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관련 미국에서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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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비밀유지 의무' 관련 미국에서의 논쟁
  • 배기석
  • 승인 2009.01.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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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석 부산대 법대교수/ 변호사

 

미국 North Carolina 주 변호사회 소속 Hughes 변호사는 현재 수형 중인 한 재소자를 방면하기 위하여 자신이 의뢰인으로부터 지득한의 비밀을 개시(開示)하고자 증언대에 올랐으나 재판장인 Thomson 판사는 Hughes 변호사를 제지하면서 그가 만약 의뢰인의 비밀에 관하여 증언을 한다면 주(洲)변호사회에 이를 통보하여 징계를 받도록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제지하였다.

 

그러나 Hughes 변호사는 위와 같은 제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이미 사망한 자신의 의뢰인으로부터 그가 22년 전에 두 사람을 살해하였다는 고백을 들었고 그 사건에  연루된 무고한 사람이 공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종신형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20년 전 사건의 의뢰인이 이미 사망하였으므로 이제 와서 진실을 밝히더라도 그것이 윤리적으로 수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로서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Thomson 판사는 견해를 달리하였고 법조윤리 전문가들도 Thomson 판사의 의견에 동조하는 학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논지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형사사법제도의 초석을 이루고 있는데 만약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솔직하게 사실관계를 말하지 않는다면 변호사들이 효율적인 변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나아가 그러한 문제에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앞으로 변호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에서의 변호사 윤리는 주(洲)마다 다소 다르긴 하나 많은 주에서는 살인을 저지하거나 중대한 상해를 저지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비밀개시를 허용하고 있다. 몇몇 변호사윤리 전문가들도 사형집행을 저지하는 경우에는 허용되나 무죄인 수형자를 방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밀을 공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Massachusetts 주에서만 사형집행의 경우는 물론이고 나아가 징역형의 경우에도 비밀 개시(開示)를 허용하고 있다.

 최근 다른 변호사들도 비슷한 사건에 직면한 경우가 있었는데 Illinois 주 소속 Coventry와 Kunz라는 두 변호사는 두 사람을 살해한 죄로 종신형 선고를 받은 Logan 사건에서 26년 만에 진실을 밝힘으로써 Logan이 석방되었다. 이사건 의뢰인은 자신이 죽은 뒤에는 변호사들이 진실을 말하여도 좋다고 허락하였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법조윤리 교수들도 사형집행을 막기 위해서는 비밀을 개시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아무리 장기형이라 하더라도 징역형의 경우까지 확대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Monroe H. Freedman 교수는 종신형과 사형의 경우에만 한정하여 비밀개시를 허용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그러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법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라고 설파한다. 그러면서도 징역형 선고를 받은 사건의 경우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면 의뢰인들이 변호사에게 자신의 사정을 솔직히 털어 놓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North Carolina 법원이나 미연방대법원은, 증언거부특권(The lawyer and client privilege)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의뢰인이 사망한 경우에도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Rehnquist 대법관은 위 대법원판결문에서 의뢰인이 사망한 경우라 하더라도 의뢰인의 명예나 민사책임 부담 가능성 또는 가족이나 친지에 대한 위해 등을 걱정하기 마련이라며 1998년에 비밀공개에 대하여 반대취지의 다수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한편 Freedman 교수는 구체적 사안별로 대응하여야 할 경우도 있으므로 변호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말 할 권리가 있다고 하였다. 위 교수는 “의뢰인의 유산에 대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해올 가능성도 없거니와 의뢰인의 결백을 확신하는 사람조차 없다면 더 이상 비밀유지를 할 이유가 없다”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Hughes 변호사는 “Jerry에게 무슨 명성이 문제되겠느냐, 그는 두 사람을 살해하였다고 고백하였고 그의 유산이라고 오로지 신발 두 짝과 책 두 권밖에 없는데”라고 불평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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