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복 변호사의 세상보기-온몸이 뒤틀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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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복 변호사의 세상보기-온몸이 뒤틀려도
  • 법률저널
  • 승인 2009.01.0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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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성한 몸이 되레 부끄럽고 창피하다. 괜히 겸연쩍어 못 들은 척 딴전을 피우게 되고, 그러면서도 입에서는 “하느님 감사합니다”가 절로 튀어나온다. “세상이 공평한 줄 알지만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원래 차등지어 태어났고 타고난 운명이 서로 같지 아니하니 어찌 공평하다 할 수 있겠는가?” 여태껏 그렇게 생각하여왔는데 한 가지 잣대로만 재려들며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성싶다. 사지가 뒤틀렸는데도 훨씬 더 정상인 사람이 있다.

 

서른네 살의 뇌성마비의 아가씨. 손도 발도 뒤틀려 걷는 것도 먹는 것도 부자유스러운 처지이지만 슬레이트 단칸방에서 82세의 노모를 모시고 살면서도 언제나 싱글벙글, 환한 미소천사다. 한 달에 만원벌이를 하는 종이박스 폐지를 모으는 것이 그녀의 직업. 제 몸도 가누지 못하면서도 노모 걱정을 하고,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먹을거리가 생기면 노모를 위하여 챙긴단다.

 

작은 것에 고마워하며 사는 그녀를 보고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일할 수 있는 육신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는 글쓴이. 그분도 별반 나을 것이 없는 처지이다. 건설현장식당인 한바(はんば, 飯場)집의 설거지 종업원. 세상을 원망하고 닥친 운명을 저주하거나 비관하여야 더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이 ‘너는 박스수집 전문가 나는 설거지 전문가’라며 처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가슴 찡하다. 사지가 멀쩡한 모습으로 풍족하고 호사스럽게 살아가면서도 마음씀씀이가 뒤틀리고 인색한 사람들에게는 경종을 울릴만하다.

 

뇌성마비로 인한 장애자이든 신체불구자이든 간에 몸이 성치 못한 사람일수록 영혼이 더 맑다.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인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것이고, 달동네사람들일수록 더 살갑고 정겹게 어우러지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타고난 재주나 생김새나 재운을 보면 차등 지어 보인다 하더라도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공평하다. 아무리 풍족해도 하루 세끼 고기반찬만 먹을 수도 없고 진수성찬이라는 것이 상다리 휘어지는 반찬의 가짓수로 평가할 수도 없는 것이다. 밥맛도 상황이라든가 기분에 따라 다르고 행복도 순전히 주관적인 것이다. 결국은 맛이라든가 기쁨이나 행복도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이다.

 

세밑의 싸늘한 날씨에 온 몸이 포근해지고 훈훈해진다. 봉사라든가 기부라든가 자선이나 베풂이라는 것이 단순히 감동을 받거나 칭찬 받는다하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천이다. 열 마디의 말보다는 단 한 번의 작은 실천이 더 값지다. 이러한 행동으로 옮김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기에 평상심을 가지고도 희생이나 사랑을 베푸는 사람들에게는 숙연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많이 갖는다 하여 나눌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가진 자가 더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나눔으로 채우고 감사의 마음이나 행복으로 채워야 한다. 행복은 순전히 마음먹기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을 주님의 은총”이라는 꽃동네의 정신이 되새겨 진다. 오늘은 일면식도 없는 두 천사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사람살이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손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복 변호사는...

「늦깎이 시골판사의 세상보기」
「시골판사 유재복, 더불어 행복을 찾는 지혜」저자
·대전에서 소위 '잘 나가던'변호사였던 그는 2001년 시골판사 생활을 자청해 최근까지 대전지방법원 금산군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다 2009. 1. 6. 자로   판사직을 사임하고 대전에 있는 '공증인가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유재복'으로 변호사 개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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