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고시달력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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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고시달력은 계속된다
  • 법률저널
  • 승인 2008.11.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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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26일 입법고시 1차시험을 필두로 시작된 2008년도 주요 고시 일정이 행정고시(행정직) 발표를 끝으로 사실상 최종 마무리됐다. 지난 25일 발표된 제50회 사법시험에서는 건국이래 최초의 시각장애인 합격자가 탄생해 법조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는 시각장애 3급으로 맨눈으로는 빛을 겨우 분간하는 정도여서 음성 교재로 공부했다. 그에게 사시 도전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의지를 꺾지 않았다. 27세 청년이 엮어낸 시련과 도전, 그리고 그가 인내로 일군 인간승리 드라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꿈을 버리지 말라고 일깨워 줬다.

법무부에서 국가시험 최초로 시각장애 응시자에게 컴퓨터를 제공하는 등 사법시험 응시방법을 대폭 개선한지 3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 셈이다. 향후 사법시험뿐만 아니라 행정고시 등 각종 고시에서도 장애인의 전문직 진출이 활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됨으로써 사회적 약자의 권리보호 및 사회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선진사회 구현이 기대된다. 그러나 최씨가 국내 최초 시각장애 법조인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 우선 사법연수원에 들어간다 해도 공부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돼 있지 않다.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되어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재판 기록물이 점자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소장이나 판결문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제2, 제3의 최영이 나올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은 사회의 몫으로 남아있다.

올해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서 여성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사법시험은 작년대비 3.1% 포인트 증가한 3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행정고시의 경우도 49%에서 51.2%로 증가하면서 행정고시 사상 가장 높은 합격률을 나타냈다. 행정고시에서 여성 합격률이 2000년에는 25.1%에 그쳤던 것이 8년만에 절반을 넘어서게 된 셈이다. 국제통상과 일반행정직은 각각 64.7%, 64.3%에 달해 '남성 할당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외무고시에서도 여성합격자가 65.7%를 기록하는 등 올해 고등고시에서 여성 강세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사법시험에서 2006년부터 면접시험 강화의 일환으로 도입된 심층면접에서 올해도 두 자릿수 탈락이 이어졌다. 심층면접 대상자 30명 중 10명(33.3%)이 최종 불합격했다. 올해 면접도 지난해 최종 불합격자 수 11명에 비해 한 명 줄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두 자릿수를 나타내 '통과의례'였던 면접이 강화됐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면접의 문턱이 훨씬 높은 행정고시는 3차 대상자 295명 가운데 50명(16.9%)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에 비해 불합격 비율이 약간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행정고시 면접에 대한 수험생들의 압박은 막대하다. 심지어 올해의 경우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면접과외'를 받을 정도였다. 면접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하더라도 고액의 면접과외를 받을 정도로 수험생들이 면접에 대한 부담감을 갖는다면 행정안전부도 한번쯤 고민을 해 봐야 할 대목이다.

이제 합격자는 마냥 기쁨에 젖어 있을 순 없다. 그동안 수험생활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휴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튼튼한 기반을 설계하고 미래를 보는 통찰력과 비전을 길러야 한다. 예비법조인과 예비사무관으로서 첫 단추가 연수원생활이다. 연수원생활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는 점은 익히 들어서 알겠지만 생존을 위해 수험생활과 비교할 수 없는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여야 한다. 밀도 높은 교육과정과 우수한 동료들과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커다란 도전과 시련의 시기로 힘겨움을 느끼지 않을 연수생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연수원생활이 더없이 귀중한 밑거름이 되도록 이제부터 차분히 준비에 들어가야만 한다.  

한켠에서는 내년도 시험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내달 15일부터 2009년도 입법고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아쉽게도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심신을 추스르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발표 이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탈락으로 인한 충격은 없을 수 없겠지만 하루빨리 심신을 회복하고 마음의 빗장을 지르고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희망을 담보하는 상책이다. 내년에는 연령제한 폐지와 채용규모 감소로 어느해보다 높은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조금도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지금 이후에도 고시달력은 내년을 향해 쉼없이 빠르게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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