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와 실무계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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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와 실무계의 소통
  • 성낙인
  • 승인 2008.12.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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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교수·헌법학


법학은 서양에서 대학이 최초로 개설되면서부터 신학 철학 의학과 더불어 일찍이 4대 학문으로 자리 잡은 이래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895년에 최초의 근대법학교육기관으로 법관양성소가 개소한 이래 많은 법학자와 법률가가 배출되고 있다.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연구하는 법학 관련 단체가 공개적으로 활동한지 어언 60년에 이른다. 그런데 법학과 가장 인접한 분야인 사회과학 관련 분야에서는 예컨대 정치학회, 경제학회, 경영학회, 행정학회는 단일의 학회들이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법학에서는 한국법학회 같은 단일의 학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근대법학의 발상지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법학회, 민사법학회, 형사법학회, 상사법학회와 같이 각 학문 분야별로 학회가 형성되어 있다.


근자에 이르러 법학의 학문적 지평이 확대되면서 매우 다양한 학회들이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이를테면 한국공법학회와 유관한 학회만 해도 10여개에 이른다. 헌법학회, 비교공법학회, 행정판례연구회, 토지공법학회, 유럽헌법학회, 환경법학회, 언론법학회, 인터넷법학회, 지방자치법학회, 행정법이론실무학회, 교육법학회, 법교육학회 등. 뿐만 아니라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분야 예컨대 경제법학회, 지적재산권법학회, 세법학회, 금융법학회, 국제거래법학회는 기존의 소위 기본법 중심의 주류학회를 압도할 정도로 세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 학문적 분야도 세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분야를 이끌어 나갈만한 학문적 역량도 배가된 셈이다. 실무가들이 주축인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검찰 내부에 설치된 이론실무학회도 학자들 중심의 학회 못지않은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실무기관과 유관한 모임에서는 이미 실무가와 법학자의 중요한 소통기능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법학 이론과 실무연구 단체는 공개적 활동을 하고 있는 것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학자들의 연구동향도 지난 60년 사이에 변화하고 있다. 해방 이후 일제시대에 법대를 졸업한 분들이 법학교수로 취임하고 일제시대에 배운 일본법학의 사고와 이해의 틀에 얽매여 있었지만, 수입법학의 본고장인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해서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법학자들이 주류를 이룬지 오래다. 오히려 이제 일본어를 구사하면서 일본법을 체득하는 법학자는 극소수에 머물고 있다. 그 점에 관한 한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연수원입소 전까지 일본어 공부가 필수적 덕목으로 되어 있던 법조실무가보다 앞서 간 셈이다. 하지만 법조실무가들도 주요외국에서 장기연수가 일반화된 1980년대부터 서양법의 직수입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법학자들이 각기 자신이 전공하는 학문분야의 학회활동에 치중하다보니 타학문은 고사하고 같은 법학 사이에도 학문적 통섭이 부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근년에는 여러 법학분야가 합동으로 학술대회를 갖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비록 학회는 아니지만 여러 단체가 법학자들의 중요한 의사소통의 장으로 활용된다. 그 대표적인 단체가 한국법학교수회와 한국법학원이다. 법학교수회는 전국의 법학교수들이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긴 하지만 학회가 아니기 때문에 그 역할과 기능 또한 한계가 있다. 그래도 한국법학교수회는 1961년에 창설된 이래 40년 가까운 활동을 통해서 이제 나름대로 법학자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근년에는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변호사협회 한국법학원의 후원으로 2년에 한번씩 법학의 전 분야에 걸쳐서 현실적 이슈를 중심으로 종합적인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왔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출범과 더불어 그간 법학자와 법조실무가 사이에 놓여 있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면서 학계와 실무계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해 본다. 다행히 실무가들의 학계진입을 통해서 더욱 그 간격의 좁혀질 전망이다. 교육을 통한 법률가양성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법학자와 실무가의 소통은 첫 번째 과제이기도 하다. 생활과학으로서의 법학의 세계에 이론만 무성하고 현실세계에서의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공리공론에 불과하다. 동시에 이론적 토대가 없이 실무적 편의와 관행에 의존하는 법조실무는 법률수요자에게 불편만 제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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