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도의 선택? 쿼바디스 도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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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도의 선택? 쿼바디스 도미네
  • 성낙인
  • 승인 2008.11.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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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

 

깊어가는 가을과 더불어 법학도의 고민도 깊어간다. 제50회 사법시험 2차 시험 합격자가 발표된 가운데 법학전문대학원 즉 로스쿨의 입시도 한창 진행 중이다. 비법학도의 선택은 당연히 로스쿨로 기울 수밖에 없다. 벌써 금년도 사법시험 2차에서 비법학도의 합격자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그런데 법학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학교수업과 사법시험을 병행해 왔는데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사법시험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로스쿨로 진학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쿼바디스 도미네). 더구나 내년까지는 현재대로 사법시험 합격정원은 1000명으로 하지만 2010년부터는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대폭 감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대 졸업생이나 고학년 학생으로서 그간 나름대로 사법시험 준비를 해 온 학생이면 당연히 사법시험에 미련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도 재시생은 말할 것도 없고 금년도 재시생도 내년을 기약하기 마련이다. 사법시험에 합격만 하면 바로 사법연수원에 입소하여 국가로부터 공무원신분도 부여받으면서 무료 연수의 혜택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험이라는 게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합격을 보장할 수 없는 선택의 어려움이 남는다.
그렇다고 당장에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로스쿨에 진학하려니 3년간의 엄청난 학비부담이 뒤따른다. 다만 이 경우에는 학교수업만 충실히 하면 변호사시험의 부담을 최소화한다고 하니 시험의 질곡에서 일단 해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으로는 로스쿨 졸업생의 80% 정도는 변호사시험 합격을 시키겠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생은 로스쿨 3년을 다소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일본의 경우 법대졸업생은 2년, 비법대생은 3년의 로스쿨과정을 거치지만 1년 이상이 지나면 법대졸업생과 비법대생의 차이가 사라진다는 경험칙이 작동하는 걸 보면 법대생도 로스쿨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문제는 내년도 사법시험 1차 시험이 2월로 다가오는데 로스쿨 지원과 사법시험을 병행하는 학생들의 선택이 고민이다. 로스쿨입시래야 면접시험밖에 없으니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는 실정이고 보면 사법시험준비를 굳이 포기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법학도 중에서 로스쿨지원과 사법시험준비를 병행하는 학생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 같다. 이들이 사법시험 1차 시험에 응시한 후 3월에 로스쿨에 입학한 다음 1차 시험에 합격하면 당연히 2차 시험 준비를 위해 휴학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 때문에 학교 당국의 법학도 선발에 의구심을 갖게 하기 마련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내년도 첫 로스쿨에는 자칫 1학기 개원하자말자 대량 휴학사태를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규모 로스쿨이 많은데 휴학사태까지 겹치면 정상적인 학교 운영도 어려울지 모른다.


사법시험이 시험을 통한 법조인 배출이라면 로스쿨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배출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시험 중심의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법학도 중에서도 웬일인지 시험장에만 임하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이도 많다. 이런 학생들은 이 기회에 과감히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교육의 장인 로스쿨로 이동하는 게 순리인 것 같다. 시험에 얽매여 학문의 날개를 펴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해소할 결정적인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법학도들은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더 이상 미련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성격과 적성을 근본적으로 성찰해 봐야 한다. 머뭇거리다가 산 토끼 집 토끼 다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새삼 덩샤오핑이 말한 대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黑猫白猫論). 법률가의 길을 원하는 한 사법시험을 택하던 로스쿨을 택하던 원하는 법조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법조인 자격은 법률가로서의 새로운 출발은 의미할 뿐 그 자체가 법률가로서의 완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법조인이 된 다음에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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