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신이 없으니 당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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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신이 없으니 당신도 없다
  • 법률저널
  • 승인 2009.01.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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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THERE'S PROBABLY NO GOD - NOW STOP WORRYING AND ENJOY YOUR LIFE"라는 버스광고가 런던의 상징인 빨간 이층버스 800대에 등장하였다. 런던시내를 활보하고 있는 광고카피는, "신은 아마도 없다, 지금 걱정을 멈추고 인생을 즐겨라“라는 내용이다.


무신론자들의 모임인 영국인본주의자협회에서 모금운동을 전개하여 무신론자들로부터 모금한 돈으로 하게 된 광고라고 한다. 애리앤 쉬린이라는 희극작가가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영원히 고통 속에서 지내라”라는 저주성 문구가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반박으로 위 광고를 결심하고 모금운동에 나서 약 20만 달러의 기금을 모금하여 저 광고를 지난달부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아주 단호하게 “Probably"라는 단어를 넣지 않고 단정적으로 신은 없다라고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광고회사에서 영국의 광고관련법을 내세우며 단정적 광고는 불가능하다는 설득 끝에 ”아마도“라는 저 단어를 넣었다고 한다.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영국사회에서 위 광고 카피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찬성하는 사람과 분노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 감리교회가 이 광고에 대해 사람들이 광고카피를 통해 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오히려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저 광고가 나갔다면 기독교를 중심으로 세상이 시끄러워도 한참 시끄러웠을 것이다. 선진국은 어떠한 나라일까? 개인적으로는 반대의견이 반대의견으로 존중받는 문화가 존재하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반대의견은 틀린 의견이 아니라 다른 의견일 뿐이다. 다름이 상호 소통하지 못하고 꽉 막혀 있다면, 모두 소화불량에 걸려 난관을 헤쳐 나올 수 없다. 국회의 연말연초의 법안처리를 놓고 여야간에 벌였던 격돌은 결국 “상처뿐인 못난이짓”으로 결론났다. 시도한 쪽이나 거부한 쪽이나 모두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아니 오히려 자기편으로부터 그것도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느냐는 비난과 공격을 당하는 황당한 결과만을 가져왔다. 반대의견을 절대 나쁜 의견으로 몰아붙이는 이 사회는 아직 선진사회로부터 한참 멀었다. 못난이들 수고 많았어요. 앞으로도 못난이짓 계속 하도록 하세요.  


나는 기독교신자로 일생을 살아왔지만, 간혹 가다 정말 하나님의 존재하시나 하는 회의를 느낄 때가 많다. 내 믿음이 약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하나님께서 살아계신다면 어떻게 이렇게 참혹한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방관할 수 있으신가 하는 한탄과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신의 이름으로 펼쳐지는 선한 일 이면에 인간의 추악한 면이 너무나 극명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최근에 두 건의 교회 내부사건을 상담하게 되었다. 하나는 젊은 목사의 어린 아이에 대한 성추행사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설립자인 목사의 교회 공금 횡령사건이었다. 물론 한쪽 당사자의 말만 들어서 진실을 규명하기에는 아직 부족하겠지만, 많은 교인들이 각종 자료를 들고 와서 상담을 하였음에 비추어 사실일 개연성이 크다는 생각이다. 물론 위 문제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명색이 종교지도자라는 잘못된 한 인간의 탈선행위일 뿐임을 잘 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비일비재하고 곳곳에 지뢰처럼 산재되어 있으니 어떡하느냔 말이다. 


