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원년의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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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원년의 기대와 우려
  • 성낙인
  • 승인 2009.01.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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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교수 헌법학, 한국법학교수회장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아 왔다. 지난날의 모든 허물을 접어버리고 새해 새 출발을 다짐할 때다. 2007년 7월에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법학교육의 새로운 충격파를 던진 이래 그간 전국의 법과대학은 법학전문대학원 파동에 휩싸여 왔다. 법학전문대학원 예비인가, 본인가를 거쳐서 마침내 2008년 12월에는 2009년 3월 개원을 앞둔 법학전문대학원의 신입생 선발을 완료하였다. 신입생 선발결과는 의외로 법학도보다는 비법학도의 비중이 높다. 이는 아직도 사법시험이 7-8년 이상 존속하는 관계로 법학도들은 사법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3년의 새로운 로스쿨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이왕에 학부에서 연마한 법학을 사법시험을 통해서 결론을 내리겠다는 법학도의 비장한 의사표시이기도 하다. 법학도들의 장래에 큰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 어쩌면 법학도들에게는 당분간 사법시험과 로스쿨의 선택기회가 부여되었다는 점에서 과도기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올해는 한국형 로스쿨인 법학전문대학원의 원년(元年)이다. 법과대학에서 법학을 이수한 법학도들도 로스쿨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안일한 자세를 버리고 새롭게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고 심기일전하여야 한다. 그래도 법학도들은 나름대로 적응을 잘 해나가리라고 본다. 하지만 비법학도들은 법학의 세계에 새로 입문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이후에 대학원과정에서 법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일면 이상적일 것 같지만, 기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무 살의 젊고 감수성이 예민한 시점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라는 자유분방한 세계를 접하면서 자신만의 전공과목을 이수하였기 때문에 4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돌이켜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학 학부에서의 전공 학도로 어느 정도 정착한 상태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딱딱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법학을 전공하려면 가슴에 숨이 헉헉 벅차오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야만 법학도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나마 일본의 로스쿨의 경험은 비법학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로스쿨은 법학도는 2년, 비법학도는 3년의 수학연한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비법학도들도 입학 후 1년 정도 지나면 법학도와의 수준 차이가 거의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아마도 비법학도들이 그만큼 심기일전하여 열심히 공부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로스쿨의 운영 또한 앞으로의 과제다. 현재와 같은 구도로는 한국적 로스쿨이 성공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로스쿨 체제로는 로스쿨이 원래 의도하던 다양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 문제는 한국 로스쿨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이다.


로스쿨 수업이 시작되지만 그들에게 법률가로서의 자격 즉 변호사시험이 또한 앞을 가로막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을 전부 합격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정 수의 불합격생을 배출한다면 장기적으로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예컨대 80%의 합격률을 보장한다고 해도 2천명 중에서 매년 400명의 로스쿨 낭인이 발생하고 3년이면 1천 2백명의 낭인이 발생한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도 발생하는 낭인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로스쿨 입학정원의 확대가 안고 있는 고민과도 연계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변호사시험 과목도 로스쿨 수업의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왕에 로스쿨에 진학하였으면 변호사시험 합격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에서 요구하는 필수과목에 전념하다보면 로스쿨에서 다양한 전공이 개설되어 활성화되기란 불가능하다.


로스쿨 대학의 확대, 로스쿨 입학 정원의 확대, 로스쿨 졸업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변호사시험 과목은 서로 별개의 사안으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문제의 주제가 다를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이들 문제를 법조계와 법학계가 해쳐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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