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칠흑을 날아 새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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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칠흑을 날아 새벽으로
  • 법률저널
  • 승인 2009.01.0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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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구 열린내과 원장

 

어느 이태리 영화 제목인가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영화 제목이 아니라 필자가 고시촌의 어둠과 명암을 한마디로 풀어 보았습니다. 고시생들이 새벽을 그리며 밤을 지새우는 풍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시생들은 새벽에 우는 닭이거나 그렇게 새벽을 기다리는 족속들이올시다. 새벽의 찬란한 밝음, 그 눈부신 영광을 목매어 기다리고 밤새워 훼를 치는 부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새벽을 기다리다 꼬빡 밤을 새우는 일은 이미 다반사가 되어버렸지요. 정신력이 인생을 좌우하는 마당에 한낱 잠 따위에게 내 정신력이 밀려서는 안된다는 집념은 과연 무섭습니다. 고시촌에는 술로 지새고 도박, 게임으로 지새며 여자와 남자로 지새가거나 마침내 정 할 것 없으면 '에라 모르겠다 공부나 하자' 하고 공부로 밤을 지샙니다. 그러니 고시촌은 서울 시내에서도 가장 야간 전기료가 많이 드는 촌락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러한 촌락의 밤은 야인[night man]들이 많이 거주하는 까닭에 그 기를 받아서 왠만해서는 잠이 오지 않습니다. 고시마을에서 맨 정신에 잠이 들면 매우 둔감한, 촌스런, 그리고 즉물적인 존재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1시까지는 고민하고 인상쓰고 침튀고 갈갈대며 손가락, 팔목 아프게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어야 예의가 아닌가 생각되는 일면이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낭비하셔도 좋구요, 그렇게 돈 안벌어도 나중에 벌면 됩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살다가 가는 것이 삶이라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러나 괜히 침튀지 마시구, 씨뿌리지 마시구요, 냄새 풍기지 마시구요,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계시면 안 되는 겁니까? 그건 못하겠다고요? 하고 싶은 건 해야겠다고요? 그러면 입장권을 내세요. 가불은 안 됩니다. 인생에 입장권은 가불도 안 되고 외상도 안 되며 대납도 불가능하고 당대에 스스로 물어야 하는 인생에 유일한 현찰 빚입니다.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공부도 하고 훈련도 하는 것입니다. 그걸 구하지 못하면 노예로 떨어집니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자살하고 도둑질하고 스스로 파멸하고 수렁 속으로 빠져가는 존재도 많지만 배포 크게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는 방법도 있지요. 그러나 그래도 그들도 결국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말해서 인생은 노예로 사느냐 아니면 시민권으로 사느냐 두 가지 길이올시다. 그런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시장[markets]과 전장[battle fields]이 고시촌이올시다.


'그래서 고시촌에 불면증이 많다' 그 말씀이올시다. 그 서두를 꺼내기 위해 기나긴 철학을 썰(?)풀고 왔습니다. 불면증, 그것은 현대병 중의 하나입니다. 현대병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만 가장 무서운 것이 불면증으로 시작되는 우울증입니다. 고시촌민[country man]들은 대부분 아직 우울증은 아니니까 불면증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불면증은 '스스로 해결되지 않는 잠 못 이루는 상태'를 말합니다. 운동을 해서 고치면 안 될까요, 라면 먹고 자면 안 될까요, 수면유도제로 해결하고 싶은데요, 한약으로 하고 싶습니다. 이런 말들은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불면증은 그러한 방법으로 해결 안 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서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 해도 안 되는 ‘잠 못 이루는 밤’ 사태인 것입니다. 여기까지도 괜찮습니다. 하루 이틀 잠 못 자는 것은 불면증이 아닙니다. 잠 못자고 나서 그 다음날 잘 자면 정상입니다. 그런데 불면증은 영원히 잠이 안 옵니다. 꼬빡 새우고 그 다음날 공부하러, 강의 들으러 나갑니다. 밥 맛 없고 기운 없는데도 그냥 그냥 견뎌갑니다. 왜? 병원에 가기는 죽기보다 싫기 때문입니다. 나 홀로 내 인생에 책임을 지고 싶은데 내 정신력을 남에게 의존한다면 나의 자존과 독자성이 송두리째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충고하건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마음이 아플 때 교회나 절을 찾듯이 잠을 못 이룰 때에 의사를 찾으십시오. 그 분야 전문인을 찾으십시오. 인생은 같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남에게 도움을 청하십시오.

 

열린내과 02)877-0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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