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한국을 위한 로스쿨의 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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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한국을 위한 로스쿨의 개원
  • 성낙인
  • 승인 2009.03.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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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교수.헌법학, 한국법학교수회장


2007년 7월에 소위 로스쿨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2년도 채 안 된 시점에 마침내 로스쿨이 문을 열었다. 비록 1995년부터 로스쿨 도입을 위한 논의와 준비가 계속되어 왔다고는 하지만 법률제정 이후 그토록 짧은 시간에 속전속결로 진행된 사실은 한국적 빨리빨리 정신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


어쨌든 한국적 법학전문대학원은 이제 교육법제의 일환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찬반 여부나 존재이유와 같은 원론적인 논의는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이제 다 함께 로스쿨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로스쿨의 실패는 곧 한국 법학교육과 법조계의 황폐화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개원은 되었지만 아직도 법학계와 법조계의 사정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임시국회에 상정된 변호사시험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로스쿨이 개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법조차 채택되지 못하였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치르는 시험이니까 졸업 전까지만 법안이 마련되면 되지 않겠느냐는 식의 안이한 발상으로는 안 된다. 로스쿨 교육은 변호사시험이 어떠한 모습으로 현출될 것인가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우리 국회의 한심한 상황은 바로 법조인력 배출의 장에서까지 요동치고 있는 셈이다.


학계와 실무계도 마찬가지다. 실무가 중에서 특히 변호사업계에서 로스쿨에 따른 법률가의 양산체제의 제도화에 대한 비판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들도 새로운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변화된 자세가 필요하다. 더 이상 로스쿨 반대론이나 축소론으로 지탱할 시기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학계의 사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의 90여개 법과대학(또는 법학부) 중에서 25개 법대만 로스쿨로 진입하고 나머지는 법학부로만 존치하게 되었다. 로스쿨이 아닌 학부로 존치하는 법학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진행된 로스쿨도입은 결과적으로 학부 법학교육의 정향성을 상실케 하고 있다. 로스쿨 준비를 하였으나 실패한 대학은 로스쿨 진입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들도 규모의 경제에 어긋나는 학생 숫자에 불만이다. 즉 적어도 3천명은 돼야 대학의 불만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아무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제 적어도 당분간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왕에 개원한 로스쿨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길만이 학계와 실무계, 나아가서 국민 사이에 일고 있는 크고 작은 불만을 용해시킬 수 있다. 로스쿨 졸업생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학생들이 더 이상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작이 반이라고도 한다. 이제 닻을 올린 로스쿨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해야 한다.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로스쿨이라는 희망의 배에 승선하고 있다. 이들에게 장밋빛 미래가 보장될 것인지의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다 버리고 황야에 뛰어든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야 한다. 그들이 있기에 미래 한국의 법학과 법조가 빛을 발할 것이다. 하지만 안이한 자세로는 안 된다. 좀 더 치열해야 한다. 로스쿨 1기생들의 입학을 축하하면서도 동시에 분발을 촉구한다.


로스쿨 법학교육은 이제 시작이다. 교재도 부족하고 경험도 없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개척자적인 프론티어 정신으로 임하면 결코 못할 게 없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는 새 시대의 새 제도에 따라 불가피하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있는 곳에 로스쿨의 꽃은 새 봄과 더불어 만개할 것이다. 지구상 어디에도 완벽한 제도란 없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한국 법학의 미래를 일궈 나가야 한다. 수험법학에 휘둘린 법학교육과 시험의 질곡에 찌든 법조인력배출의 장이 로스쿨을 통해서 한국적 법학교육의 정상화라는 대업을 이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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