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재경 수석합격기-나의 수험생활은 오뚜기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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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 재경 수석합격기-나의 수험생활은 오뚜기와 같았다
  • 법률저널
  • 승인 2008.12.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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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제52회 행정고시 재경직 수석·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Ⅰ. 시작하며

수험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최종합격까지 3여년이 넘게 지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 공부를 할 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상당히 많이 달랐던 거 같다. 공부를 오래하다 보면 소심해진다고들 하는데 나 또한 마찬가지인거 같다. 처음엔 뭐든 시작하면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릴 시절 치기 같은 것이 있었고 행정고시라는 것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공부를 할수록 내가 생각하지 못한 여러 어려움이 있었고 정신적 스트레스나 압박감에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때도 많았다. 나 스스로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주변에서 중심을 잡고 꾸준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대단해 보였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 2차를 치기 직전까지도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계속 했고 그러한 의심과 불안 속에 시험을 치렀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나의 수험생활은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하고, 다시 넘어지고, 또 일어나기를 반복한 시기 같다.


지금까지 내가 공부해온 과정, 공부해온 방법들, 그러한 과정에서 내가 했던 생각들을 떠올려서 다시 정리하려고 한다. 워낙 글쓰는 재주가 없기에 상당히 두서없고 횡설수설한 글이 될테고, 여기에 쓰는 내가 공부해온 방법들이 제대로 된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공부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냥 이런 경우도 있다’라는 편안한 생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내년을 준비한다는 안이한 생각은 위험한 것”

 

Ⅱ. 수험생활 및 공부방법

 

1. 2005년 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005년 1학기를 휴학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는 1차 과목으로 헌법과 국사가 있었던 시기였기에 우선은 헌법 강의 테잎을 들으면서 1차를 준비했다. 2차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1차를 합격한다 하더라도 2차를 합격할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2월부터는 경제학을 시작으로 2차 준비에 집중했고 그해에는 1차도 치지 않았었다. 그때부터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 등 2차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집근처에 독서실을 다니며 나름대로 스케줄을 짜고 인터넷으로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해나갔다. 아마 이때가 내가 가장 열심히 공부한 시기중 하나일거 같다. 내용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교과서를 한줄한줄 정독해나가면서 모호한 부분 없이 정리해나가려고 노력했다. 학원 일정을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전과목을 한번 보는데 걸리는 기간은 길었지만 이 당시에 기본 내용에 충실하게 공부한 것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된것 같다. 미시 경제학의 경우엔 교과서를 4권 봤는데 몇 번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읽고 생각하고 이해되지 않으면 다른 교과서를 찾아보고,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 뒤에 다음으로 넘어갔다. 물론 초인적인 기억력을 가진 것이 아닌지라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지만, 잊어버리면 또 보고, 또 보고,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점점 덜 잊게 되고 잊어버렸다고 하더라도 다시 보고 기억 날때까지의 시간이 훨씬 짧아지고 한번 본 것도 더욱 오래 기억되는 것 같다. 공부를 하는 처음엔 이렇게 개념과 내용의 이해에 집중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공부한 게 수험생활을 길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에겐 그 방법이 맞았었고, 중요한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공부방법대로 꾸준히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지나 2006년 1월이 되었고 이때부터는 헌법과 PSAT 공부에만 집중했다. 따로 학원을 다니거나 스터디를 하지 않고 독서실에서 혼자 헌법 테잎을 듣고 PSAT 문제를 풀어가며 공부했다. 당시 친언니 또한 수험공부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언니와 독서실을 다니면서 아침 6시부터 저녁 11시까지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1차 시험을 치르고 평균 87점이라는 점수가 나왔다.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신림동 독서실을 등록하고 학원 3순환을 따라갔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압축적으로 정리하는 공부를 하지 않았었고 답안 작성연습도 전혀 안된 상태였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가고 매일 시험을 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행정법을 듣는 도중 나 스스로 그해 2차 시험은 포기해버린 것 같다. 다시 혼자서 내용정리를 하고 혼자서 공부를 했고 그해 2차 시험을 치뤘다. 초시라는 생각에 별기대도 없이 시험을 쳤고, 시험친 뒤에 기초부터 다시 공부해서 내년을 노리자는 생각이 컸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매순간순간 절실하게 공부하지 못하고 미리 포기 하고, 내년을 준비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것이 정말 위험한 것 같다. 결국 그해 2차는 나태한 수험생활을 반영하듯 정말 ‘큰’ 점수 차로 떨어졌다. 

