 친구처럼 그들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 인터뷰/정리 이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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