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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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9.02.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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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飛行現狀에서도 눈물이 필요하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돈이 얼마쯤 있으면 인간이 행복하다고 할까? 돈을 향한 끊임없는 인간의 집착은 물질세상을 절대량으로 풍족하게 하였지만, 상대량으로는 엄청난 빈부의 격차를 가져오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돈으로 인한 화가 자초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 양천구청의 한 직원의 사회복지예산 26억 원의 횡령사건은 세인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우리 속담에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말이 있다. 위와 같은 횡령을 저지른 하급공무원은 극빈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눈물 젖은 돈을 훔쳐내어 자신의 배를 채웠던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러한 도둑질을 감시할 행정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난을 통해 그 전에도 몇 번 이러한 사회보장제도의 잘못된 운영을 지적한 바가 있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문제가 어디 사회보장업무를 담당하는 그 직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이겠는가? 통탄스러울 뿐이다.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분야에서 경계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계의 벽 붕괴현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과학문명의 발달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있으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멈추어 설 수밖에 없다.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문명의 발달은 이러한 물리적 불가능의 영역을 갈수록 축소시키고 있고, 이러한 물리적 축소현상은 우리의 의식을 시공을 초월한 상태에서 붕 또 있게 하는 “飛行現狀”*을 만들어낸다. 불가능한데도 가능하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그 결과 무모한 행동을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비행현상은 모든 가능성에 대한 도전의식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불안전하고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무가치하게 인식토록 하기도 한다. 비행현상의 특징은 안식처 내지 피난처가 없다는 것이다. 머무는 곳이 없다 보니 주인의식이 결여되고, 결여된 주인의식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게 충동질한다. 그러다보니 무엇보다도 自己愛의 상실현상을 일상화하고, 언제든지 가볍게 자기의 한 목숨을 던져버리겠다는 자포자기상태의 상시적 의식화를 가져온다. 그런 까닭에 한탕주의에 기꺼이 주인공이 되겠다는, 내일이 없는 오늘만을 살게 되는 즉물적 인간을 양산해내고 있다.

 
예전 사회에서는 국가와 민족 또는 가족을 위해 초개같이 한 목숨 버리겠다는, 自己愛를 뛰어넘는 利他心이 존중받았다. 그러한 사회가 반드시 좋았다고 할 수만은 없지만, 최소한 사회적으로 보다 큰 가치를 위해 개인적 희생을 마다 않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고, 그러한 공감대 속에서 서로에 대한 상호신뢰가 가능하였다. 그렇지만 현대는 극단적 이기심이 넘쳐나고 있고,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절대절명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까닭에 인간존재는 더욱더 왜소해지고, 고독속에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나의 쾌락과 환락을 위해, 나의 기쁨과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오늘을 엔조이하겠다는 그릇된 풍조가 만연되고 있는 형상이 강호순과 같은 사이코패스의 폐인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은 뛰어오르고, 가난은 넘쳐흐르고 있다. 이러한 판국에 유괴범을 유혹하겠다며 경찰이 유괴범에게 넘겨준 위조지폐가 전국에서 유통되어 민심을 흉흉케 하고 있다. 또한편 한국은행과 정부는 예정대로 5만원권 지폐의 완성 도안을 공개하였다. 신사임당의 모습이 그려진 최고가 지폐를 접하면서 고액권의 무게를 실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돈의 무게가 느껴져 오지 않음은 어인 까닭일까? 5천원권의 아들 율곡과 5만원권의 어머니 신사임당, 나란히 모자가 지폐의 도안으로 자리 잡은 현상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고액권의 가벼움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울 뿐이다. 그래서 돈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한 채 돈의 낭비현상을 가져올까 봐 염려스러운 생각이 들기조차 한다. 하지만 돈은 묘한 것이라, 모든 이들이 5만원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김으로써 이 사회가 여성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음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5만원이 어디 적은 돈인가? 여성이 지배하는 사회에 신사임당의 부덕과 자애로움이 넘쳐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어찌 돈 있는 곳에 싸움이 없을 수 있으랴? 여전히 세상은 5만원권의 소유를 위해 끊임없이 싸움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대졸신입사원들의 초봉을 깎고 있다. 그 명목으로 신입사원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공감대 역시 급여를 깎아서라도 고용증대를 이룩하여야 한다는 곳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를 깎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거기에서도 또 다른 이기심의 탐욕을 본다. 깎으려면 모두의 급여를 낮추어서 전체 고용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아이티 발전은 그렇게 순진한 발상을 비웃을 뿐이다. 컴퓨터 한 대가 해치우는 업무의 양과 속도가 어마어마한데 느리고 틀리기도 잘 하는 사람을 그렇게 고용해서 쓰려고 하겠는가?


