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국민참여재판 무죄 변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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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국민참여재판 무죄 변론기
  • 법률저널
  • 승인 2009.02.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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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이 200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저도 1년 만에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에서 변론할 기회를 얻어 무죄를 선고받게 되었습니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공판준비절차와 밤늦게까지 진행된 공판절차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였고 배심원후보자로 선정된 일반 국민들이 큰 열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과 함께 기대했던 대로 피고인에게 좋은 결과를 낳게 되어 국선변호인으로 보람을 느꼈던 사건이었습니다. 
    
기소 내용과 피고인의 입장


  사건 내용은 이미 소개된 적이 있으나 다시 정리하여 보겠다. 어느 환자가 자신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간호사실과 채혈실에 연이어 들어가 두리번거리다가 그만 강도상해죄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2008.7.18. 불구속 기소된 공소사실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피고인(남, 24세)은 2008.4.13.02:30경 어느 병원 4층에 있는 간호사실에 아무도 없는 틈을 이용하여 절취하기 위하여 그 안으로 들어가 침입하고 절취할 물건을 찾기 위하여 그곳에 있는 옷장 캐비닛을 여는 등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을 때 어느 간호사에게 발각되어 도주함으로써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치고(야간방실침입절도미수죄), 계속해서 같은날 03:30경 위 병원 1층에 있는 임상병리과 내 채혈실에 병원 직원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물건을 절취하기 위하여 그 안으로 들어가 침입한 후 그곳에 있는 캐비닛을 열고 뒤져 그 안에 있던 어느 임상병리사(여, 24세) 소유의 시가 40만원 상당의 휴대폰 1개 및 현금 2만원, 3만 원짜리 마사지티켓 1장, 신한카드 1장, 국민카드 1장, 동양종금체크카드 2장, 주민등록증 1장이 들어있는 시가 14만원 상당의 지갑을 꺼내어 주머니에 넣고 계속하여 절취할 물건을 찾고 있던 중 그곳 침대에서 잠을 자던 임상병리사가 잠에서 깨어 피고인을 발견하고 놀라 소리를 지르자 체포를 면탈한 목적으로 손으로 임상병리사의 입을 막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임상병리사가 피고인의 손을 깨물자 임상병리사를 밀어 넘어뜨려 침대에 부딪히게 하여 약3주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좌상 등을 가하였다는 것이다(강도상해죄).    

 

  이에 대해 피고인은 경찰 조사시부터 금품을 훔치려는 생각은 없었고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그냥 호기심으로 병원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되었을 뿐이라고 하면서, 임상병리과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채혈실은 전기불이 밝혀져 있으나 다른 검사실 방향은 불이 꺼져 있어서 검사실로 걸어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채혈실의 불빛으로 흐리게 보이는 바람에 계속 두리번거리며 걷던 중 그만 피고인의 몸에 걸려서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게 되었고 순간 어디선가 자고 있던 임상병리사가 급히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나가려고 하여 피고인도 순간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임상병리사의 팔부분을 순식간에 붙잡게 되었고, 임상병리사가 소리를 더 크게 지르자 피고인이 임상병리사의 입을 막게 되어 서로 뒤엉키는 상황에서 임상병리사가 피고인의 손을 깨무는 바람에 함께 넘어지게 되었고 그 와중에 피고인의 안경이 벗겨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임상병리사와 함께 넘어지면서 밀치게 되자 임상병리사가 어딘가에 부딪힌 후 급히 임상병리과를 나가게 되었고, 피고인은 넘어진 상태에서 안경을 찾으려고 양손으로 바닥을 휘젓다가 휴대폰이 잡히자 피고인의 휴대폰이 떨어진 것으로 순간 착각을 하고 휴대폰을 주워 피고인도 임상병리과를 허겁지겁 나오게 되었고, 이후에 휴대폰을 꺼내어보고 자신의 휴대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옆에 있는 화단쪽에 던졌다가 나중에 주워서 병원측에 건네주었다는 것이었다.
 
  병원측에서는 임상병리사의 신고를 접하게 되자 이미 간호사로부터 피고인이 간호사실의 캐비닛을 열어보다가 들킨 사실과 복도에 설치된 CCTV에서 피고인이 서성거리는 모습, 채혈실에서 뛰어나오는 모습 등이 촬영되어 있어 곧바로 피고인을 찾게 되었고 피고인의 손에 물린 자국이 있음을 확인한 후에 경찰에 신고를 하였으며, 피고인의 가족은 임상병리사의 요구하는 금액인 124만원을 모두 주고 곧 합의를 하게 되었다.

 

 

  경찰에서는 피고인을 강도상해범으로 긴급체포하였다가 구속영장을 신청하였으나 수사지휘검사가 ‘죄질은 불량하나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의 상해 정도 중하지 않은 점, 물건을 절취하는 도중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자 우발적으로 폭행을 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여 불구속수사토록 지휘를 하게 되어 피고인은 불구속상태에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 기소되었고 공소장과 함께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를 받게 되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기를 원한다는 표시를 하게  된 것이다.

