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일원화로 '판-검-변호사順' 퇴색
내년 초 군 복무를 마치고 법조계에 진출하는 군법무관 중 최상위권 성적자 대부분이 대형 로펌행을 선택했다. 특히 성적 상위 1∼10위 중 8명이 김앤장과 태평양을 택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성적 상위자 6명을 포함해 15명 가량의 법무관을 영입할 예정이다. 태평양과 세종, 율촌도 각 10여명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또한 내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할 예정인 38기생들 가운데 상위권에 든 일부 연수생들도 판검사 임용을 포기하고 김앤장, 태평양, 세종, 율촌 등 대형 로펌으로 진로를 확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1월에 수료하는 38기 연수생 가운데 김앤장 15명, 태평양 20명, 세종과 율촌 각 12명 등 국내 '빅4' 로펌들이 이미 영입을 했거나 뽑을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부분은 연수원 1년차 성적이 상위 10∼20% 이내에 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펌 관계자들은 법률저널과의 통화에서 "변호사 채용은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면서도 "영입이 확정된 연수생들의 성적은 판검사 임용권 안에 드는 성적 상위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연수원 성적순으로 판사-검사-변호사로 나가던 이전과는 양상이 확 달라진 모습. 사법연수원 수료자 가운데서도 상위 15% 안에 수재들이 법원을 택하기 보다 대형로펌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특히 남성 수료자 사이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는 법조일원화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로펌 선호는 경제적인 이유도 크지만 처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전문지식을 쌓아두면 법조일원화로 언제든지 법원에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
판검사 경력을 쌓고 나서 변호사 개업을 하던 패턴에서 이제는 변호사로 활동한 뒤 판검사를 지망해도 늦지 않다는 커리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미 대형로펌으로 진로가 확정된 한 38기 연수생은 "아직까지는 성적 우수자들이 법원을 선호하는 게 훨씬 높긴 하지만 대형로펌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는 분명한 것 같다"면서 "이러한 추세는 법조일원화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내년에 전역하는 한 군법무관도 "군법무관들 사이에 대형로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많아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면서 "법조일원화가 가속화되면서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로펌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행 1순위가 보장됐던 군법무관 출신들이 최근 대형로펌으로 진출이 두드러지자 대법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법원 한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년 3월말 전역 예정인 군법무관을 대상으로 분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있다"며 고민스러운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예비법조인에게도 대형로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사법시험 2차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 대상으로 본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희망하는 진로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1.5%(387명)가 '판사'를 꼽았다. 하지만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합격자를 대상을 한 같은 질문에서는 57%에 달했던 점에 비해서는 약 6%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변호사는 18.6%에서 21.6%(162명)로 증가했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