아마도 대졸신입사원들의 초봉을 깎는 것으로 끝나는 또 하나의 해프닝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하여 그 전년도 입사직원들과의 연봉격차만을 늘리게 될 것이고, 호봉승진에 따라 그 격차가 점차 더 벌어지게 됨으로써 새로운 불만을 가져오게 되고,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불안요소로 기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라도 고용을 늘리면 좋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급여를 깎는 것만큼의 고용증대는 게 눈 감추듯 꼬리를 감출 것이 뻔하다. 어디 기업이 그리 순진하단 말인가? 오히려 구조조정을 하겠다면서 있는 직원마저 자르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말이다. 이리저리 실직자가 늘어나는 사회불안을 어떻게 가라앉혀야 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학자금을 융자받아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장기간 실업자가 됨으로써 그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신용불량자라는 불신의 깊은 나락이 기다리고 있는 이 참혹한 양극화현상의 해결책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청년들이 제때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니, 결혼을 할 수도 없고,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겠다며 자녀를 갖지 않으려 한다. 자식이 돈으로만 계산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극단적으로는 국가의 인구구조를 왜곡시키고, 노년층의 급격한 증가현상과 반대로 젊은 층의 급격한 감소현상을 가져와 사회안전망을 금명간에 뒤흔들어놓게 될 것이다. 그게 앞으로 20년, 아니 10년 후의 우리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아니겠는가?


어려운 때일수록 눈물이 필요하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빌어 많은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계기가 있었음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우리의 마음속에 가난한 자와 고통 받는 자들을 위한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면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정부를 비롯한 칼자루를 쥔 힘센 자들이 국민의 마음에 눈물의 씨앗을 뿌려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웃음이 세상을 치유할 것 같아 웃음전도사가 방방곡곡을 누비던 때가 있었다. 티비에서는 지금도 매일매일 웃기는 친구들이 나와서 정말 사람들을 잘 웃기는 경우가 많다. 웃음 뒤의 공허는 책임지지 않으면서 계속 웃기기 위해 스스로 바보가 되어가고, 천치가 되어간다. 너도 함께 웃으라고 하니 모두들 티비 앞에 앉아 낄낄거리고 있다. 인공위성에서 모두 티비 앞에서 낄낄대며 웃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다면 그 모습이 가관이지 않겠는가? 제 살을 파먹고 들어가는 웃기는 이들의 웃기는 행렬을 보면서 자꾸만 공허해지는 것은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나만의 牛步 때문인가?


방송도, 신문도, 정부도, 재벌도, 지식인도, 문화예술인도 이제 좀 그만 웃고 울자. 말라비틀어져가는 세상을 부등켜 안고 울고, 힘들어 쓰러지려는 자의 어깨를 껴안고 울자. 이 울음의 카타르시스를 우리 모두가 함께 할 때 이 난국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5만원 지폐 속의 신사임당의 눈웃음이 눈물의 의미를 아는, 눈물 젖은 웃음이기를 기도할 뿐이다.

 

* 飛行現狀은 필자가 지어낸 신조어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허공을 헤매고 있는 불안전한 의식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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