 

공판준비절차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자 담당재판부는 사건을 국민참여재판 전담재판부로 재배당을 요구하였고, 공판검사는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규정된 배제결정을 할 만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전담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하여 공판준비절차를 진행하게 되고 필자가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었다.


  피고인을 만나서 사건에 대해 상의를 하여보니 피고인이 2008.4.2.경 운전하던 승용차가 폐차가 될 정도로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피고인이 다치게 된 점, 피고인이 입원 당시부터 목이 심하게 아파서 목보호대를 착용하게 되어 행동에 불편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점, 입원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내다 보니 최근 일주일 동안 변을 전혀 보지 못한 상태가 계속되어 장에 변이 가득 차고 드디어 가스까지 많이 발생하여 배가 탱탱하게 부풀고 심하게 아프고 구토 증세까지 생겨서 범행 전날 저녁에 응급실에 가고 엑스레이 촬영을 할 정도였던 점, 의사는 피고인에게 물을 많이 마시고 계속 걷기운동을 하라는 처방을 내렸고 피고인도 배가 차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좁은 병원을 돌아다니게 된 점 등을 새롭게 확인할 수가 있어서 피고인이 정말 훔칠 생각은 없이 간호사실 등을 돌아다닐 수도 있었겠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병원 CCTV를 통해 피고인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다 상세히 살펴볼 수가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병원 복도에만 설치되어 있어서 실제 피고인이 채혈실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없는 아쉬움은 검찰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수사기록을 검토하여보니 피해자인 임상병리사는 지갑을 가방에 넣어 임상병리과 사무실내 첫 번째 책상 옆에 있는 의자에 두었고, 휴대폰은 책상이나 간이침대 머리맡에 두었는데 휴대폰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였기에 캐비닛 안에 들어있었다는 공소사실과는 차이가 있었다. 채혈실은 임상병리과 사무실의 일부인데 채혈실은 불이 켜져 있으나 그 외 부분은 모두 소등이 되어 있어 매우 어두웠던 것으로 보였다. 물론 임상병리사는 어두운 곳에서 간이침대로 잠을 자다가 갑자기 깨어나는 바람에 부근에 서있던 피고인도 매우 놀랐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또한 피고인이 어두운 임상병리과 사무실에서 찾아낸 가방을 다른 곳으로 가지고 나오지도 않고 그 안에 있던 지갑만 찾아내어 꺼내었다는 주장도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당시 범행 현장이나 피고인의 몸에서 임상병리사의 지갑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혹시 그 사이에 찾게 되었다면, 더구나 지갑을 찾지 못한 것이 당시 피고인의 행동과 무관하다는 심증만 갖게 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2008.10.8.부터 시작된 공판준비기일에 변호인은 위와 같이 피고인의 치료 내용, 특히 범행 전날 응급실까지 갔던 상황 등에 대해 병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해당 신용카드사와 관할 동사무소에 신용카드와 주민등록증 분실신고 내지 재발급 여부 등에 대해서도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게 되었고, 그 결과 병원으로부터 진료기록부 사본 등을 통해 피고인이 4.11.18:45 구토 등의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에 와서 야간 당직의의 처방에 따라 엑스레이 촬영 후 금식을 지시받고 주사처치가 시행되었다는 사실과 4.10.과 4.11. 연이어 피고인이 불면증을 호소하였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가 있었으며, 카드사와 동사무소로부터 임상병리사가 곧 신용카드 및 주민등록증 분실신고 후 재발급을 받았으며 그 사이에 신용카드 등을 불법으로 사용한 내역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변호인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여 피고인측의 입장을 정리하였다.

 

  검찰은 공판검사와 함께 수사검사가 공판준비기일에 계속 출석하였으나 기소내용과 같은 입장을 계속 유지하면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사실관계 자체의 다툼이 크지 않다며 국민참여재판으로 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재판장께서는 애초의 검사의견과도 틀릴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의 다툼이 적지 않으며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수사검사는 법정 외에서 변호인에게 피고인이 검찰 조사시에 자백을 하였다면 준강도와 상해로 기소를 하여주었을 것이라고 하여 공소장변경의사가 있음을 엿보게 하였다.


  어쨌든 수사검사가 계속 출석하는 덕분에 다른 사건에 앞서서 진행하는 편의를 보게 되었는데, 수사검사는 변호인의 증거의견에 따라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범행 직후에 피고인을 찾고 피고인으로부터 휴대폰을 건네받은 원무과 직원, 피고인을 조사한 경찰관을 증인으로 신청하였고, 변호인은 위 임상병리사와 응급실에서 피고인을 치료한 야간당직 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하였다.


