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버블, 그 추함과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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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버블, 그 추함과 아름다움
  • 법률저널
  • 승인 2008.12.0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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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방울 버블쇼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탄성을 지르게 된다. 비누방울 버블쇼는 비누방울액을 이용해 갖가지 아름다운 모양의 비누방울을 만들어내는 연기를 말한다. 지금이야 비누방울 버블액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체들이 수도 없이 많아졌지만, 어린 시절 비누방울을 만들기 위해서 비누를 한참 동안 물에 풀어 비누방울액을 만들어야 했다. 그 다음 작은 관을 이용해 이 방울액을 적당히 묻혀 불면 아름다운 비누방울이 수도 없이 만들어져 하늘을 수놓았을 때 질렀던 탄성의 추억이 새롭다. 이처럼 비누방울은 어린 동심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깊이 새겨져 있기도 하다.


버블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던 시대가 있었다. 아니 지금도 지배하고 있다. 하룻밤 자고 나면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식값이 급등하여 돈 놓고 돈 먹는 도박판 같은 버블경기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모두들 아름다운 비누거품의 환상에 사로잡혀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을 샀다. 그 결과 땅의 뿌리는 약해졌고, 공중의 집들은 더욱 무거워져갔다. 일본도 마찬가지의 경험을 홍역처럼 겪었다. 지난 20여년 전부터 10여년 가까이 일본 경제성장을 거의 제로상태로 발목잡기하였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의 금융붕괴현상도 역시 버블의 후유증이다. 버블의 힘은 컸다. 모두들 버블의 환상에 사로잡힐 때 세상은 개판이 되었다.


서울 등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이라고 불리는 곳의 아파트 가격이 계속 하락추세에 있다고 한다. 서울 잠실의 주공5단지 아파트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40% 가까이 떨어진 지역도 있다고 한다. 한때 13억 원이 넘게 사고 팔리던 112평방미터 크기의 아파트가 7억 9천만 원에 팔리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모두들 버블 경제의 붕괴를 걱정한다. 나도 소위 버블세븐 지역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나는 이러한 아파트 가격의 버블 현상의 현실화를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야 내 유일한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재산목록 일호인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는 것에 안타까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버블의 붕괴를 통해 모든 것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마음의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파트 한 평의 가격이 3천만 원을 넘어선 나라는 이상한 나라다. 정상적인 아파트라면 건축단가는 비싸야 500만 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땅값이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지상 20층, 30층과 같이 고층빌딩을 지으니 땅값이 평당 차지하고 있는 단가도 500만 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원가계산을 할 수 없지만 상식선에서 볼 때 그렇다. 그렇다면 건설회사의 이익을 보장한 선에서 보더라도 아파트 평당 가격이 1,200만 원 이상을 넘어서는 것은 버블이다. 실제로 서울에서도 평당 가격이 1,200만원에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는 아파트도 상당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지역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버블상태인 것만은 틀림없다. 최고가에 거래되던 2년 전에는 평당 4천만원이 넘었으니, 그게 미친 노릇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모두들 한 채의 집을 갖기를 원한다. 편한 안식처를 원한다. 그렇지만 수십억 원의 돈을 깔고 잠을 잘 만큼 우리가 그리도 부자인지는 되돌아보면 아니라고 고개가 저어진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가 홍역을 치루고 있지만, 반사적으로 버블경제의 연착륙화가 이루어진다면 거시적으로 미래를 내다볼 때 경제적으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경제의 모체는 자본과 노동력의 적절한 조화이다. 자본의 효용성이 극대화되어 모두들 자본에 몰리게 되면 빈익빈 부익부의 자본주의의 병폐는 치유될 수 없다. 가진 자는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고, 없는 자는 굶주림에 내몰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혁명이라는 급진적 사회체제의 홍역을 치르게 된다. 노동력이 지나치게 중시되면 산업은 몰락하게 되고 자본의 축적이 불가능해져 성장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자본과 노동력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자본의 적절한 분배가 노동력의 대가로 지불이 된다면, 그 지불된 대가는 소비로 이어져 자본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단순한 이치다. 그렇지만 탐욕의 자본주의는 사회주의 정책에 의해 통제되지 않으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지난 몇 십 년 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해 왔던 부동산 광풍의 못된 고질병을 안겨 주었다.


