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법 그리고 법학교육의 護疾忌醫(호질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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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법 그리고 법학교육의 護疾忌醫(호질기의)
  • 정준현
  • 승인 2008.12.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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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현 단국대 법대 학장

 

2009년에 개원하게 되는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자의 출신 계열별 합격자수와 관련한 최근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총 1,998명의 합격자 중 법학계열이 703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35.2%를 차지했으며, 상경계열(330명/16.5%), 사회계열(258명/12.9%), 공학계열(246명/12.3%), 인문계열(240명/12.0%), 사범계열(58명/2.9%), 순의학계열(34명/1.7%), 약학계열(20명/1.0%) 등의 순서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연령별로는 26~28세가 665명으로 전체의 33.3%를 차지했고, 23~25세 27.8%, 29~31세 18.8% 순으로 조사되었으며, 지방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학생의 70%가 수도권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대학입학전형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치학전문대학원 진학에 유리한 자유전공학부(법학전문대학원이나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등의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데 최적의 교육과정을 갖춘 것이 특징)에 우수한 재능을 가진 고3 수험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에 따를 때, 바람직한 현상으로 일견 인정하면서도 우려되는 점이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은 법 자체를 위한 학문이 아니라 대학에서 강의되고 있는 모든 계열의 학문분야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학문분야를 전공한 학부졸업생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여 자신이 학부에서 배우고 익힌 전공 분야의 법적 문제를 연구한다면, 법이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정의 내지 규범의 사회적 타당성은 보다 충실하게 구현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고 등 특수목적의 고등학교 졸업생이나 전국 각 대학교의 우수한 학부생이 해당 학문분야를 보다 깊게 공부하기 위해 동일한 계열의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보다는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기 위한 도구로 학부전공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직업에 따라 귀함과 천함을 별도로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국가는 국민이 갖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권이나 대학교의 교육자치권 등 각종 자유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며, 그 자유권을 제한하고자 한다면 그 제한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모든 국민은 누구든 자신의 자율과 창의에 따라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 다만, "일정한 직업을 수행함에 있어 특정한 지식이나 기능·기술이 없다면 타인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에 대해 중대한 위험을 야기할 것이다"는 전제가 성립될 때, 국가는 질서유지차원에서 그 위험의 예방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적·물적 요건을 둘 수는 있어도 시장조정을 위한 추가적인 규제는 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박선영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정법률안은 종전의 법학전문대학원의 선정기준과 방법 및 정원에 대한 오류를 시인하고 그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반성적 성격의 용기있는 훌륭한 법률안(지역균형은 부수적인 요건으로 한 것과 정원을 3,000명 이상으로 하되 단계적으로 증원하도록 한 것 등)이라고 평할 것이나 정부가 제출한 「변호사시험법(안)」은 여전히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일정 계층을 위한 신분법의 성격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평할 수 있다.  변호사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어떠한 법률적 분쟁에 대해서 소송을 대리할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문적 법률서비스제공자인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등에 대한 소송을 대리할 자격획득의 기회를 원천봉쇄하면서도 국가경쟁력제고와 국민편익증진을 법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특히, 다양한 개인직업 중의 하나에 불과한 변호사직에 대해 법학전문대학원보다 더 많은 법학대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를 받은 자에 대해서만 변호사시험의 응시기회를 주고 능력을 갖춘 학부졸업생에 대해서는 예비시험의 기회조차 주지 아니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편익을 위한 법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는 다양한 영역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하는 사회이며, 이러한 사회에서는 보편적인 법률가뿐만 아니라 영역별 전문법률가가 공존하여야만 하는 사회이며, 법률서비스 자격증을 가진 자가 행정각부 및 시청이나 구청의 법무담당관실에서 법치행정을 구현해야 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제언하건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영역별 전문변호사를, 학부 법과대학은 일반변호사의 양성을 목적으로 교육하되, 변호사자격부여는 정원규제가 아닌 인적 능력의 규제로 일원화·간소화되어야 하고 향후 모든 법률서비스직을 연차적으로 단일화함과 아울러 변호사도 개인직업의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제도화하여 변호사가 제도적 편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제도적 편익을 얻을 수 있도록 법이 정비될 때 학문의 균형발전과 국가인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질 것이다.  2009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는 "護疾忌醫"라고 한다. 박선영 의원안과 같이 환부를 시인하고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태도를 정부는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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