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규 법무관의 국선변호일기(6)-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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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규 법무관의 국선변호일기(6)-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 법률저널
  • 승인 2009.01.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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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으로 사건을 하다보면 가끔 뉴스에 나는 사건을 맡는 경우가 있다. 이번 사건의 내용은 충격적이며 반인륜적이었다. 뉴스에 나온 기사 내용은 이러했다.

 

“자신의 친 딸을 4년 동안 강제추행해 온 인면수심의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연제경찰서는 자신의 친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 한 혐의로 A(38)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10월초 밤 11시쯤 부산 남구 자신의 집에서 아내가 식당일을 나가 집을 비운 사이 친 딸(14)을 안방으로 불러 성추행 하는 등 지난 4년 동안 수백차례에 걸쳐 딸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우연히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부터 내가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어 1심 공판까지 맡아서 진행하였다. 처음 피고인을 보았을 때 사건의 내용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면과는 달리 피고인은 키도 크고 정말 착하게 생겨 놀랐다. 그리고 전과가 전혀 없었다.

 

사건은 피고인이 모든 것을 자백하고 있는 상황이라 크게 다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양형 사유를 밝혀 최대한 선처를 받는 것이 관건이었다. 형사소송적인 측면에서는 아주 간단하고 큰 쟁점이 없는 사건이었으나 사건의 내용이 반인륜적이고 한 가정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 상당히 관심이 가는 사건이었다.

 

재판을 진행하는 사람 모두 피고인이 왜 그런 짓을 하였을까가 궁금하였을 것이다. 나도 그 부분이 의문이었다. 의붓딸도 아니고 친딸을 4년에 걸쳐 추행하였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고인과 오랜 시간 접견을 한 결과 확실한 동기는 없어 보였다.

 

피고인은 14년 전 25살의 나이에 서울에서 금형공원으로 일을 하다가 엄지손가락을 제외하고 왼쪽 손가락이 모두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여 신체적, 직업적인 스트레스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정신적 중압감이 매우 컸다고 하며 2004. 4. 초 이 사건이 처음 벌어지던 날에도 피고인은 술을 조금 마신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추행을 하게 되었고 4년간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자신의 행위 속으로 빠져 들게 되었다고 하였다.

 

나름 내 추측으로는 자신의 딸을 추행하면서 현실 세상에서 드러난 자신의 모든 장애와 스트레스를 벗어나 자신만의 일탈의 세계로 빠져 들었고 그 세상의 경계를 넘는 즐거움에 스스로 도취되어 사리분별력을 잃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고인은 올해 10월초에 피해자가 가출을 하면서 처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 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반성하였다고 하였다. 그래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피해자의 치료가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경찰 원스톱에 가서 신고를 하였고 그것이 피고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뉴스 기사와 같이 경찰에 붙잡힌 것은 아니고 피고인이 직접 신고하였던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사회부 기자들이 법률 뉴스 기사를 쓰는 것은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사 내용 자체가 너무 부정확하다. 뉴스를 접하는 일반인들은 자칫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전달받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수백차례 성추행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공소장에는 수백차례라는 표현은 전혀 없고 분명히 4회의 추행사실만 기소되었다. 두루뭉술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쓰면서 부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피고인이 구치소에 있는 동안 처가 두 번 정도 면회를 와서 속옷이나 영치금을 넣어 주며 피해자에 관하여 현재 학교생활을 다시금 잘하고 있고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치료를 받고 있으며 피고인과 함께 살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해주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의 처와 피해자의 합의서 및 탄원서가 곧바로 제출되었다.

 

공판은 한 기일로 마무리 지었고 다음과 같은 변호인의 최후 변론으로 사건의 끝을 맺었다.


“현재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피고인이 구속된 이후 피고인의 처 혼자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고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 하루속히 재판을 마무리 짓고자 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지금까지의 구금 생활로 충분한 처벌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열심히 일하여 가족들을 부양하고 살 것입니다. 피고인과 가족들이 다시금 함께 살 것인지 여부는 가족들이 스스로 의논하여 결정할 사항이지만 가족들이 원하지 않아 같이 살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 할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법정에는 피고인의 장모님이 나와서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고 재판장이 몇 가지를 물어 보았는데 그에 대하여 그 분은 피고인은 평소 너무 착한 사위였고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고 말씀하시며 끝까지 당신의 사위를 지켜주셨다. 재판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그 어르신과 잠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참으로 인자하시고 인격적인 분이셨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시며 믿음의 힘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가고 있다고 하시면서 당신의 딸에게도 모든 것을 용서하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후 피고인의 처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이것저것 상담을 하였는데 나는 내가 국선변호인으로서 변호를 맡아 진행한 사건은 간단하게 끝이 났고 이제는 가족들의 몫이니 정말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하며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장모님과 같은 어르신이 계시니 일이 잘 해결되어 다시금 가족들이 화목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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