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의 교육내용과 교육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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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의 교육내용과 교육방법
  • 박종보
  • 승인 2009.01.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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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보 한양대 법과대 교수·헌법학

 

드디어 3월 1일이 되면 로스쿨이 개원한다. 법학교수들은 새로운 교육 시스템 하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준비를 하느라 한창 바쁘고, 로스쿨 합격자들은 본격적인 법률가 양성 교육을 받을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 수업 교재는 아직 한 권도 출판되어 있지 않다. 그 동안 대학들은 로스쿨 인가신청 준비와 개원 준비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아 왔지만, 정작 로스쿨의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인 결과라고 생각된다. 사실 법학교육 개혁을 논할 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먼저 합의되고, 그것이 학사과정에서도 실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대학원 과정에서라야만 되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한 후, 그 결과에 따라 로스쿨 제도 도입 여부가 결정되어야 했던 것이다. 아무튼 이 글에서는 필자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의뢰를 받아 로스쿨 교재를 개발하면서 고심한 로스쿨의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에 관한 견해를 피력함으로써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학교육의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그것은 법관 양성, 변호사 양성, 법학자 양성으로 대강 분류할 수 있다. 법관 양성이 법학교육의 목표라면, 기존 판례의 법리와 새로운 학설을 망라한 지식을 기초로 투철한 정의감을 입각하여,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용인될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집중하여야 한다. 변호사 양성이 핵심이라면 기존 판례의 법리를 정확하게 이해한 후 의뢰인에 대한 봉사정신에 입각하여, 필요에 따라 의뢰인에게 가장 유리하도록 기존 판례이론을 보강하거나, 반대로 선례를 변경할 필요성을 납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법학자는 입법, 집행, 사법 등 모든 법현상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기초로 학문적 가치에 입각하여 법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립하고, 나아가 당대의 통념을 깨고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우리 대학의 법학교육의 목표는 대체로 법관 또는 법학자 양성을 지향하는 모델에 가까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학부에서의 법학교육은 성문법의 해석을 위주로 한 법리를 교수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수업 중에 학생들을 소극적인 청취자에 위치에 두고, 교수는 자기의 지식을 쏟아 붓는다. “내가 깨달은 진실을 말하노니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하는 식이다. 수업 시간 중에 학생들이 이 지식을 얼마나 주워 담아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었는지는 대개 교수의 관심 밖이다(“못 알아들어도 할 수 없고…”). 이러한 방식은 주어진 쟁점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전달하는 총괄적이고 완벽한 학습을 지향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구체적 추론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결론만을 암기하게 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로스쿨에서의 법학교육은 유능한 변호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되, 이들이 법관이나 법학자로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문제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추론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여기에는 주어진 사실에서 법적 쟁점을 추출하는 능력, 당해 쟁점과 관련된 기존 법리의 정확한 이해, 사실을 분석하고 거기에 법리를 적용하는 능력, 필요한 경우 새로운 법리를 개발하는 능력이 포함된다. 수업은 대표적인 법적 쟁점을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고 그것을 일반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양성하는 예시적 방식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판례 분석은 필수적이다. 수업진행방식은 설명이 아니라 질문 위주로 재편되어야 한다. 학생들을 소극적인 청취자에서 적극적인 탐구자로 바꾸어, 수업 중에 청각을 이용하는 것 말고도 예습 중에 시각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사고하도록 요구하여야 한다. 판례의 중요 쟁점, 불명확성, 비판 여지 등을 예습단계에서 인식시킬 수 있다면 성공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예습과제를 부과하여야 한다. 예시적 수업 방식과는 반대로 교재는 그것을 읽는 것만으로 수업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가 망라되어 있어야 한다. 수업은 학생들이 예습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의문을 해결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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