 

2. 2006년 7월부터 2007년 6월
2차 시험이 끝나고 신림동 독서실을 다니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여름방학 두달 동안 독서실을 다니면서 경제학과 행정법을 정리했고 2학기에는 복학을 하여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고시반에서 공부를 했다. 학교에서 거시경제학, 미시경제학, 재정학 수업을 듣고 행정법과 행정학 특강을 들었는데 이때 수업이 상당히 도움이 된 거 같다. 교수님들의 강의는 학원 강의에서는 얻을 수 없는, 보다 거시적인 시각을 갖도록 해주는 것 같다. 단순히 단편적인 내용의 나열이 아니라 그들간의 관계와 연결점, 근본적인 원리를 알게 되는 점에서 기회가 된다면 학교 수업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학교수업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고 체력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겨울 방학을 하자마자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내려갔다. 작년 1차 점수가 ‘너무’ 잘 나온 탓에 1,2월에도 2차 공부에 집중을 하면서 PSAT는 기출문제만 풀어보는 식으로 공부를 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갑자기 어려워진 2007년 1차 시험에서 평균 70을 조금 넘는 점수를 받았다. PSAT를 안이하게 생각한 나 자신이 너무나 후회스러웠지만 어차피 1차를 붙건 떨어지건 2차 공부는 해야한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와 2차 공부를 계속하였다. 2007년 봄이 수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2006년 시험에 떨어지고도 답안 연습을 하지 않은 것이 큰 잘못이었다. 아는 것은 많아졌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답안에 쓸수 있는 능력은 1년전이나 그때나 바뀐 것이 없었고 그것으로 인한 심리적인 스트레스 외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다. 한동안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결국 4월에 서울에 있는 짐을 싸서 도망치듯이 다시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내려왔다. 집에서 6월까지 공부를 했고 두 번째 2차 시험을 치뤘다.

 

“명확한 목표의식의 부재로 실패의 연속”

 

3. 2007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시험이 끝나고 많은 생각을 했다. 왜 내가 이것을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가장 컸다. 생각해보면 왜 행정고시를 선택했는지, 공직자가 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나 스스로 명쾌한 대답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단순히 부모님이 원하시는 일이니까,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공직자가 많아서 나도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어영부영 행정고시 공부를 시작을 했고 명확한 목표의식의 부재는 공부하는 내내 나를 괴롭혔던 것 같다. 수험생활이 힘들 때마다 포기할까하는 생각을 했고 2007년에는 2차 시험을 한달 정도 남겨 둔 시점에서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시험도 치기 싫고 그냥 전부 포기하고 싶다고 심각하게 상담한 기억이 난다. 전화를 끊으면서 이번 시험이 끝나면 가지고 있는 책들 전부 내다 버리고 다시는 공부하지 않을꺼라고 다짐을 했었다.