  재판장께서는 다른 국민참여재판 등 일정을 고려하여 공판준비기일을 1-2회 정도 더 잡는 바람에 5회까지 이어졌고, 대법원 지침에 따라 국선변호인으로 이용윤 변호사를 추가로 지정하여 주었다.

 

배심원 선정절차


  2009.1.19. 오전 9시 30분 조금 지나 법정에 들어가니 엄숙한 분위기에 재판부를 비롯하여 모두 출석하여 있었고 변호인이 착석하자마자 재판장의 지휘에 따라 재판부와 검찰측, 변호인측의 소개가 있었고  검찰이 강도상해죄를 준강도죄와 상해죄로 나눈 내용의 공소장변경 신청를 하였다며 고지되어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변경되었기에 곧바로 별 의견이 없다며 동의하였다. 재판부나 피고인측이 전혀 거론하지도 않았는데 공소장 변경이 이루어진 것만으로도 국민참여재판의 성과로 보여졌고 피고인이 최악의 경우라도 실형은 면할 것 같았기에 내심 크게 기뻤다. 그리고 바로 배심원 선정절차가 진행되었다. 국민참여재판 경험이 많은 이용윤 변호사를 통해 배심원 선정 절차를 배우며 재미있게 살펴볼 수가 있었다. 


  법원에서 배심원후보자를 100명 무작위 추출하여 선정기일통지서와 함께 질문표 등을 송달한 결과 답변을 보내온 배심원후보자들이 33명이었으며 실제 30명이 출석하였고, 그 외 1명은 지각하여 법정에서 질문표를 작성하게 되어 총 31명의 배심원후보자들이 배심원선정기일에 출석한 것으로 되었다.


  배심원 선정절차에 들어가서 먼저 재판장께서 배심원후보자들을 상대로 배심원 결격사유, 직업 등에 따른 제외사유, 면제사유 등 배제사유 유무를 확인하였더니 해당자는 없었고, 이어서 배심원 후보자들 중에 어떤 분이 자신이 전날 밤 10시부터 아침 8시 30분까지 야간근무를 하여 너무 피곤하다고 하고, 또 다른 분은 며칠 전에 크게 다쳐서 통증이 심하다며 깁스를 한 오른손목을 들어 보이기도 하여 배심원 면제신청을 한 결과 2명 모두 받아들여졌다.    


  다음으로 재판장께서 이 사건에서는 배심원 7명과 예비배심원 2명을 선정하겠다고 한 후에 참여사무관이 무작위로 배심원후보자 9명을 추첨하여 순서대로 배심원석에 착석하게 한 후에 배심원후보자들에 대한 질문 순서에서 먼저 재판장은 “후보자들끼리 이전에 아는 사이가 있느냐”는 정도의 가벼운 질문을 몇 개 하였고, 검사는 “실제 재판은 영화나 드라마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느냐”, “경찰이나 검찰을 불신하거나 괜히 불편함을 느끼는 분이 있느냐”, “1명의 증인에 의해서도 유죄인정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느냐”, “직접 증거가 없어도 여러 정황증거를 종합하여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느냐”, “완벽한 증거에 의해서가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입증이 되면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증책임의 대원칙에 동의하느냐”는 등으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질문 형식으로 사실상 법률교육을 하였고, 변호인은 질문을 별도로 하지는 않았다.   
 
  배심원후보자들에 대한 기피신청 과정에서는 배심원들을 피해서 법대 앞에 재판장과 검사, 변호인이 모여서 조용히 진술하고 그 결과를 배심원후보자들에게 알리게 되었는데, 먼저 검사와 변호인 모두 ‘이유부기피신청’은 전혀 없었고(무이유부기피신청의 기회가 많이 있으므로 굳이 어느 특정 배심원후보자가 부적격자라는 이유를 소명하고 기피신청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여짐), ‘무이유부기피신청’에 있어서는 배심원이 7명이기 때문에 검사와 변호인이 각자 4명까지 가능하였는데, 검사는 먼저 2명을 기피신청하였고 변호인은 질문표에서 이전에 피해경험이 있다고 기재한 후보자와 피해자와 연령대가 비슷한 후보자 등 3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함에 따라 다시 5명의 후보자를 무작위로 추첨하였으며 이후 검사가 2명을 기피신청하였는데, 후보자들 2명 모두 피고인과 연령대가 비슷해 보였다. 또다시 2명의 후보자를 추첨하였으며 이미 검사는 기피신청을 4명 모두 하였기에 변호인에게만 기피신청을 할 기회가 있었으나 추가로 기피신청을 하지 않음에 따라 비로소 9명(남자 6명, 여자 3명)이 최종 선정되었고 순서에 따라 새롭게 고유번호가 부여되고 예비배심원 2명도 별도로 추첨에 의해 선정이 되었으나 평의직전까지 비공개하기로 되어 있어 그 번호표가 법대 위에 별도로 보관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법무법인 세인 이창현 변호사는...

연세대 법대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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