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부주의가 치명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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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부주의가 치명타 된다
  • 법률저널
  • 승인 2008.11.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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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에서 응시자의 사소한 부주의와 습관성 무관심이 결국 '불합격'이라는 치명타가 된 소식이 응시자들에게 안타까움과 동시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지난 31일 재판관 7(합헌) : 2(각하)의 의견으로 제2차 사법시험에서 해당 문제번호의 답안지에 답안을 작성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그 과목을 영점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법시험법 시행규칙 제7조 제3항 제7호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청구인 김모씨는 지난해 제49회 사법시험 제1차 시험에 합격하고 같은 해 제2차 시험에 응시했다. 하지만 실수로 행정법 과목의 제1문과 제2문의 답안지를 바꾸어 기재하는 바람에 사법시험법 시행규칙 제7조 제3항 제7호에 의하여 행정법 과목에서 영점을 받고 제2차시험 불합격처분을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행정법 과목에서 영점처리가 되지 않고 과락을 면하기 위한 최저점수인 40점만 받았어도 제49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에 합격하였을 것이므로, 위 사법시험법 시행규칙 제7조 제3항 제7호가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법시험 채점의 신속성, 공정성 및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해당 문제번호의 답안지에 답안을 작성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를 위하여 응시자가 해당 문제번호의 답안지에 답안을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 이를 영점처리하도록 한 것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며 기각했다. 또한 재판부는 응시자들에게 이 사건 규칙의 내용이 사전에 충분히 고지되어 있는 점, 문제를 바꾸어 쓴 답안지를 다른 문제의 답안지와 교환하여 채점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응시자의 인적사항이 노출되어 부정행위가 개입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위 규칙이 청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답안지 제출 전에 시험관리관으로부터 답안지 문제번호를 정정받은 응시자와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그대로 제출한 응시자를 차별하는 것도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사건은 지정된 컴퓨터용 사인펜을 사용하지 않아 합격선을 넘기고서도 불합격 처리된 경우다. 수험생 박모씨는 올해 치러진 제50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에서 검은색 일반 사인펜으로 시험을 치렀다. OMR 판독기로 채점한 결과 0점을 받아 불합격되자 "컴퓨터용 사인펜만을 필기구로 지정한 것은 행정 편의이고 수작업 채점을 인정하지 않아 입게 되는 불이익이 너무 크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박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부정확성을 방지하고 부정의 소지를 막기 위해 컴퓨터용 사인펜을 쓰게 했는데 응시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일반 사인펜과 구별할 수 있다"며 "응시자가 부주의해 실수를 저지른 이상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고려해도 불합격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사소한 부주의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은 비단 이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시험은 매년 반복적으로 시행되고 응시자 주의사항도 충분히 고지되고 있지만 준수사항을 허투로 여기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 1차시험에서 검정색 컴퓨터용 사인펜 사용, 시험시작 전 문제지 개봉금지, OMR카드에 가표기하는 문제, 2차시험에서는 연필이나 수성사인펜 사용 문제, 흑색 또는 청색 필기구만을 계속 사용, 수정테이프 사용 금지 등은 응시자들이 반드시 지켜야할 사항이지만 이 문제로 매년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아주 기본적인 주의사항조차도 숙지하지 않고 덜렁 시험에 임하는 것은 응시자로서 예의가 아니다. 뒤늦게 결과를 놓고 규정이 위법하느니 구제를 해 달라느니 하는 것은 구차하게 들릴 뿐이다. 사소한 부주의로 그동안 쌓아올린 공든탑이 일거에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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