모든 수험생들이 수험생활 과정에서 힘든 일도 있을테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수없이 있을 것이다. 나또한 그런 적이 수도 없이 많았고 결국에 이것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이것을 원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답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단호한 결의’가 필요한 것 같다. 2007년 2차 시험이 끝나고 결국 책을 단 한권도 버리지 못했다. 2차 시험장을 나오면서 답안을 잘 쓰지 못한 것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보다는 내가 얼마나 이것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느꼈고, 왜 이토록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먼저 몰려왔다. 2007년 2차 발표를 앞두고도 내가 붙을꺼라는 기대는 정말 1%도 없었다. 발표 당일에 떨리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왜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지 왜 공직자가 되고 싶어하는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었고 이 감정을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2학기에는 학교를 다녔고 전공 특성상 조별 과제가 많아서 공부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2학기 내내 행정학, 행정법 기본서를 읽는 것 외에는 공부를 하지 못했고 방학을 하고 신림동 독서실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짐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속으로 포기하지 말자, 핑계대지 말자라고. 이미 나는 붙을 때까지 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어렵고 힘들어도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인데, 당당하게 맞서자고 생각했다. 작년에 1차를 아슬아슬하게 붙었기 때문에 1,2 월에는 1차공부에만 집중했다. 스터디를 매일하면서 기출문제, 학원모의고사를 꾸준히 풀었고, 다른 과목에 비해 자료해석 점수가 유난히 낮았기 때문에 기본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으면서 보충을 했다. 나 같은 경우엔 문제를 푸는 것 만큼이나 검토 과정에도 정성을 쏟았다. 시간 맞춰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건 맞은 문제건 다시 보면서 나의 사고 과정을 단계적으로 분석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검토했다. 1회를 푸는 시간보다 검토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언어논리 영역이나 상황판단 영역의 경우 많은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몸에 익혀 두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 1차 시험을 쳤고 자료해석 점수는 작년과 같은 55점이었지만 다행히도 법률저널 예상 컷 보다는 살짝 여유 있는 점수가 나와 2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답안작성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아”

 

2차 공부에 있어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답안 작성 연습을 게을리 한 것이었다. 경제학의 경우는 시험도 많이 치고 답안 쓰는 연습을 많이 해보았지만 재정학, 국제경제학, 행정법이나 행정학의 경우는 답안 쓴 경험이 정말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2차 시험을 두 번 치르고 계속 공부를 하면서 나 스스로 답안작성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아는 것과 쓸 수 있는 것, 나아가 잘 쓸 수 있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올해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학원 3순환을 따라가자고 다짐을 했다. 답안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시험 치는 일 자체가 나한테는 부담이었고 2005, 2006년 모두 3순환을 중도 하차한 것도 그이유가 절대적이었다. 올해는 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시험을 빼먹지 않고 따라가기로 다짐을 했다. 학원과 동시에 처음으로 2차 스터디를 시작했다. 학원일정보다 빠르게 경제학 기간에 행정법 답안 작성을 하고, 행정법 기간엔 행정학 답안 작성을 하는 식으로 진행을 하였다. 지금도 그때 쓴 답안을 보면 너무 부끄러울 정도로 많이 부족하다. 미리 모범 답안은 보지 않고 문제만 보고 관련된다고 생각되는 논점들에 대해 미리 예습해갔다. 개념들을 외우고 판례 이름과 중요한 판례 문구를 외우고 학설에 대한 논거들을 핵심문구 위주로 외워갔다. 그래도 그것을 답안으로 쓰기가 힘들었던 거 같다. 단지 내용만 알고 갔기 때문에 초안을 잡으면서 그것을 논리적으로 배열하고 답안에 써서 완성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경제학도 그렇고 행정법, 행정학 모두 그렇지만 답안 구성을 예쁘게 하고 그래프를 보기 좋게 그리고, 줄을 맞춰 쓰고... 답안의 내용이 중요하지 이러한 내용 외적으로 답안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들을 쓸데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답안 쓰는 연습을 하면서 오히려 이러한 것들에 신경 쓸 정도의 여유가 있는 경우라면 내용부분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경우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

 

