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미국발금융위기와 숭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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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미국발금융위기와 숭어 이야기
  • 법률저널
  • 승인 2008.11.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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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요즘 미국발 금융위기를 보고 있으면 자본주의 광풍의 종말을 보는 듯하다.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는 곳이라면, 미끼가 있는 곳이라면 덥석 그 이익을 물었다가 시쳇말로 제 목숨 개줬다는 말이 실감나기 때문이다. 환율의 급등세가 해도 해도 지나치다. 달러화의 급등은 물론이고 엔화의 급등은 잡아도 여러 사람을 잡고 있다. 달러 환율은 지난 연초에 비해 약 65% 정도가 올랐다. 그런데 엔화의 환율은 작년말에 비해 88%나 올랐다. 소름이 끼친다. 엔화대출을 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세계경제가 휘청거림을 본다.


엘지경제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 등의 경제지표 발표에 따르면 내년 1/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마침내 마이너스로 반전될 것이라고 한다. 내년 경제성장률 2%를 발표한 강만수 재경부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나온 비극적 전망이다. 21세기의 경제는 그 규모의 방대함과 복잡한 기술적 메커니즘으로 말미암아 한 두 사람의 능력으로는 통제불능의 단계에 이르러 버렸다. 모든 경제 주체의 머리통이 커질 대로 커져서 남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기희생을 감내하겠다는 공동체 의식이 실종해 버린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공동대처해야 할 것인데,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모두는 각자 제 살 길 찾아 각개전투를 벌이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 상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일수록 서로의 지혜를 모우는 능력 있는 사령탑이 절실히 필요한데 이명박 정부는 모든 시스템을 쪼개서 독립적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해 버림으로써 이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야 여당 내에서도 지난 연초의 정부조직 개편이 잘못 되었음을 깨닫고 정부조직을 재개편해야 한다는 반성의 소리가 들려나오고 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황희순 시인의 시 한 편이 생각난다. “망망대해에 던져놓은 새우/그 미끼 한 점을 덥석 물었지 뭐예요/정말이지 실수였어요/얼마나 험한 물길을 거슬러왔는지/당신은 짐작도 못할 거예요/얼굴이 사색이 되었군요/나를 놓친 건 당신 탓이 아니예요/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는 살아남아야 했으니까요/만약 잡혔더라면/생것 좋아하는 당신의 예리한 칼날이/하얀 속살을 파고 들었겠지요/속살 한입 베어 물면 파르르 오르가즘을 느끼며/당신 몸속 깊숙이 스며들었겠지요, 하지만/피 묻어날 것 같은 사랑도 언젠가 시들고 말아요/쉿,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낡았어요/미끼로 먹이 낚는 일은 이제 진부해요/방법을 바꿔보세요/안녕! 오늘 물결은 잔잔하네요  (황희순의 ”숭어 이야기“ 전문).


많은 개미 군단들이 묻지마식 펀드를 덥석 물었다가 낭패를 당하고 있다. 미끼를 잘못 물어 한 마리 숭어 신세가 될 판이다. 작년 6월 이후 출시되었던 주가연계증권(ELS)은 한때 호황을 누려 수익률이 88%에 달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72%가 원금을 까먹은 상태이다.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마저 반토막나게 생긴 소액 투자자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러한 투자자 중 그나마 자기 돈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있던 것 없는 셈 치면 될 수도 있겠지만, 남의 돈 빌려 투자한 사람은 이자 갚아야지 원금 까먹었지 이중고를 겪으며 또 다시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부시 대통령이 밉다. 그가 방만한 미국 재정적자를 줄이고 제대로 경제정책을 펼쳤더라면, 미국의 금융기관이 조금 일찍 버블 경제를 깨닫고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을 비롯한 경제정책을 취했더라면 이런 세계적 경제불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검은 블랙홀에 빠져들어, 너 나 없이 미끼를 던지고 그 미끼를 서로 간에 물고 늘어지는 악순환의 머니 게임에 몰두하다가 맞게 된 이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해볼 수가 있겠는가?