신의 이름으로 세상에서 이익을 취하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 신의 이름을 팔아 이익을 취하더라도 그 이익이 선한 곳에 쓰여진다면 그나마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신의 이름을 빙자하여 자신의 사리사욕을 취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위와 같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광고가 버젓이 버스의 광고판에 부착되어 시내를 휘젓고 다니는 세상이 온 것이다. 신은 어쩌면 없을지 모른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가자지구의 무차별공습을 보고 있으면, 500여명의 사람이 죽고 3000여명의 사람이 부상을 당한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겉으로는 종교의 문제가 아닌 국가생존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지만 근본은 그 밑에 깔려 있는 다름의 부정이다. 나와 종교관이 같지 않은 나라에 대한 적대이고 반감의 구체적 표현일 뿐이다. 최신형 전투기를 갖추고, 탱크를 갖춘 이스라엘로서는 겨우 미사일 몇 개 가졌을 뿐 비행기 한 대 없는 하마스의 미사일공격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지만, 힘 센 자가 힘 약한 자를 반죽여놓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계의 기독교는 이스라엘의 유일신 사상에서 출발한다. 하나님의 피조물로 상징되는 최초의 인간 아담, 아브라함으로 상징되는 이스라엘의 역사 속의 시조, 그리고 이집트로부터의 노예해방을 통해 건국의 터를 찾아 출에굽한 모세, 그 뒤를 이은 다윗왕과 솔로몬왕 등 구약시대의 인물들은 모두 유일신 여호와를 믿었다. 그러다 앗수르와 바벨로니아에게 북왕국 이스라엘과 남왕국 유다가 차례대로 망한 후 2,500년을 나라 없는 민족으로 유리걸식하였다. 악착같이 국가 건립을 위해 돈을 모았고, 뿌리를 잊지 않았고, 그리하여 마침내 60여년 전 지금의 이스라엘을 건국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중동분쟁의 화약고가 되어 끊임없는 살육과 만행이 자행되고 있으니 어찌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축복받은 민족이라고 할 수 있으랴? 하지만 본인들이 그렇게 믿겠다니, 시오니즘에 의해 무장한 그들을 말릴 수가 없다. 영원히 그러한 사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유대인들은 아직도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다. 구약성경만을 정경으로 인정할 뿐 예수를 그들의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이 그들의 손으로 십자가에 못 박은 예수를 결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그렇게 유대인들에 의해 부정당한 예수는 세계로 퍼져 가톨릭과 개신교로 분화되어 유일신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고,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유대교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예수 메시아사상을 부정한다. 세상은 이렇게 복잡하다. 신본주의를 찾아 헤매는 인본주의자들의 잘못된 해석이 왜곡된 현실을 낳는다. 오죽 했으면 나도 예전에 이 지면을 통해 이 세상에 예수, 부처, 마호멧 등 종교의 뿌리를 만든 이들이 이 세상에 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했을까?


신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는 자들은 신의 이름을 말할 자격이 없다. 신의 이름으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세상을 공포분위기로 몰아가는 자들 역시 신의 이름을 욕되게 할 자들일 뿐이다. 신은 인간에게 평화를 주어야 하고, 안식을 주어야 한다. 사랑을 나누어주어야 하고, 소망을 주어야 한다. 오히려 신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고 초조하게 만드니 어디 신을 믿고 샬롬의 화평함을 논할 수 있겠는가?


2009년의 화두로 “超然”이라는 말을 이 세상에 던진다. 현실 속에서 벗어나 그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젓하다라는 의미이다. 세상이 어떻게 된 것인지 超然이라는 말을 실천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져버린 듯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초연을 갈구하는 것은 大人이 그립다는 말이다. 대인처럼 의젓하던 사람도 아주 작은 이해관계 앞에서 가면을 벗어던지는 모습을 너무 쉽게 접하게 된다. 이거 도무지 누구를 믿고 누구의 권위를 따라야 할지 알다가 모르겠다. 하기야 예전의 권위는 누가 감히 도전을 못했으니 지켜질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민평등의 자본주의사회에서 어디 너의 권위를 인정할 만큼의 이해관계가 나에게 주어져 있는지가 유일한 복종의 근거가 되고 있으니, 매일 배반을 꿈꾸는 사회가 되어버린 현실사회에서 권위, 초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기조차 하다.


하지만, 누군가 자기의 이해 앞에서 초연해, 전체의 이익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사람이 그립다. 자기희생과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전체를 위해, 공의를 위해 전력투구할 줄 아는 대인이 진정으로 그립다. 손해 보는 일에도 초연할 수 있기를 바라며 2009년의 화두로 던진다. 당신께서 한 번 받아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초연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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