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강의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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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강의를 권장한다
  • 성낙인
  • 승인 2009.02.0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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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교수. 헌법학, 한국법학교수회장

 

대학마다 제시한 로스쿨 강의계획서를 보면 대체로 1인 교수의 강의 진행에 다수 학생이 수강하는 기존 포맷을 유지하고 있다. 차제에 로스쿨 강의의 새로운 방향을 시도해 봄직하다. 이공계 학과에서는 학부과정에서부터 복수의 교수가 한 강좌를 함께 진행하는 시도가 많이 진행되어 왔다. 물론 특정 교수의 강의 면피를 위한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고 해서 일의적으로 권장만 할 것은 아니지만 복수의 교수가 다양한 관점에 따라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소지가 크다. 특히 학문 융합시대에 이와 같은 협동강의(협력강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법정요건을 채우기 위해 한 동안 실무교수 채용 붐이 일어난 바 있다. 그런데 실무교수란 그야말로 법실무 특히 법원 검찰의 실무가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법원 검찰을 떠나고 오랜 세월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다보면 과연 실무교수인지 이론교수인지의 구획도 불가능해 질 것이다. 이는 새 제도의 도입에 따른 실무 부족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현직 법조인이 한시적으로 학교에서 교수로서 활동하다가 원직에 복직하는 방안이 더 실무교수의 본질에 부합해 보인다. 우리의 경우에도 사법시험의 향방에 따라 장기적으로 사법연수원이 축소 내지 폐지될 것이기 때문에 사법연수원 교수 인력을 대학의 초빙교수 또는 연구교수로 활용하는 것도 실무계와 학계의 좋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 로스쿨 강의는 1인의 교수 또는 복수의 교수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면서 수시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활용함으로써 강의의 다원성과 질량감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학에는 정규교수(전임교수) 이외에 석좌교수, 초빙교수, 겸임교수, 연구교수, 방문교수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교수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대학에서의 역할과 기능은 매우 다양하여 일의적으로 이렇다고 장단점을 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로스쿨 설립 대학들에서도 갖가지 이름의 비정규교수가 임용되고 있지만 그들의 역할에 관해서는 아직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사실 법조 고위직 출신이나 로펌의 핵심변호사들이라고 해도 비록 그들이 풍부하고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경험의 소지자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지만 대학에서 정규강의를 평생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주 세 시간의 강의를 한 학기 내내 담당하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들이 자신들의 법률실무가로서의 활동영역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그들의 법률가로서의 노하우를 후학들에게 전수하기 위해서는 정규교수와 공동으로 강좌를 개설해서 강의를 진행하거나 아니면 월 1-2회 정도 참여해서 강의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는 한 강좌를 두 교수가 동시에 진행하면 강의시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제도적 방안 또한 모색돼야 한다.


예컨대 헌법재판론 강의에서는 헌법재판관이나 헌법연구관, 행정구제론 강의에서는 행정심판위원 또는 행정법원의 법관, 특허법 내지 지적재산권법 강의에서는 특허심판원 심판관이나 특허법원의 법관, 세법강의에서는 국세심판원 심판관이나 담당재판부 법관, 파산법 강의에서는 파산관재부 법관 또는 이들 분야에서 최근까지 활동한 바 있는 실무가를 초빙해서 전임교수와 함께 강의를 진행한다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


그간 법률가들이 주장해 온 법조계의 전문화 요구에 따라 법원 검찰에도 전문재판부가 많이 구성되어 있고, 로펌이 대형화하면서 로펌에서도 변호사들의 전문영역이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협동식 강의는 관련 분야의 인재들이 쌓아 온 능력을 대학으로 끌어들이는 효과와 더불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법률가 배출이라는 로스쿨 본연의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다. 협동강의를 통해서 이론과 실무의 동시 교육의 새로운 장이 한국형 로스쿨에서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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