미국의 죄악상이 만천하에 폭로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이 미국 금융계이다. 두 번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 자동차 빅3로 불리는 포드, 지엠, 크라이슬러사 등 미국의 자동차업계이다. 철강산업이 노후화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니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하나씩 들여다보면 미국이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산업이 거의 없는 셈이다. 모두가 일본에게 먹히고, 중국에게 먹히고, 유럽연합에 먹히고, 심지어 우리 한국에게까지 먹혀 버린 것이다. 그나마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산업이라면 허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영화산업과 초성능 무기방위산업, 그리고 마지막 히든 카드가 금융산업을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를 주름 잡던 할리우드식 파괴, 살상, 마약, 섹스 위주의 영화는 이제 점차 세계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가장 큰 영화시장 중의 하나였던 한국시장에서조차 지난 수년간에 걸쳐 한국영화보다 점유율에서 밀려왔고, 그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도 동일한 현상을 보였다. 즉 할리우드의 영화가 예전처럼 세계인들에게 먹혀들어가고 있지 않는 것이다. 무기산업이 그나마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외국 시장에 내다팔아 수익을 얻어 왔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이 그 무기를 외국에 내다 판 것이 아니라 직접 전쟁을 일으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그 무기들을 소비하다 보니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돈을 물 쓰듯 쓰는 어리석은 장사(?)를 해버린 것이다. 팔아야 할 술을 혼자 다 마셔버린 것이다. 거기에다가 한국과 러시아, 일본과 중국 등이 미국의 무기에 버금갈 만한 성능의 무기들을 생산해 미국과 경쟁체제에 돌입하여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사면초가에 몰릴 수밖에 없는 미국인 게다.


미국이 세계시장에서 마지막까지 경쟁력을 가졌던 산업이 금융산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내 포진하고 있는 몇몇 신용회사들을 동원하여 외국의 신용등급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그 사이에서 주가조작과 환율조작 등을 통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장사를 하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외국의 경제상황이 조금 나빠지면 아주 후려쳐서 나쁜 상황을 발표하여, 그 나라 사람들이 놀라 주식을 헐값에 매도하게 공포분위기를 만든 후, 그 싼 주식을 미국의 금융자본이 매집해 두었다가 슬쩍 신용등급을 상향하여 우후죽순처럼 주식값이 치솟게 될 때 그 주식을 내다팔아 시세차익을 올리는 편법을 공공연히 써왔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중국과 러시아가 경기호황으로 형성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이용하여 국가펀드를 조성하고 세계금융시장에 위력을 나타내게 되자 미국의 금융자본가들에 의한 세계금융시장조작정책이 먹혀들어가지 않게 된 것이 이번 미국발금융불황의 속사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유대인이 중심이 된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붕괴되고, 새로운 금융질서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거대담론은 저편의 이야기이고, 그로 인해 차가운 경제불황이라는 망망대해에 내던져진 한 마리 숭어 같은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겪어야 할 고통은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는가? 여태까지의 삶은 기계가 낡았기에 기계를 갈아치우면 되었고, 기름칠을 하고 나사를 조이면 되었지만, 이제는 거대한 기계가 브레이크 없이 돌아가 기계가 기계를 부수는 황당한 경제상황에 직면해 있고, 종래는 기계가 박살이 나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는 현대자본주의의 최악의 부정적 사태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저 황희순 시인의 숭어 이야기 속의 한 마리 숭어처럼 미끼를 던져 준다고 덥석 물어서야 되겠는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껴 쓸 수밖에 없다. 국가는 서민들의 일자리를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IT선진국을 자랑할 것만이 아니다. 아이러니하지만 IT선진국이라고 자랑하고 있는 대가가 우리가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는 대량실업사태이니 말이다. 자동화된 IT가 모든 것을 대체하니 사람이 필요 없게 되고, 사람이 잘려나가다 보니 지금의 실업난이 자초된 것이다. 기계가 사람을 잡아먹어버린 대표적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황희순 시인의 숭어 이야기를 곱씹으며 언젠가 망망대해를 자유롭게 헤엄쳐갈 숭어 한 마리를 떠올리며 참고 견디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위안을 얻는다. 절대 죽지 말고 살아 남아야 한다. 죽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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