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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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나, 떨고 있니?
  • 법률저널
  • 승인 2008.11.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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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머릿속이 캄캄하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아이엠에프사태 때 겪었던 대량실직을 우리에게 또 다시 예고하고 있다. 가장 먼저 비정규직에서부터 실직의 칼바람이 불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가지지 못한 서민들의 고통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이 내년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5%라 발표하였다. 삼성경제연구소도 3.6%로 내다보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보다 더 낮은 3.3%에 머물 것이라 발표하면서 세계경제의 침체가 심각해지면 3%대를 유지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며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어놓았다. 기업들이 금년말 신규채용인원을 줄이겠다는 발표를 연이어 하고 있고, 신규 취업자 수가 지난 10월에는 10만 명 이하로 급감하여 최근 몇 년 동안에 가장 낮은 고용률이라고 한다. 이번에 학교를 졸업하게 될 수많은 젊은이들이 또 다시 취업을 하지 못하고 고통을 당할 것을 생각하니 누군가에게 모를 분노가 치솟는다.


찬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의 뒤끝, 나뭇가지에 매달린 단풍이 붉고 노랗다 못해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벌써 많은 나무들이 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불황의 찬바람이 자연의 찬바람과 어우러져 마음을 스산케 한다. 또다시 길거리로 내몰릴 많은 사람들의 고통스런 모습이 나를 슬프게 한다. 묻지마식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반 조각 펀드니 깡통펀드니 하며 원금을 날린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또 한 번의 중산층 몰락의 단초가 되고 있다. 그와 같은 손해가 발생할 것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은 채 고객 모으기에 혈안이 되었던 금융기관에 대하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은 50%의 손실을 금융기관에서 변상하라는 조정안을 권고하였다. 물론 금융기관이 거부하게 되면 집단소송사태가 빚어질 것이다. 이미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펀드사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도박판은 돈 내고 돈 먹기의 전쟁터이다. 누가 이길지 알지 못하는 우연의 확률이 개입하는 것이 도박이다. 그러기에 일확천금의 신화도 가능하지만 쪽박 차는 길 또한 언제나 열려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시장은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 돈을 모아 거액의 자본시장을 형성하고, 거기에서 만들어진 자본이 생산자금의 기초가 되고, 그 생산으로 기업이 살아나고, 소비가 살아나는 순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것 같지만, 실물과는 따로 노는 이상한 엘리스의 나라이다. 주식시장이 가열되면 모두들 열광한다. 돈 놓고 돈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열되었던 주식은 분명히 망하게 되어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번영은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 먹어본 돈맛에 끌려 정상을 벗어나 탐욕의 절벽을 오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끝이 없는 번영은 없다. 누가 상투를 잡았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8부 능선을 오르는 자와 절벽으로 추락하는 자는 모든 봉우리마다 다 있게 마련이다. 주식시장에서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볼 때 마다 나는 슬픔을 느낀다. 땀 흘리지 않는 자들의 탐욕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투자한 돈이 다른 사람을 땀 흘리게 하고, 그리하여 자본과 노동의 결합이라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 내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땀 흘리지 않고 남의 돈을 먹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슬퍼진다.


경기침체로 와인 특수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너 나 없이 와인을 마시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에 칼질하며 음악을 듣고 담소하는 여유를 즐기고 싶을 것이다. 한때 와인을 모르면 신세대가 아닌 양, 현대를 살아가는 고급 문화인이 되지 못하는 양 치부되며 와인 낭만을 즐기고 또 즐기며 흥청망청했다. 샴페인도 역시 와인의 한 종류이다. 모두가 작은 이익에 샴페인을 터뜨리며 환호작약했다. 와인은 포도로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도가 대량생산되어야 한다. 칠레나 프랑스처럼 포도가 전국적으로 재배되고, 이를 와인으로 만드는 것이 생산성이 있는 나라에서는 당연히 와인생산량이 많고 따라서 생산단가도 저렴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처럼 포도 생산에 한계가 있는 나라에서는 와인을 일반화하여 마실 수 있을 만큼의 생산량 확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와인 마시는 것을 일상화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신토불이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부족하다 보니 결국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한다. 다른 농산물도 다 수입해 오니 마찬가지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한국주류수입협회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해 와인 수입 증가율이 69.7%에 달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외국에서 “와인에 취한 대한민국”이라는 호된 비평까지 받았을까? 그렇지만 낭만을 알고 멋을 아는(?) 대한민국은 와인에 열광했고, 비싼 와인에 호주머니를 털었다. 불과 일 년 뒤의 오늘을 예상하지 못하고 말이다. 어리석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술 제일 많이 마시는 나라, 국민 일인당 주류소비량이 1위인 국가로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어디를 가든 술판이다. 좋아서 한 잔, 싫어서 한 잔, 괴로워서 한 잔, 즐거워서 한 잔 이겠지만 정말 어디를 가도 벌어지는 술판에는 기가 질릴 뿐이다. 일반 식당에서도 음식을 파는 것보다 술을 팔아서 매상을 더 많이 올리니 술이 국가 경제를 살린다고 해야 하나 죽인다고 해야 하나 혼란스럽다. 한 잔의 와인을 놓고 몇 시간이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없는 나라,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하기 위해 폭탄주를 돌려야 하고,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좌중에서 바보가 되고, 우리가 남이가 라는 한 마디에 못 마시는 술도 퍼마시고 함께 취해야만 동료로 인정받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은 지금 또다시 닥쳐올지도 모를 경제 불황의 초입에서 벌벌 떨고 있다.


내년 수출 증가율이 3%대에 머물 것이라고 한다. 최근 10년 내 최악의 전망치이다. 북한과의 관계는 더욱 경색되어가고 있다. 오마바의 당선으로 미국과 북한은 급격하게 관계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북한 당국은 남북육로통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남한 당국도 이에 질세라 강경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남북관계가 급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방향을 정하고 정책을 세워나가는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굳으면 부서지게 되어 있다. 고무줄은 잡아당기면 늘어났다가 도로 제 자리로 돌아간다. 유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한 것 같은 다른 것들은 단단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심하면 이혼한다. 물도 굳어 얼음이 되면 깨어진다. 갈라지고 베어진다. 힘들 때일수록 유연한 생각과 유연한 행동이 필요하다. 그게 모두가 사는 길이다. 아마 모두들 그 이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실천하기에는 바로 눈앞의 절벽이 무섭고 두려울 뿐이다. 그러기에 급한 마음에 지고 만다. 칼을 뽑아 자르고 베어내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잘려나간  힘없는 많은 사람들이 실직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인들이 8년 전에 부시라는 엉뚱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오늘의 대재앙의 결과를 가져올 줄 어찌 알았을까? 엘 고어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기고 개표에서 지는 황당한 역사의 비극으로 말미암아 오늘의 세계 경제 파탄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지옥의 서곡이 울려 퍼지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 모든 이들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사람 죽이기에 정신이 없었던 세계 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대참극의 대단원의 막이 빨리 내리기만을 기도할 밖에......


어찌 되었든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고, 강해져야 한다. 와인 잔을 부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하루속히 캄캄한 머릿속이 맑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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