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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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9.01.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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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이명박 정부여, 도대체 왜 이러는가?


2009년 1월, 대한민국은 새해가 시작되면서 미네르바 신드롬으로 뜨겁다. 검찰이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을 허위사실유포죄로 구속하였기 때문이다. 아마 그의 구속은 정부나 검찰의 의도와는 달리 현 정부에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경에 죽으려고 하는 자는 살고, 살려고 하는 자는 죽는다는 말처럼 그를 죽이려고(?) 한 정부가 그로 인하여 죽임을 당하는(?) 역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미 그런 역현상은 도도한 물결이 되어 국민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음도 주목할 일이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한 젊은이, 그는 경제와 관련한 글을 꾸준히 인터넷에 올렸고, 그가 예측한 상당 부분이 그 후에 사실로 발현되었다. 그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일약 경제대통령이라는 칭송(?)을 받는 사태에 이르렀고, 조중동을 비롯한 상당 언론들도 미네르바의 게시글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의 예측 중 상당 부분은 현 정부 정책의 과오를 지적한 내용이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글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국내외 언론에 보도되거나 각종 경제지들을 통해 간간히 보도된 내용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기존의 경제학자나 경제관료들이 보는 관점과 다른 관점에서 분석하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또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그 보급성이 꾸준히 진행되었다는 점과 비교적 쉬운 문장을 통해, 그것도 반의적 어법과 때로는 비아냥거리는 어투를 사용한 문장으로 가볍게 의사를 표시하다 보니 정부 정책을 불신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에 동조하게 됨으로써 일종의 카타르시스, 대리만족을 얻게 되어 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강만수 재정경제부장관의 경제팀이 너무 경제실책을 자주 범하다 보니, 국민의 여론이 등을 돌린 결과로 빚어진 역작용이 미네르바 신드롬을 탄생시킨 근본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은 경제대통령이라는 선거구호를 앞세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냈고,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환율정책을 비롯한 각종 경제정책에서 실패가 반복되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울화통이 터지는 심정으로 미네르바의 글에 열광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미네르바는 로마신화 속의 지혜와 武勇의 여신이다. 미네르바는 주피터, 주노와 함께 캐피톨 신전의 3대신 중의 하나이다. 로마의 아벤티누스 언덕에 있던 미네르바 신전은 당시 그리이스의 匠人同業組合이 집회를 열던 장소였기 때문에 미네르바는 장인, 즉 기술의 신으로도 추앙된다. 로마황제 폼페이우스가 동방 정벌의 전리품으로 미네르바 신전을 세웠다고 전해져 오며, 그리스 여신 아테나 니케와 동일시되는 신으로 추앙을 받아왔다. 미네르바 신전이 세워졌던 자리에는 로마 여행길에 들렀던 로마 유일의 고딕식 교회인 미네르바 성당이 세워져있다. 미켈란젤로가 조각하기 시작하여 라파엘레 다 몬테루포가 완성하였다는 예수승천상을 비롯하여 많은 예술작품이 있는, 약 7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역사 깊은 성당이다.


