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인 일본 로스쿨 일기(10) - 한일간의 법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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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인 일본 로스쿨 일기(10) - 한일간의 법감정
  • 법률저널
  • 승인 2009.02.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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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석인 일본 교토 류코쿠대학교 로스쿨 재학 / 네모법률교육 연구원

 

안녕하세요, 류코쿠대학교 로스쿨의 양석인입니다.
오늘은 로스쿨에 관한 화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지난 1월 류코쿠대학교 로스쿨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날의 강연회는 마사키 히로시(正木ひろし,1896년~1975년)라는 일본의 유명한 인권변호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열린 것으로,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가 특별 강사로 초대되어 마사키 변호사와 한국 사회의 인연을 중심으로 흥미 깊은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그 인연이란 한 재일교포가 일본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기소된 형사사건('마루쇼사건(丸正事件)'이라 불리웁니다)에서 마사키 변호사가 무료변호를 했었던 것을 말합니다. 그 일로 한승헌 변호사는 마사키 변호사를 알게 되었고, 그에 관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강연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시종일관 유창한 일본어로 강연을 진행했던 한승헌 변호사였지만, '저의 일본어 실력이 대단하다 여기신다면, 그만큼 일제의 식민지배가 가혹했던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 여겨달라'며 청중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회에 있어 일본이라는 존재는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저 역시 어린 시절 일본 그자체가 악이며 조선의 희생 위에 일본인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특권을 누렸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닌 면도 있었습니다. 일제시절, 조선사람 이상으로 조선사람을 위했던 일본인이 있었던 반면, 일본사람 이상으로 조선 사람을 못살게 군 조선사람도 있었던 것이며, 일본사람보다 더 큰 기득권을 누린 조선 사람이 있었던 반면, 조선사람보다 더 큰 고통을 일본제국주의로부터 받았던 일본사람도 있었던 것입니다.

 

후세 타츠지(布施辰治1880년~1953년)라는 일본의 한 인권변호사는 수많은 조선인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법정에 섰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에게 내란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라는 명변론을 남겼습니다. 그 결과 태평양전쟁 중에 변호사 자격을 박탈, 수감당하기도 했던 후세 변호사와 같은 일본인이 있었던 반면 일본군의 일원으로서 독립군을 소탕했던 조선인도 있었음을,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은 오늘날에 있어서도 다를 바 없음에 대해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조국을 바라보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는 일이 적지 않지만,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불의는 한국의 그것과 일본의 그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번 강연을 통해 거듭 느꼈습니다. 오랜 시간, 국제사회에 있어서 '국가 대 국가'라는 패러다임이 절대적이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통과 통신의 발달을 통해 전 세계의 시민들이 폭넓은 교류를 갖게 되면서, '시민 대 불의한 공권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불우한 과거가 있었을지라도, 이러한 패러다임이 한일간에 있어서 형성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조선인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마사키 변호사나 후세 변호사와 같은 일본인들의 존재가 그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요. 더불어 이번 강연은 제게 있어, 그들이 소중히 여겼던 한국(조선)의 사회와 사람들을 나는 과연 사랑하고 있는지,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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