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고소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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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고소공화국?
  • 김영철
  • 승인 2008.11.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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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교수(건국대 법대, 형사법, 전 수원지검 차장검사)

 

대검찰청의 형사사건동향 통계를 보면 2007년도 한 해 형사입건된 인원은 약 250만명이고, 그 중 30%인 74만여명은 타인의 고소나 고발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해도 그 현상은 그대로다. 9월말 현재 55만명, 28%가 고소·고발을 당해 형사입건되었다. 단지 이러한 숫자만으로는 우리나라의 고소·고발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지에 대한 감이 오지 않는다. 사법체계가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보자. 우리나라의 고소·고발 사건은 인구 1만명 당 86명 정도인 데 비해 일본의 경우 1.3명꼴에 불과하다. 약 60배가 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고소란 범죄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알리고, 형사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를 말하고, 고발은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하는 것으로서 그 실질은 같다. 상식적으로 볼 때,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고도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가해자로부터 사과도 받지 못해 억울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실상은 우리의 예상대로만은 아니다. 그 많은 고소사건 중 약 20%정도만이 범죄혐의가 입증되어 법원에 공소제기되고, 나머지 80%가량은 증거부족이나 범죄구성 자체가 안된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 된다. 고소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에 사건이 접수되면 피고소인은 바로 형사피의자 신분이 되고, 수사기관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그 사실을 아는 참고인들도 소환조사 대상이다. 대개 경찰에서 3개월, 검찰에서 3개월의 시한을 정해놓고 처리한다. 그리고 수사결과 범죄혐의가 입증되면 검사는 공소장을 써서 기소를 하고, 불기소할 경우에는 불기소장이라는 무죄판결문과 같은 서면을 작성하게 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형사부 검사의 대부분이 한 달에 20일 이상 야근하면서 고생하는 이유가 기소대상 사건 처리보다는 불기소 대상 사건의 처리에 주로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고소사건은 불기소 처분에 의하여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처리결과에 불만인 고소인은 고등검찰청에 항고하고, 그후 고등법원의 재정신청절차를 밟게 된다. 종전에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대상이 되었으나, 2008년 형소법의 개정으로 헌재 대신 법원의 재정신청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다. 불기소 사건은 헌재 접수사건의 70%를 점할 정도로 사건 처리에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현재 법원의 재정신청사건 처리에 전국에서 수백명의 판사가 매달리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만 본다면 우리나라는 가히 ‘고소공화국’이라 불릴만하다.


우리나라에 억울한 고소인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그런데도 수사가관이 수사를 게을리하여 80%나 되는 사건을 불기소 처분함으로써 억울한 고소인을 양산하는 것일까? 일부 그런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지방검찰청의 1단계 처분(불기소), 고등검찰청의 2단계처분(항고), 고등법원의 3단계처분(재정신청) 제도를 두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면에는 이러한 피해자 구제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민사사건을 손쉽게 해결하려거나, 허위고소로 타인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재산사취형, 바람을 피우다 남편에게 들키자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고소하는 책임전가형, 택시비가 없자 운전사가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며 허위고소하여 택시비 지급을 면하려는 채무면탈형, 경쟁관계에 있는 옆집 식당주인이 트럭으로 자신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는 식으로 허위고소하는 감정적 보복형의 무고사범도 허다하다. 공동 상속재산을 독차지할 욕심에 친모를 허위고소한 사례도 보도되고 있다. 최근 서울동부지검 한 곳에서만 각종 유형의 허위고소무고사범 48명을 기소한 사례가 이렇게 한심한 세태를 증명한다. 이러한 사건의 처리에 많은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투입되고, 인력이 낭비되는 부작용이 있다. 또한 높은 불기소율로 인해 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불신을 받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진짜 억울한 피해자만 고소를 하고, 수사기관은 수사력을 집중하여 기소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도 사후 분쟁에 대비하여 일상생활에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 증빙서류를 간직하는 버릇을 들일 필요가 있다. 계약시에는 호탕하게 ‘우리가 남이가!’하면서 인심쓰듯 엉성하게 구두로 계약해놓고, 막상 일이 발생하면 뒤 늦게 자신에게만 유리한 주장을 반복하는 어거지 행태가 상호간에 불신을 낳고, 고소사건을 양산하는 한편 그 처리도 복잡하게 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분야 뿐만 아니라 법학분야에서도 분쟁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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