지혜와 무용의 여신으로 알려진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쓴 한 젊은이를 놓고 대한민국은 요동치고 있다. 그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하여 2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는 검찰의 구속의 변은 황당하다 못해 사람을 졸도하게 만든다. 모든 범죄사실에는 “인과관계”를 절대적 필요사유로 한다. 현재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고 있고, 학계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인과관계론은 “상당인과관계설”이다. 상당인과관계설은 자연 현상으로서의 인과관계는 무한정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정당한 범위에서 인과관계를 제한하여야 한다고 한다. 하나의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 한 명의 살인범이 시장에서 칼을 산 후 살인의 공포를 덜기 위하여 식당에서 소주를 한 잔 사 마신 뒤 약간 술이 취한 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자 피해자의 어머니가 문을 열어주었고, 범인은 집으로 뛰어 들어가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에, 자연적 인과관계를 넓히게 되면, 문을 열어준 피해자의 어머니, 그를 범행장소까지 태워다준 택시기사, 그를 흥분시키도록 만든 술을 판 식당주인, 그에게 칼을 판 주방용품가게주인, 그 칼을 만든 장인, 더 나아가 그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그의 부모까지 모두 처벌해야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그 범인으로 하여금 살해의 동기를 품게 만든 피해자가 없었더라면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피해자가 처벌을 받아야 된다는 황당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이 범인과 인과관계로 연결된 모든 사람을 처벌하게 된다는 것은 선행사실의 인과성이 후행사실의 인과성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형법상으로는 그런 인과관계의 연속성은 허용되지 않는다. 즉 살인이라는 직접적인 범행사실에 인과관계가 있는 상당한 정도, 위 사건에서는 범인의 살해행위에 국한하여 인과관계가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형법상의 “상당인과설”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젊은이의 인터넷 게시내용이 위와 같은 경제적 피해를 가져올 만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미네르바가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집행할 만큼의 공적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 그가 그러한 행동을 위해 구체적 영향력을 행사한 바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그의 지시를 따라 행동을 한 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은 각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만일 미네르바를 구속한 논리라고 한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재정경제부장관이 제일 먼저 구속되어야 하는 황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정부의 정책이 역방향으로 감으로써 오히려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수많은 국민들을 빈털터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법적 측면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한 젊은이를 허위사실유포죄로 구속하는 근거로 약 20억 달러라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는 설명을 곁들이고 이를 대서특필하는 한국 메이저신문들은 제정신이 아니어도 아주 심각할 정도로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않은 시장에 대하여 정부의 과감한 의지와 결단을 보여주겠다는 고뇌에 찬 결단으로 그와 같은 구속이라는 강경책을 썼겠지만, 이러한 결단이야말로 정말이지 제 꾀에 제가 속는다는, 어설픈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물어보자.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왜 이러는가? 미네르바라는, 경제문제에 깊이 천착하는 한 젊은이의 판단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무능한 경제관료들로 포진되어 있는 무능한 정부임을 자인하는 비극적 현상을 스스로 폭로하겠다는 것인가? 미네르바라는 젊은이를 구속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현실에 맞는 올바른 정책을 세워 하나씩 하나씩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가 아니겠는가?


시장은 현실로 나타나는 결과를 중시할 뿐이다. 아무리 주가 3,000시대의 도래를 예상하는 황금빛 청사진을 내놓더라도 1,000이하로 곤두박질치다가 겨우 기사회생한 현재의 주가를 보는 국민들은 정부를 믿지 않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의 한 젊은이의 황당한 구속을 통해 국민들의 심정은 또다시 부글부글 끓는다.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며 경범죄처벌법을 개정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국민들은 “아, 짜증나”라고 고개를 돌리고 침을 뱉는다.


이명박 정부여, 제발 이러지 마라. 세 살 먹은 아이를 앞에 놓고 눈 부라리고 머리에 군밤 주는 시늉을 하여 어린아이가 으앙 하고 울어버리면 내가 이겼다라고 생각하는 우스꽝스러운 짓을 제발 멈춰다오.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 어른이다. 머리가 자랄 대로 다 자라버린, 세계에서 인권의식이 가장 강한 자존심 있는 국민으로 성장해 버린 어른이란 말이다. 제발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이 어른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해다오. 그리고 그렇게 대접해다오. 지금은 아무리 못산다 못산다 하여도 절대빈곤에 시달리던 1960년대가 아니니 불도저식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려고 하지 말아다오. 하루 속히 미네르바를 석방하고, 미네르바의 예측을 뛰어넘는 올바른 경제정책을 실행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다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그의 저서 “법철학”에서 말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짙어지자 날기 시작한다.”라는 한 문장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경제불황이라는 황혼이 짙어가고 있는 이때, 눈을 크게 뜬 부엉이가 되어 날아다오. 쓸데없이 미네르바라는 젊은이 때문에 20억 달러 상당을 손해 보았다는 황당한 소리일랑 집어치우고. 국민들 머리꼭지 돌게 마시고, 신명나서 한 판 돌게 해다오. 지혜와 무용의 여신인 미네르바처럼. 슬로우, 슬로우, 퀵, 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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