답안 쓰는 연습을 하면서 공부하는 방법 또한 조금은 수정이 되었다. 예전엔 내용 이해 위주로 공부를 했었다면 대신 이번에는 정말 답안에 쓸수 있는 것들 위주로 정리하며 공부를 했다. 펼치기만 하던 공부를 이때부터 모으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 모든 과목에서 개념정의는 교과서의 문구 그대로 토시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려고 노력했고 경제학 과목의 경우 그래프를 깔끔하게 그리고, 개념, 수식, 그래프, 평가 및 시사점 등 목차를 깔끔하게 잡고 반드시 들어가야 할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미시 경제학의 경우 계산문제가 나오면 시사점이나 평가 부분을 놓치기 쉬운데 교과서를 읽으면서 중요한 문구들을 따로 표시해서 계산문제의 경우에도 의의부분과 결론부분에 이론적 또는 현실적 시사점을 쓰려고 항상 노력했다. 행정법의 경우에는 판례 문구를 통째로 외워서 소결이나 사안 포섭 부분에서 많이 활용하였고, 목차 하나하나가 단절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중간 중간의 연결고리를 문단 끝부분이나 시작부분에 쓰려고 노력했다. 행정학의 경우에도 나 스스로 글쓰는 재주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교과서나 논문에서 좋은 문구를 보면 따로 정리해서 반복해서 보고 활용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2차 스터디와 학원 3순환을 따라가면서 답안 작성에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다. 한창 땐 하루에 200장 넘게 쓴 때도 있었다. 처음엔 첫 문장 자체가 안 써졌지만 모르는 문제라도 펜만 잡으면 무슨 말이든 쓰게 되는 정도가 되었다. 물론 점수가 잘나오면 기분이 좋고 그날 하루 공부가 잘되고, 점수가 낮으면 불안하고 의기소침해지는 정말 일희일비하는 때도 있었지만 나 스스로 실력이 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 또한 생겼다. 답답하다 싶을 땐 헬스장 러닝 머신을 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고 많이 힘들 땐 관악산 등산을 했다. 6월중에도 공부하다 말고 관악산 정상에 올라서 과천을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던 적도 있다. 다행히도 원래부터 운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이런 것이 체력적으로 부담스럽진 않았고 오히려 막판까지 덜 지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독서실이 갑자기 답답할땐 책을 싸들고 서울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오기도 하였다. 부모님이나 언니와 몇 시간씩 통화를 하면서 수다를 떤 적도 있고 군대 있는 동생에게 2차 답안지를 찢어서 쓴 편지가 몇 통인지도 모르겠다. 일기도 쓰고 멍하게 티비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마음 정리가 되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몇 년간 공부하면서 느낀 건 힘들땐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가 잘 안됨에도 억지로 열심히 해야돼 하면서 스스로 채찍질하다보면 어느 순간 더 심하게 넘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6월이 되어 2차 시험을 치를 때가 되었다. 전날 다음 시험 과목을 모두 보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때가 정말 힘든 것 같다. 아직도 이것저것 모르는 것 투성인 것 같고, 이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면 정말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고 안절부절 하면서 공부를 하였다. 그래도 최대한 평정심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항상 시험지 받기 직전엔 눈을 감고 나는 잘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 ‘당황하지 말자’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반복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세 번째 시험임에도 행정법, 경제학, 국제경제학, 재정학, 행정학.. 거의 모든 과목에서 시간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마지막 문제는 거의 초안도 없이 10여분 만에 쓴 것 같다. 재정학의 경우엔 계산문제에서 20분 넘도록 답을 못내서 정말 시험 도중에 울 뻔하기도 하였다. 시험 도중에 이렇게 시간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없을 때에도 잠시라도 숨을 고르거나 눈을 감고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부족할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나의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험을 치렀고 마지막 과목인 행정학 시험을 치고 나오면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답안으로 보여주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붙을지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작년이나 재작년처럼 후회가 먼저 밀려오지는 않았다.

 

“깜깜한 동굴도 어느 순간 벗어나”

 

Ⅲ. 나오며

 

2차 발표일이 다가오는 중에도 올해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담담했던 것 같다. 떨어지면 어쩔 수 없지.. 다시 내년을 준비하는 수밖에..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발표를 기다렸고 정말 다행스럽게 최종 합격, 그것도 운이 좋았는지 수석합격을 하였다. 이 수험 기간이 나에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시기였던 것 같다. 더불어 내 주변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시기이기도 했다. 공부하면서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어떠한 공직자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공부하는 내내 힘이 되어준 가족들, 친구들, 함께 한 스터디 원들, 정말 진심으로 감사한다. 항상 받은 만큼도 되돌려드리지 못하는 게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내 친구를 포함해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께... 불안하고 힘들더라도 자신을 믿고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 또한 그것을 거쳤기 때문에 ‘걱정하지마’ ‘넌 잘하고 있어’라는 말이 충분히 위안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열심히 해도 불안하고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든 것이 수험생활 같다. 다만 끝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동굴을 지나는 것 같고 불안하고 힘들겠지만 참고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그곳을 벗어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횡설수설한 글이지만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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