버블은 실물경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공연의 가격이 한 좌석에 40만 원을 넘는 곳도 있다. 채 두 시간이 되지 않는 문화적 사치를 위해 지급해야 하는 대가는 문화적 경험을 통한 기쁨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어떤 식당의 한 끼 식사 값이 15만 원을 넘는 곳도 있다. 한 번 골프를 치러 나가면 적어도 일인당 30만 원 이상의 경비를 지출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백화점의 명품 코너의 옷 한 벌 가격은 내 감각으로는 가격표에 표시된 금액 중 적어도 동그라미 하나를 지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도 참으로 많다. 명품 브랜드 값으로 치기에는 일반 서민들의 감정에 맞지 않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


모두들 실물경기의 침체로 여기저기에서 버블의 악영향이 나타난다고 호들갑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완전시장의 자정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당분간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버블경제의 붕괴는 나는 타당하다고 본다. 어찌 부동산 가격을 비롯한 모든 제품의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만이 능사이겠는가 말이다. 그게 자본가들의 교묘한 농간에 일부 국민들이 부화뇌동하여 편승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나는 버블이 무너져 집 없는 서민들이 그리도 갖고 싶어 하는 작은 집 한 채를 조금은 현실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는 날을 꿈꾼다. 그렇게 될 때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보장될 것이라 본다. 지금 당장이야 실직을 당하고 월급이 동결되는 아픔을 겪지만, 그게 실물경기가 버블의 붕괴로 더 빨리 안정화된다면 실질적인 소득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는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권으로부터 많은 대출을 받은 또 다른 서민들은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한 아파트의 가격 붕괴로 실물가치가 떨어져 고통을 당할 것이겠지만, 실물가치의 하락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은행금리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 한국은행은 금리인하정책을 계속해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그렇게 되면 시차는 있겠지만 이자 부담은 조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만인을 만족시키는 경제정책이란 이 세상에 없다. 누군가 환호하고 있으면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 한다. 그게 질량불변의 원칙이 지배하는 우주의 섭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형 노건평씨의 부적절한 처신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문제를 둘러싸고 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도 전형적인 권력버블의 붕괴현상일 뿐이다. 동생이 대통령이었지 형은 그냥 아무런 권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서민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는 대통령 형이라는 버블의 환상에 사로잡혀 여기 저기 관여하지 않을 곳에 관여하고, 그를 통해 적지 않은 이권을 챙겼으니, 잘못한 일에 대하여 버블이 무너지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동생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는 치루어야 한다. 모든 것은 자업자득인 세상이다. 그 권력 버블을 통해 사리사욕을 치룬 주변인물들,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정화삼씨 형제나 노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 등도 혼이 나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 버블을 즐기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언론버블, 경제버블, 종교버블, 학문버블, 군대버블, 문화버블, 연고버블, 깡패버블까지 말이다. 수없이 많은 버블들이 활개치고 있는 세상은 지뢰가 어느 곳에 묻혀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적진으로 돌진하고 있는 불안한 세상이다.


나는 진정한 버블이 수놓아지는 세상을 꿈꾼다. 50여 년 전 내 손에 쥐어졌던 작은 막대기 관 하나, 입술 모아 불었을 때 하늘을 수놓았던 수많은 형형생색의 버블, 그 버블이 아름다운 꿈으로 아롱졌던 그 동심의 세계로 한 번만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당신은 어떤 버블을 원하십니까? 그래도 일확천금의 버블을 꿈꾸시겠지요? 한 번 당신의 가난한 호주머니를 털어 구세군 자선남비에 엄청 기부하는 기부버블을 실천해 보지 않으시겠어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아름다운 버블을 꿈꾸는 세상이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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