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로스쿨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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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로스쿨 구조조정
  • 김영철
  • 승인 2008.10.1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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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교수 건국대 법대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일본 정부가 시행 5년째인 로스쿨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안을 마련 중이라 한다. 일본은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로스쿨을 운영하였는데, 로스쿨 수료자를 대상으로 첫 실시된 2006년의 새 사법시험에서는 74개교의 로스쿨 중 합격률이 60%가 넘는 대학부터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대학까지 수준 차이가 천차만별이었다. 첫 해의 합격률도 48%에 불과했다. 올해 사법시험 평균 합격률은 그보다 더 낮은 33%이다. 그 결과 로스쿨을 수료하고도 매년 사시 준비를 하는 새로운 고시‘낭인’이 양산되고, 로스쿨 입학 지원자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74개 학교 중 46곳에서 정원 미달이었고, 일부 학교는 정원을 채우기 위해 적성시험 100점 만점에 50점 이하인 지원자도 입학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일본 문부과학성은 로스쿨 전체의 입학정원을 축소하고, 정부는 대학의 자율적인 정원 삭감과 통폐합을 장려하는 방향의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적은 대학원이나 지원자가 매년 감소하는 학교는 자발적으로 정원을 재조정하고, 규모가 작은 학교나 지방 로스쿨 등은 통폐합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일본 로스쿨은 실패라고 단정하고 우리 로스쿨도 이와 유사한 전철을 밟아나가지 않을까 우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합격률 저하의 문제를 제외하고 보면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일본 3대 명문 로스쿨의 하나인 일본 주오(中央)대학의 후쿠하라 다다히코(福原紀彦) 법과대학원장은 “과거에는 법정에서만 법률 지식이 필요했지만 글로벌 시대에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등 변호사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하면서 로스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의 합격률이 이렇게 낮은 것은 출범시부터 예상되던 결과이다. 당초 일본 사법개혁위원회는 약 40개 대학이 총 4000명 정도의 신입생을 받아 집중적으로 가르친 뒤 사법고시 합격률을 70%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향각지의 여러 대학들이 기회 평등을 요구함에 따라 정원을 5825명으로 확대하게 됐다. 로스쿨 정원은 5825여명인데 비하여 이들 수료자에 대한 합격자수는 해마다 고정되고, 로스쿨 수료자는 5년 이내에 3회의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여 당해 로스쿨 수료자와 재시험자들이 이미 정해진 당해 연도의 합격자 수에 포함되지 않으면 불합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과도기적 부조화는 로스쿨간의 경쟁을 통하여, 또한 시장의 조정기능을 통하여 경쟁력 없는 로스쿨은 도태되고 종국에 가서는 경쟁력 있는 로스쿨만 살아남고 합격자 수도 3000명정도로 증원하면 원래 의도한 대로 로스쿨 수료자의 70%가량이 합격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로스쿨 운영도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로스쿨의 구조조정은 바로 이러한 구도를 빨리 정착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은 시행착오를 배제하기 위해 정원증원에 대한 각계의 높은 목소리를 애써 누르고 애초부터 정원을 2000명 정도로 적게 잡았다. 금년 10월 원서 접수를 끝내고 11월에는 심층면접을 거쳐 합격생을 가려내어 내년 3월부터 역사적인 로스쿨을 출범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취지를 잘살려 당초의 설계대로 합격률을 80%정도로 유지하여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선발된 정예 로스쿨 입학생들은 로스쿨 과정을 잘 이수할 경우 대부분 법조인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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