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교실-벼랑 끝에 선 ‘간통죄’ 살리기-이창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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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교실-벼랑 끝에 선 ‘간통죄’ 살리기-이창현 변호사
  • 법률저널
  • 승인 2008.11.0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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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가 합헌으로 결정이 난 며칠 후에 우연히 다른 사건으로 어느 법정에 들어갔다가 간통죄 재판을 잠시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남녀 2명이 변호인과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있었고 목격자로 보이는 다소 뚱뚱한 아주머니가 증인석에서 증언을 하고 있었는데, 증인은 당시 피고인들이 옷을 모두 벗고 붙어있는 모습으로 보아 성교 중인 것이 분명하다는 취지였고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성교를 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계속 증인을 추궁하는 상황에서 거의 싸움이 될 정도로 언쟁이 벌어지다가 증인신문이 끝나는 것이었다.
  위 재판을 구경하는 사람이야 재미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들인 피고인들과 방청석에 앉아있는 고소인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까, 만일 며칠 전에 간통죄가 위헌으로 결정이 났다면 또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간통죄 관련 일들이 이 순간에도 또 얼마나 벌어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참 세상은 요지경이다.
 
  어쨌든 간통죄만큼 수난(?)을 당하는 범죄도 없으리라. 벌써 4번째나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간통죄가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혼인관계의 보호 등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합헌의견과 ‘성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이 변하고 처벌의 실효성도 의심된다’는 위헌의견이 헌법재판소에서조차 팽팽히 대립되고 있는 것이다. 1990년, 1993년, 2001년 3차례의 위헌재판에서는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이 1∼3명에 불과하였는데, 이번에는 재판관 9명 중에서 5명이 위헌(4명) 또는 헌법불합치(1명) 의견을 내는 바람에 4명의 합헌의견을 앞질렀지만 위헌결정이 내려지려면 재판관 9명 중에서 6명 이상이 의헌의견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정말 아슬아슬하게 살아남게 되었다. 그렇지만 앞으로 몇 년 후, 그리고 헌법재판관들이 바뀐 후에는 정말 벼랑에서 완전히 떨어지고 말 운명인 것 같아 간통죄가 괜히 가엾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에는 거의 모든 여성단체들이 간통죄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이혼시의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어 그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에는 ‘간통죄가 실질적으로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되지 못한다’는 의견을 보여 강력한 우군까지 사라지는 바람에 간통죄는 더욱 초라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그리하여 얼마 전부터는 간통죄로 구속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 이전의 서슬이 시퍼런 위세가 사라진지도 오래되었다.


  사실 간통죄가 한창 맹위를 떨칠 시기에도 고소인과 합의를 보지 못하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자들이 대부분 걸려들었지, 큰 부자들이 간통죄로 처벌을 받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누가 어느 재벌의 몇 번째 부인이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경우라도 그들이 간통죄를 과연 걱정해 보았겠는가. 결국 간통죄는 ‘남녀의 문제’라기보다는 ‘빈부의 문제’였다고 하겠다. 이렇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못하는 면에서는 분명히 간통죄가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성풍조가 너무나 문란하고 이로 인해 가정이 쉽게 깨어지기도 하는 상황에서 간통죄까지 폐지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합헌결정으로 간통죄가 가까스로 살아남긴 하였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의견이 더 많았다는 점 때문에라도 앞으로 간통죄 위헌논란 내지 폐지주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데, 간통죄를 계속 살릴 묘안은 없을까 고민을 하여본다.
  우선 위헌의견에서도 언급되고 있듯이 간통죄에 징역형만 있고 벌금형이 없다는 부분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간통죄에 징역형만 있기에 이전에는 간통죄에 걸리기만 하면 여러 가지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이 불가피하였기에 이를 악용하기도 하여 폐단이 적지 않았던 것이고 지금도 간통죄가 인정만 되면 최소 집행유예를 선고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간통죄에도 벌금형을 추가하게 되면 사안에 따라 좀 더 융통성있게 적용할 수가 있게 되며, 이를 통해 위헌논란에서도 상당 부분 벗어날 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간통고소를 위해서는 이혼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 조건도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조건을 두지 않으면 간통고소가 남발될 우려가 다소 있기도 하겠지만 혼인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착한’ 당사자에게는 간통고소를 못하게 하는 큰 제약이 되는 것이므로 폭행 등을 당한 경우에 고소를 하여 국가의 도움으로 나쁜 버릇을 고칠 수도 있는 것과 같이 이왕 간통죄가 계속 존치되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간통 고소인에게 이혼을 각오해야하는 제약을 주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간통죄에는 미수규정이 없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다. 글 첫머리에 있었던 재판과 같이 실제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미수규정이 없기에 간통 기수냐, 미수냐에 따라 처벌여부가 결정되므로 이를 판단하는 데에 너무나 많은 정력을 쏟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간통 당사자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위헌 논란이 있는 간통죄에 미수규정까지 새롭게 둔다는 점에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며, 언제부터 실행의 착수로 볼 수 있느냐가 새로운 논쟁거리가 될 수가 있기는 하나 솔직히 다른 대부분의 범죄와 마찬가지로 미수와 기수의 실질적인 가벌성에 차이는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수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전부 아니면 전무’의 지루한 싸움이 계속 되고 있으므로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하겠다.


  이미 벼랑 끝에 선 ‘간통죄’가 언제까지 살아남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생존해 있는 동안 그 역할을 다하기를 바라며, 개인적으로는 부디 만수무강하시길 기대해본다.

 

이창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세인

연세대 법대 졸업,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수원지검 검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부교수,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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