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재,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고민하는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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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재,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고민하는 로스쿨
  • 법률저널
  • 승인 2009.01.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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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 ‘헌법교재개발 워크숍’ 개최, 현안 문제 교류

 

개원을 40여일 앞두고 전국 각 로스쿨이 신입생 맞이와 개강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과목별 교재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륙법 체계하의 기본 이론중심의 법학 교육이 로스쿨 제도 시행으로 그 교재 및 학습법 또한 대전환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 로스쿨에 따라, 과목에 따라 이미 교재개발이 완료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현재 진행형이다. 각 로스쿨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 로스쿨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더구나 헌법, 민법, 형법 등 기본 법학과목들은 교과편제상 1학년 과정에 편성되기 때문에 더욱 서둘러야 할 판이다.

 


이같은 각 로스쿨의 고민과 처지는 지난 16일 서울대 로스쿨이 가진 ‘법학전문대학원 헌법교재개발 워크숍’에서 여실히 묻어났고 이는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든 로스쿨의 현안이었다. 케이스메서드, 소크라테스식메서드, 주입식과 이와의 융합으로 할지, 이에 따라 교재는 논문식으로 할지, 단순 읽을거리로만 구성할지, 통합형으로 할지, 분리형으로 할지, 개념법학은 포함해야 하는지, 판례와 사례는 어느 정도 적시할지 등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방대한 학업량 대비 짧은 교육기간으로 인한 최고의 학습효과를 내야만 부담감 또한 로스쿨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워크숍은 서울대가 그동안 준비해 온 헌법 교재개발계획의 내용을 소개했고 이에 대한 지정토론과 자유토론으로 이루어졌다.


주제발표 사회를 맡은 성낙인 교수는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고민은 이미 해 왔다”면서도 “그동안 인가 준비 등에 전념하느라 정작 교수법과 교재개발 등에는 주력치 못한 점이 없지 않다”고 상황을 적시했다. 특히 학생들의 전공이 다양하므로 3년내에 무엇을 어떻게 해서 이를 극복할 지가 최대의 고민이라는 것.


성 교수는 “교수는 교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전반적으로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일부 교수들이 교재개발에 참여해 기본적인 모델안이 만들어졌고 오늘 공론의 장에서 보다 진지하게 검토되길 희망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서울대 로스쿨은 1학년 과정에서 헌법총론인 헌법1, 헌법각론인 헌법2로 각 15강(1강 3~4시간)으로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에 따라 마련된 헌법 교재안의 내용은 각 주제별로 헌법재판소의 대표적인 판례를 도입소개한 후 참고판례와 참고문헌을 보충하는 형태로 편제됐다.


예를 들어 문화국가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2005년 2월 3일 선고 민법 호주제 불합치 결정을 도입판례로 적시해 헌재의 주문과 이유(소수의견 포함)를 나열했다. 이어 동성동본금혼 위헌 판례 등 5개의 참고판례를 추가하면서 타 교수들의 문헌에서 문화국가와 관련된 내용을 참고 인용토록 했다. 마지막으로 쟁점연구를 통해 문화국가에 대한 국가의 헌법적 책무 등 쟁점과 관련된 사안들을 의문점 및 학습과제로 제시토록 했다.


이효원 교수는 발표를 통해 “법학·비법학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케이스 위주의 학습이 되도록 구성해 헌법의 이해도를 높이도록 했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방식은 수업시간에 각 교수가 자율적으로 강의하겠지만 질문과 토론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교재개발의 취지를 밝혔다.


전종익 교수는 “전체 편제에서 헌법재판을 어디에 구성하느냐 고민을 하다가 결국 마지막 부분인 14강에 편성했다”면서 “도입판례를 어떤 것을 선별해야 할지, 판례로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을 참고문헌을 통해 어떻게 보충해야 할지 등 결코 쉽지가 않았다”고 발제의 변을 밝혔다.


지정 토론 사회를 맡은 정종섭 교수 역시 “학생들의 다양성으로 인한 학습방법에서의 고민, 특히 법학 기수자는 또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등 여러 가지로 복합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동일한 애로를 토로했다. 정 교수는 “이번에 마련된 교재계획안을 통해 한 학기를 운영해보고 추후 보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지정토론자들은 이같은 교재계획안에 대한 장단점 등을 꼬집으며 독특한 제안도 아끼지 않다.


이명운 헌법연구관은 “일부 주제의 도입판례는 주제에 부적합한 면이 있고 참고판례도 더욱 보완될 필요가 있다”면서 “쟁점연구부분이 보다 구체성을 갖고 이해도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보 한양대 법과대 교수는 “기존의 주입식 총괄적 교육에서 탈피, 구체적 사례가 일반적인 것을 깰 수 있는 교육법이 필요하다”며 “로스쿨의 특성상 변호사 능력 제고를 위한 쪽으로 비중이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짧은 기간의 교육과정상, 교재를 통해 개념 등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 수준의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라며 “수업이 끝난 후 정답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다방면적 제안을 했다. 특히 그는 ‘여러 사례와 자료를 소개했으니 나머지는 학생들이 알아서 해라’라는 식의 교재와 강의는 지양할 것을 강조했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자칫하다간 현 법학부보다 더 부실한 교육이 펼쳐 질 수도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운 후 “로스쿨은 변호사 배출이 목적이므로 소송을 걸고 의뢰인에게 유리하도록 판례를 깰 줄 아는 능력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재계획안은 교안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교안은 교수만 보지만 교재는 학생, 교수 모두가 보므로 학생들에게 유리한 자료와 정리가 충분히 갖추어진 교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자유토론은 통해 아주대 이헌환 교수는 “아주대 역시 교재 개발에 고민이 많았다”면서 “정말 15강을 한 학기에 다 가르칠 예정이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학부 전공이 다양하므로 이들에게 법적분석능력을 함양시켜주는 것이 학교의 우선 과제”라며 “전 학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펼치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제안했다.


전정환 원광대 교수 역시 “과연 이 많은 분량을 한 학기만에 다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저은 후 “과연 판례 위주의 스타일이 맞긴 맞는지, 판례가 없는 총론부문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개념법학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도 고려해 보자”고 강조했다.


정훈 전남대 교수 역시 “기본적인 개념은 가르칠 것인지, 말 것인지도 고민해 보자”며 전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성기용 이화여대 교수는 “당장 3월 개원을 앞두고 막연한 상태였는데 좋은 자리가 마련되어 다행”이라면서도 “욕심 부리지 말고 기존의 교과서에 추가적인 자료로 보충하는 방식은 어떠냐”고 되물었다.


성 교수는 “무엇을 읽어야 할지, 무엇을 학습해야 할지 정도는 제시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교과서일 것”이라며 교재의 다양한 내용구성도 주문했다.


한편, 참고문헌 제시와 관련해 내용의 현출 정도와 방법 등에서의 저작권 문제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동아대 김효전 교수는 “학문과 교수를 위한 것인데 지나치게 여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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