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제도와 사회적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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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제도와 사회적 갈등
  • 오대성
  • 승인 2009.01.0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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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성 조선대학교 법과대학장

 

오늘로써 로스쿨선정(예비인가)이 발표된 지 꼭 1년이 지났다. 지난 2007년 41개 대학이 로스쿨을 신청했지만 선정된 학교는 25개 대학뿐이고 16개 대학이 탈락되었다. 발표당시 로스쿨선정에 대한 불만은 선정된 대학이나 탈락된 대학이나 모두 컸다. 선정된 대학은 정원배정에 불만을 토로하였고 탈락된 대학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아픈 고통을 당해야 했다. 그 고통은 비단 법과대학교수뿐만 아니라 그 대학 모든 구성원들도 함께 통감했어야 했다. 심지어 그 지역사회의 시민들까지도 고통을 분담했다. 그 후 1년 동안 로스쿨에 탈락한 법과대학은 구성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과 온갖 비난으로 마치 살얼음을 걷는 듯한 세월을 보내야 했다. 로스쿨 탈락은 대학(학부)의 신입생모집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년의 경우 법학과의 지원경쟁률은 다른 학과의 그것에 비해 대개는 높았었다. 그러나 2009학년도 법학과 지원경쟁률은 로스쿨 탈락된 대학의 경우 매우 저조한 편이다. 그래도 서울 소재 법과대학은 괜찮은 편이나 지방대학의 경우 매우 심각한 곳도 있다.


로스쿨제도의 기본취지는 시험에 의한 법조인 배출이 아니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에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자들이 로스쿨에서 법을 익힌 후 변호사가 되어 각자 자기 분야에서 법조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로스쿨의 목적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로스쿨제도는 그 첫 단추부터 문제점이 크게 노출되었다. 이번 우리의 로스쿨제도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혼란과 문제점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자고로 법률제도는 사회를 통합하고 조정자역할을 하여야 한다. ‘法’이란 한자를 풀어보면 ‘물水’ 字에 ‘갈去’ 字의 합성이다. 즉, 法이란 사회가 물 흐르듯이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하게 한다는 것이다. 법조인양성제도인 로스쿨제도는 교육제도이면서 또 하나의 법률제도이다. 따라서 로스쿨제도는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사회계층간의 괴리를 해소하며 학계와 법조계의 조화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로스쿨제도는 오히려 계층간의 대립과 사회적 갈등만을 증폭시켰다. 즉, 지나친 총입학정원의 축소와 로스쿨인가대학의 제한은 로스쿨선정대학이나 탈락한 대학, 심지어 시민들까지도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 차게 했다. 또한 탈락한 대학들은 줄 이은 사법적 투쟁으로 관련부처와 사법부를 흔들어 놓고 있다. 판결문을 보면 정의의 보루인 사법부가 교과부의 엉터리 주장에 손을 들어주기 위해 견강부회식 설시(說示)를 늘어놓고 있다. 또한 최근의 변호사시험법안을 보면 변호사자격시험을 현행 사법시험보다 어렵게 만들어, 로스쿨제도를 다시 시험에 의한 법조인배출제도로 회기시키려 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국민적 고통을 사회가 변화·발전하는 단계에서 불가피하게 유발되는 최소한의 진통이라면서 이를 감내해야 한다고 변명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이며, 치유되는 게 아니고 점차 증폭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한편『법학전문대학원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로스쿨인가요건으로 교수의 20%이상을 법조실무교수로 충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로스쿨 학생들에게 법률실무를 교육하여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변호사를 양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소원했던 학계와 법조계가 상호교류를 통해 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한변협의 변호사법개정안에 의하면 변호사자격을 취득하고서 다시 2년간의 실무연수를 거처야 변호사등록을 할 수 있다. 이는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은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뿐만 아니라 법조실무교수의 채용은 오히려 대학사회에 또 하나의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즉, 한 대학에 이론교수와 실무교수 두 그룹이 존재함으로써 양자간에 대립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로스쿨유치에 실패한 법과대학에서는 담당 교과목을 둘러싸고 양자간에 불화가 심화되고 있다. 법학교수들의 모임이나 학술발표회에서도 로스쿨교수와 법과대학 교수간에 갈등이 야기되기도 한다. 로스쿨유치에 실패한 사립대학 총장들도 마찬가지의 갈등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로스쿨제도는 우리 사회에, 로스쿨에 선정된 대학과 탈락한 대학, 대학과 정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이론교수와 실무교수 등 크고 작은 집단간에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로스쿨탈락은 책임자 인책문제로 비화되었다. 상당수 사립대학이 많은 재정적 투자와 교수충원 등 피땀 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유치에 실패하였다. 그러자 어느 대학에서는 보직자가 삭발을 하는가 하면, 보직사임을 하거나 보직 해임된 경우도 있다. 또 어떤 대학은 법과대학교수들이 전 구성원들에게 석고대죄의 자세로 사죄의 글을 띄운 경우도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법과대학교수의 구조조정론이 대두되고, 법과대학교수들로 하여금 신입생모집을 독려하기도 한다.


2005년 이후 교과부는 국립대학으로 하여금 로스쿨을 준비하도록 많은 재정적 지원을 하였다. 그리고 2008년 1월 국립대학에 모조리 로스쿨인가를 해주었고 그와 경쟁관계인 16개 사립대학은 탈락시켰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교과부의 재정지원은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교과부의 부당한 정책으로 로스쿨제도는 사회적 갈등과 국민적 고통만을 안겨 주었다.


따라서 정부와 입법부는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책무를 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로스쿨 입학정원 확대와 인가요건의 합리적 재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대학들에 대해서는 모두 로스쿨을 인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변호사시험법안의 변호사시험과목에 필수과목은 축소하고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로스쿨의 특성화를 최대한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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